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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Various Types of Facade in the city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언가를 처음 대면할 때는 얼굴 혹은 몸, 혹은 이를 둘러싼 외피(Style)를 보기 마련이다. 글쓴이도 그렇지만, 건물의 외관 또한 그렇다. 때문에 파사드(façade)는 건물을 상징하는 얼굴과도 같다.

 

첫인상에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멋진 옷, 액세서리, 메이크업 등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돋보이도록 치장하는 것과 흡사하게, 독창적인 파사드로 마음껏 비주얼을 뽐낼 수 있는 건물의 개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껏 멋을 낸 파사드를 살펴보고 ‘오! 이 건물 멋지다’며 건축의 본질을 쉽사리 평가하곤 한다. 이 같은 태도는 마치 우리의 ‘외모 지상주의’와도 같이 껍데기, 즉 외피만 보고 건축물을 평가하는 우를 범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더러 있다. 하지만, 건물들의 생김새가 으레 그렇듯 숨막힐 듯 네모 반듯한 상자형태의 획일적인 테두리 안에서 파사드는 건물이 가진 크리에이티브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린 것처럼, 파사드 또한 건물의 내관을 위해 입술의 기능을 다하고 있음을 도심 속에서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건축 디자이너들은 건물 파사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파사드를 통해 그들만의 작품세계가 독창적임을, 그리고 이를 통해 건축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들어 3D 프린팅과 비정형 거푸집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통해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건축가들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통적인 요소에서 착안한 그들만의 방식의 파사드를 표현하는 건축가들도 있다. 또한, 단순한 패턴으로 파사드를 구성하는 이들도 있다면, 독특한 재료를 통해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형태와 텍스처로, 뚜렷한 특징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디지털 기술, 상자를 뚫어버린 외관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Hannam-Dong HANDS Corporation HQ/ THE_SYSTEM LAB ⓒ Yongkwan Kim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Hannam-Dong HANDS Corporation HQ/ THE_SYSTEM LAB ⓒ THE_SYSTEM LAB

THE_SYSTEM LAB의 한남동 빌딩(Hannam-Dong HANDS Corporation HQ)은 마치 조각 작품을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점점 ‘첨단화’되고 있는 최근의 건축 경향을 가장 잘 받아들인 건물이다.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현대건축에서 물론 비정형의 시공은 녹록지 않다. 곡선이 많이 들어간 콘크리트 건물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시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최근 산업디자인 분야에서도 사용 빈도가 높은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오차 없는 형태를 구현해냈다. 근대적 시공 방식 대신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해 유선형의 파사드를 디자인하고 재해석 함으로써 최종 결과물을 낸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장인정신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Dialogue in the Dark Bukchon/ Wise Architecture ⓒ Yongkwan Kim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Dialogue in the Dark Bukchon/ Wise Architecture ⓒ Wise Architecture

Wise Architecture가 설계한, 대나무 발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건물의 파사드는, 건물이 위치한 지역이 내포하는 전통적인 ‘장소성(북촌)’과 건물 프로그램의 일부인 ‘전시(어둠속의 대화)’ 공간과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실내 대나무 발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발산하며 마치 숲에 있는 듯 편안함을 주는 건물. 무형의 건물에서 유형의 무언가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와이즈 건축이 올해 완성한 이 파사드는 수작업으로 한 땀씩 꿰고 엮어 1층에 9채식, 총 3층 27채를 엇갈려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전통의 대나무 발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이 같은 외관은 건물의 파사드를 통해 마치 예술혼을 불태우는 ‘크래프트맨십’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고 자연의 공기를내부로 들이는 파사드를 실체를 보고 느끼면서, 한 땀 한 땀 대나무 발의 실을 매는 장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유연하게 변화하는 파사드가 주는 잔재미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Tropism of Wild Flower/ L’EAU design picture ⓒ Park Wan-soon, Diagram ⓒ / L’EAU design

L’EAU design에서 설계한 이 건물은, 건물이 가진 다양한 프로그램(오피스, 소매점, 카페, 주거 등)은 근린생활시설의 특성상 영구적이지 않고 변화가 빈번하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건물은 맥락을 잃지 않고 나름대로의 표피로 이를 따른다. 같은 층의 외벽이라도 각기 다른 재료와 창의 배치 등이 포인트를 주고, 프로그램을 고려해 설계한 파사드는 고유의 패턴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무작위로 배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외관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단조로운 외관을 돋보이게 하는 금속 스크린

도심 속 파사드의 다양한 유형들

Songpa Micro Housing/ SsD ⓒ SsD

SsD가 설계한 이 건물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듯한 기존 집합주택 프로젝트의 답답한 이미지를 벗어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뒤틀어서 변화하는 스크린 외피를 보여준다. 필요한 기능에 따라 밀도와 꼬이는 각도가 달라지며, 대면하는 위치와 시각에 따라 서로 달리 보이는 독특한 외형을 만들어 낸다. 차가운 텍스처, 단단한 소재는 우리 주방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건축재료를 단순한 방법으로 변형시킨 것만으로 건물에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일부인 파사드는 외형 그 자체만으로 건물의 완성도를 논하기는 물론 어렵다. 또한, 그 건축물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를 파사드를 통해 모두 보여주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다만, 파사드는 다양한 재료와 실험적인 공법 등으로 많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도전하고픈 하나의 캔버스가 되며, 건물 내/외부를 상징적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어떤 건물에 어떤 얼굴이 어울릴까?’ 건축, 디자이너들의 상상 나래는 오늘도 끊임없이 독창적이고 실험적이기를 고대한다.

 

글 : 박지일(마실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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