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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체리색몰딩’이 유독 대한민국 아파트에만 많았던 이유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문을 여는 순간부터 칙칙한 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테리어가 어두운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벽지가 누렇게 뜨는 등 인테리어가 노후화된 경우에는 최소 집이 20년은 되어 보인다. 유튜브만 틀어도 밝고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가득한데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가 난감하기까지 하다. 지금 보면 촌스럽고 꺼려지지만, 한때는 이 인테리어가 대세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금 더 알아보자.

고급 아파트 사용에 인기 끌어

개성 중시되면서 선호도 하락


내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요즘, 체리색 몰딩은 대표적인 기피 인테리어로 꼽힌다. 흔히 말하는 체리색 몰딩의 ‘체리색’은 짙은 원목 색을 뜻한다. 체리색은 인테리어에 적용할 시 고급스럽고 묵직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에 착수했다. 아파트 등 건축물은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이 만나는 이음매를 몰딩이라는 마감재로 가리는데 이때 몰딩 색으로 채택된 것이 체리색이었다. 체리색으로 아파트에서도 원목의 고풍스러움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가 성공하면서 체리색 몰딩에 대한 선호도 덩달아 상승했다. 고급 아파트에서 사용한다는 점이 인기를 끈 것이다. 그러나 점차 접하는 정보의 양이 늘고 개인의 개성 표현이 중시되면서 체리색 몰딩에 대한 선호도는 하락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인테리어 업계 관련자는 “체리색 마감은 색이 강해서 가구 선택이 어렵고 집이 좁아 보이는 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좁아진 집 크기로

유행에서 멀어진 체리색 몰딩


그동안 잘 써온 체리색 몰딩이 왜 갑자기 촌스럽게 여겨지는 걸까. 그 이유로는 핵가족화가 지목된다.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 이제는 1인 가구로 세대별 인구수가 변화하는 지금의 추세에서 집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문제는 줄어든 집에 체리색 몰딩이 더해지면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 좁아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북유럽의 무채색 위주 인테리어가 인기를 끈 점도 집의 크기 축소와 무관하지 않다. 무채색 인테리어는 보다 집을 넓어 보이게 하며 가구 선택 제한이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는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요즘 트렌드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과거와 달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업무시간은 많다고 평가되지만, 야근과 잦은 회식, 주말 출근이 일반적이었던 과거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휴일에도 외부로 나가기보단 집에서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셀프 인테리어 등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그러나 체리색 몰딩은 가구와의 조합이 어려워 원하는 만큼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또한 체리색 몰딩이 20여 년간 대부분의 인테리어를 차지한 만큼 체리색에 질려 하는 반응도 나타났다.


다양한 인테리어 증가 시

체리색 몰딩도 개성 될 수도


최근에는 셀프 인테리어를 위한 간편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었다. 기존 마감재가 튼튼한 경우 표면색만 바꿔주는 ‘인테리어 필름’등을 활용해 간편하게 색을 교체할 수 있다. 단, 나무나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된 부분은 래핑이나 필름보다 도장이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체리색 몰딩이 인테리어의 ‘주적’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체리색 몰딩 특유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체리색 몰딩이 기피되는 이유는 20년간 억눌려온 인테리어 욕구가 분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한 인테리어가 일반화된다면, 체리색 몰딩도 더 이상 촌스럽다는 인식 없이 하나의 인테리어로 자리 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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