대한민국 뒤덮은 미세먼지 사태 속에서 떼돈 벌어들인 회사들입니다
미세먼지가 없어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농도를 좋음, 보통, 약간 나쁨, 나쁨, 매우 나쁨 5단계로 구분하며 ‘나쁨’부터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매우 나쁨’부터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 착용 등을 권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외출금지나 마스크 착용이 강제되는 셈이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위험하다는 것이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돈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걸 넘어서 유전자 변형까지 가져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너도나도 미세먼지 차단장비를 구매하고 건강을 염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어떤 기업이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죽음을 가져오는 미세먼지
국제 의학학술지인 랜싯(The Lancet)에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4대 사망요인인 고혈압, 흡연, 비만, 당뇨 다음가는 사망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약 420만 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초미세먼지로 인한 한국인의 조기사망 피해자의 수는 매년 2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인하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수도권에서 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 30세 이상의 성인이 총 사망자의 16%, 1만 5천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일상이 된 미세먼지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장기간 노출될 경우 면역력 급락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가 몸속 깊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 심화, 치매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특히 직경 2.5㎛의 초미세먼지는 몸속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깊이 침투해 혈관을 막을 위험이 있다.
2. 방진 필터 제조사
‘크린 앤 사이언스’는 미세먼지로 가장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1973년 설립되어 산업, 가전용 여과지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중소기업으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자동차 OEM 업체에 여과지를 공급하기도 했다.
여과지는 공기청정기, 자동차 필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독일 기업 ‘빈저’와 7년간 기술제휴를 하며 자동제조 및 응용기술을 습득했으며 이제는 완전한 자체 기술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 크린앤사이언스는 국내 여과지 시장 점유율을 42%가량 차지한 기업이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며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고, 각종 장소에 사용되는 공기청정기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크린앤사이언스 주가는 2019년 2월 1만 5050원 수준이었으나 3월 20일 2만 7000원대까지 상승했다.
3. 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
일반 마스크로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기에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KF80, KF 94, KF99, N95 등급의 마스크 소비가 늘고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먼지를 더 잘 차단해준다는 뜻이지만 숨쉬기가 어렵고 밀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효과가 감소하므로 마스크 착용 시 얼굴에 맞게 밀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1년에 잠깐 왔다 가는 게 아니라 일상이 되다 보니, 집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50, 100, 250 등의 세트로 구비해놓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웰크론, 에프티이앤이, 케이피엠테크, 조아제약, 엘비스, 모나리자 등의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사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모나리자의 매출은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2017년 출시한 이후 1년 만에 300% 상승했다.
각각 업체별로 마스크 특징이 다른데, 웰크론과 에프티이앤이는 나노섬유를 이용해 필터를 생산하며, 케이피엠테크는 항바이러스성 마스크로 유명하다. 조아제약은 마스크와 호흡기 치료제를 판매하며, 월비스의 마스크는 극세사라는 점, 모나리자는 스마일 황사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4. 혼수 필수품 공기청정기
다나와에 따르면 2019년 1월 공기청정기 브랜드 통계는 위닉스가 30%로 1위 삼성전자가 25%로 2위 샤오미가 22%로 3위 LG전자가 10%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공기청정기의 강자로 떠올랐던 중국의 샤오미는 최근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를 샤오미로 정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조금 주춤한 모습이다.
이런 공기청정기에는 필터 이외에도 모터, 전원공급장치, 공기 살균기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공기청정기에 들어가는 모터는 에스피지나 에스디씨가 제작하고 있으며, 성호전자는 전원공급장치를, EMW는 공기살균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유럽이 42%, 미국이 26%임에 비해 17% 수준으로 업계는 한국의 공기청정기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이 더 높아져가는 요즘, 이들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제약사
먹고살기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외출을 해야 하는 법이다. 미세먼지는 비염부터 시작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므로 호흡기 질환 관련 의약품 제약사인 JW 중외제약이나 조아제약 등이 있다. JW 중외제약은 1945년 설립되었으며 최근 미세먼지 마스크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호흡기로 침투하는 미세먼지는 마스크로 막을 수 있다지만,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눈은 특히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세먼지에 따라 안구 건조증부터 각종 눈 관련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인공눈물부터 눈 질환 약품 그리고 눈 관련 영양제 제약사가 호황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안국약품이 있다.
6. 기억력 감퇴와 젊은 치매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인지력과 기억력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각종 중금속 또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화학 물질이 폐를 통화해 혈관을 타고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노화’와는 별도로 작용하는 문제로 청소년이나 청년층을 ‘젊은 치매’ 환자로 만들 수 있다.
미세먼지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치매환자가 그만큼 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매 관련된 회사의 미래는 불행하게도 밝아 보인다.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코리엄 제약회사이다. 이 제약사는 먹는 치매약 아리셉트의 부작용을 줄이고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아리셉트를 개발했다. 아리셉트 1998년 출시되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매치료제다.
그 외에 안과용 진단 기기 제조사와 이비인후과, 안과 등이 미세먼지로 호황을 이루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방법이 여럿 제기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조차 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