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에서 보고 놀랐습니다, 옥상은 왜 초록색으로 도배될까요?
2012년 한국에 방문한 윌 스미스는 서울의 한 동네를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옥상에 테니스 코트가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이런 착각을 한 이유는 바로 초록색으로 칠해진 옥상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옥상은 대부분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경우가 많다. 하필 많은 색 중에 왜 초록색이 관습처럼 굳어진 걸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파헤쳐 보도록 하자.
1. 페인트의 원료
건축물은 기온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작은 균열이 생긴다. 이 균열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 곰팡이와 누수, 결로 현상의 원인이 되고 만다. 특히 우리나라는 계절 변화가 뚜렷해 균열의 위험이 큰 편이다.
이를 막기 위한 필수 단계가 바로 방수 처리. 보통 방수 페인트로는 강력한 방수 효과를 지닌 우레탄 방수제를 사용한다. 우레탄 방수제에는 산화크로뮴이라는 물질이 들어가는데,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이미 원료에 색이 들어가 있으니, 시공사 입장에선 따로 돈을 들여 색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옥상이 초록색을 띠게 된 것이다.
2. 일본의 영향
초록색 옥상이 많은 이유가 일본의 영향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광복을 맞이한 후, 우리나라는 건축 기술 대부분을 일본에서 전수하였다. 이때 방수제를 초록색으로 수입하면서 지금까지 초록색 페인트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옥상은 우리나라처럼 초록색인 경우가 많다.
3. 한국인이 좋아하는 색 2위
한국인이 초록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다. 8~90년대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방수제를 수입했는데, 당시에는 초록색의 선호도가 높아 옥상을 초록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국내에서도 여러 색의 방수제가 출시되었지만, 이미 초록색 옥상이 대중화가 되어 관습처럼 초록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4. 만국 공통, 초록색 헬리포트
우리나라만큼 눈에 띄게 초록색 옥상이 많은 국가는 없지만, 만국 공통으로 옥상이 초록색인 경우가 한가지 있다. 바로 고층 건물의 헬기 이착륙장이다. 햇빛이 건물 콘크리트에 반사되면 흰색으로 보이게 되는데, 이때 흰색 다음으로 뚜렷한 색깔이 초록색이라고 한다.
초록색 옥상이 높은 냉방비 원인?
그러나 최근엔 냉방비 절감을 위해 흰색 옥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빛을 그대로 흡수하는 초록색과 달리, 흰색은 빛 반사율이 높아 열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흰색으로 칠해진 옥상은 초록색 옥상보다 10도 이상이 낮았고, 실내 온도를 평균 3~4도나 낮췄다.
이를 통해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면서, 냉방 기구 사용은 줄여 온실가스 감소의 효과도 볼 수 있다. 겨울엔 일조시간이 짧아 난방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옥상을 흰색으로 칠하는 ‘쿨루프 캠페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4년 창원 시청 옥상 시범 이후로, 쿨루프 지원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옥상이 초록색인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이 많지만, 그래도 이 이유들이 가장 타당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옥상은 도시 면적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많기에, 초록색 옥상이 더 눈에 띄었던 건 아닐까 싶다. 친근한 초록색 옥상도 좋지만, 이제는 환경과 경제적 비용을 고려해 흰색 옥상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젠 초록색 옥상을 놓아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