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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마실와이드

이재하 건축사사무소

HOMESCAPE, 집을 둘러싼 모험들 01

이재하 건축사사무소

판교동 549-1 ⓒ 박완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집’을 둘러싸고 많은 것들이 변화를 시작했다. 거대한 흐름이 주거에 몰리는 현상은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 태도를 보이는 소비성향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몰입하는 사회 전반 곳곳의 분위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소위 ‘잘 사는 사람’ 이 아파트를 떠나 자신의 집을 짓고 사는 고전적인 성격의 주택에서, 1인 가구의 증가와 폭등한 주거비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셰어하우스, 마이크로하우스, 틈새 주택 등은 점차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며 단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에서 벗어나 ‘잘 살고자’ 하는 의식이 집이라는 공간 안으로 반영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 집방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있고,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거’와 관련된 코너를 편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주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HOMESCAPE, 집을 둘러싼 모험들 첫 번째 인터뷰는 ‘이재하건축사사무소‘의 이재하 소장과 진행되었다. 이재하 건축가를 만난 곳 역시 그의 아틀리에가 자리한 경기도 판교였다. 그는 현재 공공연하게 주택전문 설계가로 불린다. 그가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주택임과 동시에 판교에 주택단지에 가면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유난히 많기 때문. 한 명의 건축가가 같은 지역에 꽤 많은 주택을 설계했다. 2006년 개소 이후, 판교에서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입소문이 퍼져 있으며, 그 조형적인 완성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해외 연고가 없음에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http://www.chi-athenaeum.org)을 수상해 주목 받기도 했다. (진행: 마실와이드 박지일, 디자인정글 김미주)

 

주택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젊은 건축가들의 초기 작업은 주로 소규모 주택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작업을 쭉 거듭하다 보니 주변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주택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들어왔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주택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특별히 주택만 하겠다고 결정하지는 않았다.

 

주택 설계만으로 건축계에서 생존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되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물론 어려움이 많다. 주택이란 것이 누구나 갑자기 설계한다고 해서 결과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건물들 중에서도 건축주가 가장 관심이 많은 건물이 주택이고, 같은 주택이라 해도 제각각 용도가 다르다. 또한, 일반적으로 누구나 꿈꾸고 있는 건물이며, 그에 따라 디테일한 부분들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미적인 부분이라던지, 주택에서의 기능적인 부분들이라던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세밀하게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설계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방금 언급한 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균형을 맞추는 노하우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노력이라는 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나의 설계 방침은 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 중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절충점을 찾는 것인데 가급적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스터디를 통해 균형을 찾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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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중동 1009-2 ⓒ 박완순

제한적인 예산과 건축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균형 간의 간극을 조율하는 방법은?

 

금액과 예술성은 비례하게 되어 있다. 예산과 예술성은 어느 정도는 비례할 수밖에 없다. 예술 작품성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많은 공임이 들고 공사비도 증가하게 되며, 조형적으로도 단순히 심플한 박스 위주의 조형미를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찾다 보면 형태적으로도 다르게 도출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공사과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건축 거장들의 프로젝트를 보면, 건물 자체는 건축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거주자들은 장기간 거주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신의 프로젝트들은 예술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거주자들의 만족도도 높은데 비결은?

 

다양한 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경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예술성만을 추구하며 거주자가 행복하게,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건축적으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만의 예술적인 욕심을 고집하는 성향도 아니다. 거주자들이 100% 불편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수용 가능한 불편함을 고려하면서 예술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훨씬 더 값어치 있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능성이라는 것에 사용성이 포함되는 것인가?

 

포함된다고 본다. 건축주들이 방문할 때는 집, 공간에 대한 희망사항이 많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그에 맞추다 보면 디자인적인 폭이 좁아진다. 건축주들이 원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해서 조그만 땅 위에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역시 노력이다. 대부분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디자인적인 솔루션이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양해를 구하고 진행하는 편이다. 반대로 건축가를 믿고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게끔 바라봐 준다면 그에 걸맞은 조형적이며 아름다운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도 있다. 가령 ‘기능성이 1, 작품성이 10이라면 7 정도로 해달라’ 라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건축주도 있다.

 

그렇다면, 건축주와의 호흡이 좋았던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대표적인 건물은 판교의 아이집. 건축주의 요청사항이 거의 없었다. 최근 완공된 서현동 주택도 그렇고. 언급했듯이 건축가의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면, 성향이 많이 반영된 건물이 디자인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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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ip ⓒ 박완순

주로 판교에 프로젝트들이 집중되어 있는데 의도한 것인가?

