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케이터 구드윈
Interview with Kate Goodwin Curator
사진제공 디뮤지엄 |
디뮤지엄이 주최하고 영국문화원과 함께 전시를 추진한 큐레이터 ‘케이트 구드윈(Kate Goodwin)’과의 인터뷰를 마실와이드가 단독으로 진행했다. 케이트 구드윈은 건축을 중심으로 비평, 영화제작, 건축 저자로서의 다양한 업역을 아우르는 건축 분야 대표적인 큐레이터다. 전시를 위해 헤더윅 스튜디오의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과 함께 방한한 그녀가 전해주는 전시의 뒷 이야기와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된 소감을 말해달라.
한국 건축과 디자인은 이미 발전되어 있다. 발전적인 문화가 이미 형성된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헤더윅 스튜디오 전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는가?
토마스(헤더윅)의 작업은 건축가로서의 과정을 밟아 온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건축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건축가가 접근하는 방식과는 다른 면이 있어 건축분야에서도 도전을 받기도 한다. 건축을 공부하거나 건축가로 활동하는 다른 이들과의 작업과는 달리 그의 작업에는 독특한 부분이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가 발명가적인 접근을 한다는 점이었다. 영국 런던은 국제적인 문화중심지이면서 동시에 많은 건축학교들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해외의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영국에서도 다양한 형식의 집중적인 토론에 중점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한영국문화원과 함께 전시를 추진하게 되었다.
UK Pavilion: exterior view of the pavilion; ⓒ Iwan Baan |
전시 준비 초기 3개월 정도 나는 헤더윅 스튜디오에 파트타임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그의 스튜디오와 작업들을 관찰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더들을 만나기도 했고, 스튜디오의 아카이브를 모두 살펴보기도 했다. 3개월의 시간을 거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하나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범위의 일들이 작게는 가방에서부터 크게 교각 디자인까지 다양함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작품집 등을 볼 때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아이디어부터 결과물이 도출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장르간의 장벽이 높은 한국에서 융합은 어려운 실정이다. 진정한 융합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새로운 장르의 탄생인가, 아니면 기존 장르의 외연의 확장인가?
영국에서 건축은 장르의 장벽이라는 것이 희미해지고 있다. 토마스에 한정하자면, 그는 3D디자이너로 사물이든, 건축이든 3차원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를 동일하게 바라본다. 때문에 장르를 구분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토마스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발명가(Inventor)’인데 그의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사람을 발명가라 규정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접근한다.
New Bus for London_NBfL in front of Tower Bridge ⓒ Iwan Baan |
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에 각 리더가 있는데 HUB의 경우 올레 스미스가 프로젝트 리더였다. 리더들은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토마스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이를 개발해 나간다. 프로젝트를 각 리더들이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토마스가 세세하게 개입되고 있는 형태이다.
이 전시를 통해 헤더윅이 한국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디자이너? 건축가? 아티스트? 솔직히, 입국심사 때 직업을 뭐라고 적었는지 궁금하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토마스는 자신의 직업을 발명가라고 생각을 하는데, 어떨 땐 건축가로, 혹은 디자이너로 쓰기도 한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아이디어이며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직함이라기보다 과정이나 활동 자체에 관심이 많아 특정명사로 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NTU Learning Hub; evening view of the Learning Hub from Nanyang Drive ⓒ Hufton and Crow |
나는 시드니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리고 공간을 체험하는 방법과 공감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공간에 관심이 많다. 동시에 이러한 건축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흔히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답변하기를 어려워한다.
건축의 다양한 측면이 보다 더 잘 알려지다 보면 건설적인 담론이 형성될 것이고, 건축이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되어 현재의 다양한 업역을 아우르는 것 같다.
영국은 문화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많은 요소들이 있다. funk, AA school, mini cooper, Beatles 등 어찌 보면 급진적이라 말할 수도 있는 이러한 문화적 디자인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장려가 있는가?
세 가지 정도 있을 수 있다. 현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까지 시간의 연장선상을 생각하여 발전을 추구하는 듯 하다. 영국이란 나라 자체가 건축부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집단 형성과 함께 다양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또한, 어떠한 아이디어라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열려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Bombay Sapphire Distillery; glasshouses in the River Test ⓒ Iwan Baan |
건축 전문가들과 대화할 경우, 언어적인 것도 건축적인 것이고 건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건축은 역사적 맥락, 사회적 맥락, 문화 및 예술의 맥락 등이 있다.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건축이 가지는 다양한 맥락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나가고 건축이라는 특수한 분야가 가지는 언어들을 해석하여 연관성을 증강시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보존과 개발 두 상반된 주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첨예한 논쟁거리다. 건축의 다양한 면면을 접해본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무엇이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맥락에서 건축물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미래적인 역할을 위해 새롭게 만드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인 가치, 건축물의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와 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 건축물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큐레이터 케이트 구드윈(Kate Goodwin)
케이트 구드윈은 1768년 조지 3세(King George III)에 의해 설립된 국 왕립 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의 건축 분야 수석 큐레이터이다. 국 왕립 미술원은 예술과 예술가들을 강력히 지지하는 저명한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이 이끄는 독립된 사립 기관으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구드윈은 2014년 국 왕립 미술원의 메인 갤러리에서 열렸던 유명한 전시 를 기획한 바 있으며, 2011년 , 2009년 전시를 기획했다. 그리고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제작한 상하이 엑스포(Shanghai World Expo)의 국관을 다룬 (2011)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한 구드윈은 2016년 건축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 왕립건축가협회의 명예연구원(RIBA Honorary Fellowship)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제공=디뮤지엄] 인터뷰 진행: 박지일 수석기자 masilpress@masilwide.com
인터뷰 정리: 양은혜 기자 culture@masilw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