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에 단전까지’ 이 아파트가 20억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서울 아파트 중 37.4%가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이다. ‘아직 튼튼한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서울 시내에 있는 노후 아파트 중 건물 붕괴 위험이 높은 곳이 50개 동 이상에 달한다. 이처럼 노후 아파트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시설이 낡아 낮은 시세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40년이 넘은 나이에도 20억이 넘는 집값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누수와 단전까지
불편함 가득, 은마 아파트
1979년 완공된 은마 아파트는 40년 넘게 한자리에 머물며, ‘대치동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은마 아파트는 최고 14층 높이이여, 28개동이 들어서 총 4,424가구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 한 가구를 3인으로 가정하면 만 명이 넘는 이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위에서 은마 아파트를 보면, 꽃잎이 떠오를 만큼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완공된 지 40년이 넘은 만큼 아파트 외부와 내부는 많이 낡은 모습을 보여준다. 누수와 단전으로 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 고층일수록 수압이 약해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트만큼 엘리베이터도 낡아 각 층을 오르내리기도 불편하다.
가장 문제인 것은 ‘주차 공간 부족’이다. 준공 당시에는 자동차 보급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주차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은마 아파트는 외부 차량 요금제와 주차 공간 증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해 2중 3중으로 주차를 해야 하는 상태다.
문제 많아도…
최고 매매가는 23억
그러나 이런 불편함에도 현재 은마 아파트의 매매가는 20억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여건 때문이다. 일단 은마 아파트는 3호선 대치역을 바로 옆에, 학여울역을 근처에 둔 더블 역세권이다. 또한 각 블록마다 여러 노선의 버스가 운행하는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서울 주요 지역을 쉽게 오갈 수 있다. 영동 대로, 올림픽 대로 진출도 쉬어 차량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은마 아파트 주위로 교육 환경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은마 아파트는 대치동 학원가의 중심으로, 은마 아파트 사거리에는 내로라하는 학원들이 즐비해있다. 우수 학군으로 알려진 대치초등학교, 대청 중학교, 휘문고, 숙명여고 등과도 가까워 학군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뛰어난 교육 여건 때문에 ‘은마에서는 자식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단지 정문에 위치한 은마 상가에는 우체국, 병원, 카페 등 없는 게 없으며, 근처엔 이마트, 롯데 백화점, 코엑스 몰 등도 있어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양재천과도 가까워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시설이 노후하다는 점을 뺀다면 모든 것이 완벽한 아파트다.
재건축 논의로 하락세 피하며
주민들 인허가 촉구 진행
보통 아파트는 나이가 들수록 값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종종 여건이 우수한 곳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오히려 값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은마 아파트가 바로 그 사례 중 하나다. 재건축 논의가 나온 이후부터 은마 아파트의 매매가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지난해 9월엔 전용면적 84.43㎡가 역대 최고가인 20억 5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9·13 부동산 대책 발표와 계속된 재건축 정비 계획 심의 보류로 재건축 사업에 부진을 겪고 있다. 계속된 악재에 지난 해에는 최고가였던 20억 5000만 원보다 3억 5,000만 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렇게 매매가가 하락하는 듯싶었으나, 지난달부터 거래 문의가 늘어나며 하락세를 면하고 있다. 한편 은마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의 정비 계획안 반려에 재건축 인허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꾸준히 매매가 15억 원 선을 유지 중인 은마 아파트. 반대편에 위치한 개포동 역시 재건축으로 변화를 겪는다면, 은마 아파트의 매매가는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노리고 있다면, 은마 아파트를 눈여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