 

최근의 프로젝트는 전국으로 분포되어 있고, 판교에서의 비율은 30% 정도 된다. 다만 최근 2~3년간은 프로젝트의 절반이 판교에 집중되어 있었다. 판교는 최근 개발되어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도 많고,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도 많다. 나 뿐만 아니라 판교에 위치한 멋진 건물들을 접한 건축주들은 수소문하여 건물 설계자를 찾고, 다시 그들에게 의뢰를 한다. 아직도 그 수요는 꾸준한 것 같다.

 

건축물이 놓여진 지역에 대한 어떤 맥락을 고려하는가?

 

나의 프로젝트에서 지역적인 맥락은 주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만, 건물 자체적으로 가진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고, 주변 맥락에 맞춘 건물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건물이 위치한 그 땅에서 그 건축물이 빛나게 되면 주변으로 미적인 효과들이 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판교 같은 경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주택 및 건물들이 밀집되면서, 도시적인 관점에서는 산만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는데?

 

그런 견해도 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건축가들의 건물도 있고, 심미적인 부분이 결여된 건물도 있을 수 있으며, 소위 집장사들의 건물들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건물들이 모여 도시를 형성하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떤 인위적인 통제에 의해 도시가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전문건축가’ 라는 평가에 대해서 느끼는 장단점은?

 

주택설계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어 설계에 반영된다면 건축물의 수준 또한 높아지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건축주들이 나에 대해 ‘주택만 하는 건축가’라는 선입견을 가 지고 있다면 다른 프로젝트를 의뢰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다른 용도의 프로젝트 설계에 매진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 아닐까.

 

과거 숲 속에 미술관을 짓고 싶다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미술관은 미적인 부분을 강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용도의 건축물이다. 조형적으로 다루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언젠가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온다면 반드시 진행해 볼 의향이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건축적 어휘나 어프로치 등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당신이 작업한 주택은 모두가 제각각 다르게 보이는데, 작업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동일함’ 이란 것에 대해 스스로의 흥미도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의 기대와 흥분을 항상 느끼는 편이다. 먼저 건축주의 요청사항을 리스트 업 하고, 대지를 분석하며, 요청사항을 기반으로 배치를 한다. 동시에 미적인 표현들을 건물에 반영하고자 하며 그 후 복합적인 내용들 을 스케치와 직감, 경험 등을 통해 구현시킨다. 일련의 과정들이 다른 건축가들과 비교하면 특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이 복합되는 그 순간 아이디어나 이미지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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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 박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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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동 535-9 ⓒ 박완순

최근 셰어하우스나 협소주택, 마이크로 하우징 등 주거양식에 대해서 사회적인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나의 프로젝트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요구를 하는 건축주들이 없었기에 크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주거양식을 요구하는 사회, 건축적 요구에 대해서는 건축가들도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기에 나오는 사회적인 현상인데, 나 역시 이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낀다. 정부, 시공사, 일조한 국민들 모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며, 정치, 사회적으로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어떤 자세라는 것이 있는가?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개인의 꿈이다. 건축가를 믿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꼭 만족시키고자 하는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 뒤로는 건물에서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자아실현. 그 이후가 경제적인 얘기가 될 것이다.

 

아직 젊은 편에 속하는 건축가인데, 꾸준히 주택 작업을 할 예정인지

 

의뢰받는 프로젝트에 크게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건축가는 어떤 건물이던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인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도시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직접 눈에 보이는 실체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구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근 프로젝트 중 관심 가는 다른 건축가의 프로젝트들이 있나?

 

판교에 위치한 건물 대부분은 완성도가 높다고 본다. 그중 정수진 건축가의 중정을 강조한 건물 들이나, 조성욱 건축가의 인테리의 완성도 등의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른 예술 분야 혹은 다른 건축가와의 협업 의사는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스스로 모든 작업을 관할하고 나의 손을 거쳐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설계, 감리 분리 법안에 대한 견해는?

 

건축가들이나 또는 건물의 완성도에 책임감을 느끼는 건축사들에게는 분리되어서는 안 되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책임감이 없는 건축사들에게는 분리되는 것이 옳다고도 생각한다. 어떤 부류의 건축가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접근해야 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주거는 무엇일까? 건축가가 생각하는 주거에서의 건강한 삶이란?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집이라는 건물이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꿈꾸던 아름다운 집, 뛰어놀 수 있는 마당 등의 요소들은 행복한 삶에 어느 정도 일조한다고는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자신의 집에 대한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껴야 하고, 거주자의 편의를 위해 건축 각론에 나오는 채광, 환기 등이 잘 고려된 집. 편안하게 잠 잘 수 있는 집.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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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동 주택 ⓒ 박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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