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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물 중 재산세를 가장 많이 내던 건물은 여기입니다

2018년 롯데월드타워를 보유한 롯데물산은 세금 23억 2000만원을 납부했다. 2위는 삼성전자로 서초사옥에 18억 8000만원이 부가되었다. 본래 서초의 삼성타운은 가장 많은 재산세를 내는 곳이었지만, 최근 삼성타운의 상징성이 상실되면서 순위에서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서초의 삼성타운은 왜 그 상징성을 잃고 있는 걸까? 재산세 부동의 1위였지만 점점 힘을 잃고 있는 삼성타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1. 삼성타운 계획 20년

계획부터 완공까지 20년이 걸린 서초 삼성타운은 삼성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영효율화를 위해 추진되었다. 나날이 늘어나는 계열사를 한곳에 집중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이런 계획은 1986년부터 시작되어 1993년 서초 삼성타운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1995년 ‘서 S-프로젝트’라 명명된 서초 삼성타운은 업무 단지가 아닌 패션 및 영상 단지를 주력으로 하는 시설로 계획되었다.

현재 서초의 삼성타운 역할은 도곡동 삼성타운이 맡을 예정이었다. 삼성물산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도곡동에 건설될 삼성타운은 102층, 380m의 초고층 빌딩이었는데, 삼성그룹은 1995년 도곡동의 공군사관학교 소속의 사격장 부지를 검토하고 1996년에 부지를 인수했다. 업무, 거주, 상업 등을 복합적으로 유치하려던 도곡동 삼성타운 계획은 다음 해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그룹의 상황이 나아진 1998년, 삼성은 도곡동 부지에 타워팰리스를 건설했다. 대신 업무 단지를 서초역에 마련했다. 서초동 부치에 신라호텔을 유치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2004년 삼성은 강남역 부근에 3개의 마천루를 지어 ‘서 S-프로젝트’부지에 업무지구를 마련했다. 삼성타운은 2008년 완공되어 삼성의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게 된다.

2. 삼성타운의 상징성

2004년 착공하여 2008년 완공된 서초 삼성타운은 삼성 전자, 삼성 물산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고 이외에도 많은 삼성 계열사가 입주했다. A, B, C 3개의 동으로 구성된 삼성 타운 중 가장 높은 C동에는 이건희 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하는 등 말 그대로 삼성 그 자체인 건물이었다.

3. 삼성타운의 디자인

기존 도곡동에 건설이 예정되었던 삼성타운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OMA의 도곡 타워 연구용역 이미지에 따르면 높은 건물들이 눕혀져 있거나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형태적 유사성, 기능적 연속성, 구조적 결합은 꾀한 것이다. 삼성물산을 통해 디자인을 맡은 렘 콜하스가 사진과 같은 디자인을 제안하며 ‘각각의 건물이 아닌 연속성을 부여하자’라고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서초에 건축된 서초 삼성타운은 도곡 삼성타운과는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서초 삼성타운은 KPF(Kohon Pedersen Fox) 가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나의 군집체 같던 도곡 삼성타운의 설계와 달리 건물이 분리되었다. 대신 입면이 동일하게 구성해 통일성을 주었다.

서초 삼성타운 건물의 외벽은 틈을 중심으로 외벽 유리가 수직과 수평으로 다르게 배치되어 하나의 건물이 분리된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한국 전통 목공예의 결구 방식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건축가는 목재 가구가 하나의 덩어리가 되기 전의 틈새를 구현했다고 한다. 이 틈새는 조형적 역할과 기능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설비가 배치되어있다.

4. 금액

2021년까지 임차한 삼성화재의 임차보증금은 254억원으로 월 임대료는 26억이다. 평당 임차보증금은 109만원, 임대료는 11만 1725만원인 셈으로 서울 도심권과 여의도권, 강남권 오피스 빌딩보다 비싼 편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르에 따르면 해당 지역 평균 평당 월 임대료는 8만 8467원이다.

5. 서울을 떠나는 삼성

서초 삼성타운의 명성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로 서울 시내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가 서초 사옥을 떠나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했고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도 서초 사옥을 떠나 지금의 서초 삼성타운을 보고 삼성을 상징하는 지역이라 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은 비영업자산을 처분하여 미래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은 2015년에 종로 2가에 위치한 삼성생명의 종로타워를 3000억원에 매각했다. 2016년에는 삼성생명의 본관이었던 태평로 2가의 건물을 5800억원에, 삼성화재의 본관이었던 을지로 건물을 4400억원에 부영그룹에, 2018년 2월에는 삼성물산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매각했다.

최근 삼성물산의 서초 사옥 B동이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에 7484억원에 매각되면서 서초 삼성타운라는 이름도 끝을 보이고 있다. B동은 지하 7층 지상 32층으로 이루어졌으며 본입찰에 국내외 투자 기관 10여 곳이 참여했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B동의 장부가액은 평당 225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매각된 B동의 8만 1117㎡은 7484억원으로 평당 3050만원에 거래되었다.

6. 그룹의 상징을 매각하는 이유

삼성이 그룹의 상징인 서초 사옥까지 매각하면서 추구하는 건 신사업과 지배 구조 개편이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타운’ 같은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 이 부회장이 부동산 자산을 정리해 신사업과 지배 구조 개편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라며 삼성의 판단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방침과 연관 있다고 보았다.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삼성의 판단은 실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가량 매각해야 한다. 때문에 지속적인 부동산 매각이 안정적인 지배력 행사를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재산세 상승에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장 많은 재산세를 납부했다는 서초 삼성 사옥이지만 반영된 공시지가는 2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을 추진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으로 삼성은 굳이 서초 사옥에 모여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여러 이유로 삼성은 서초 사옥을 떠나지만, 건물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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