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매년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환수 중인 뜻밖의 기업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2012년 이후 매년 문화재청 기부
반출 문화재 5점 환수 성공
해외 기업임에도 국내 공익사업에 적극적 행보
수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공익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공익사업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에 국한되곤 하는데요.
국내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자국 공익사업에 힘 쏟고 이로 인해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이 기업은 글로벌 기업임에도 유독 국내 공익사업, 그중에서도 문화유산 보호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기부는 물론 문화재 환수에 힘쓰고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이어가고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돼 지금은 중국의 대기업 ‘텐센트‘로 인수된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입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탄생시킨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었는데요. 이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2013년에는 게임 내 ‘신바람 탈 샤코’라는 스킨을 제작해 전 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는데요. 해당 스킨 판매금 전액과 자사의 기부금을 모아 총 6억 원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석가 삼존도’ 반환에 사용했죠.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석가 삼존도’는 미국 ‘허미티지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었는데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를 반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라이엇 게임즈가 반환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미국 워싱턴 소재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과 천재 문학가 이상의 집의 복원 및 보존에 후원했는데요. 당시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 속에 이상의 집은 문화체험공간으로 탈바꿈되게 됐죠.
이런 라이엇 게임즈는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환수에도 손을 뻗었습니다. 순조 19년에 제작된 해당 죽책은 병인양요 당시 손실된 것으로 여겨져 온 문화재인데요. 하지만 프랑스의 한 개인이 소장 중이었고 경매에 내놓으면서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이엇 게임즈는 소장자와 협의를 거쳐 19만 5천 유로, 한화 약 2억 5,000만 원에 이를 매입했습니다. 이후 라이엇 게임즈는 많은 국민들이 이를 직접 볼 수 있게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죠.
2019년에는 무려 3개의 문화재 환수와 국내 근현대 유물 25건 매입하는데 성공했는데요. 2019년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한 문화재는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이었습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을미의병 당시 안동 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 선생의 작품인데요. 해당 문화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독일의 경매장에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추가 집행을 요청했고 그 사이 다른 외국 문화재 수집가에게 매입될 위기에 처했죠.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이엇 게임즈는 상회 입찰을 통해 해당 문화재를 매입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게 무상으로 전달했습니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숙선옹주의 궁가에서 사용한 도자기로 추정되는 문화재인데요. 19세기 궁가에서 사용되는 백자를 파악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로 꼽히며 실물 자료가 드물어 역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재였죠.
이 문화재는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됐고 라이엇 게임즈가 관련 금액을 전부 지불하는 형태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매입했습니다. 중화궁인은 왕실에서 사용되던 개인 인장으로 짐작되고 있는데요. 역사적 기록은 많지만 남아있는 관련 유물이 없어 연구 차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입니다.
이 역시 라이엇 게임즈가 모든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로 매입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전달됐습니다. 이외에도 라이엇 게임즈는 다양한 국내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10년간 라이엇 게임즈가 후원한 기부금만 무려 7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문화재청 협약기업 가운데 가장 큰 금액에 해당합니다. 특히 2012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된 이후 환수한 23건의 문화재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5건을 환수하는데 지원했죠.
이런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게임 속 한국형 캐릭터 ‘아리’의 탄생 10주년을 맞아 문화재청에 ‘아리’ 이름으로 8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에 국내 누리꾼들은 외국 기업이 국내 문화재 관련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측은 “게임은 문화이고, 문화의 뿌리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후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