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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망하고 9번째 내놓은 이 서비스…1800만명 끌어모았다

1800만 간편결제 제왕 '토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제작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제목은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FINTECH-BEHIND THE SIMPLICITY)'입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자임하며 2015년 첫 서비스를 내놓은 뒤 7년. 지난 7년간의 '금융의 혁신'을 47분짜리 영상에 꽉 눌러담았습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고객들께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토스팀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망해온 시간이 다큐를 통해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3년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 핀테크회사가 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했는지 한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8전9기 실패의 역사, 그 끝은 '토스'

다큐멘터리 얘기하기 전에 토스 창업 비화부터 좀 풀어보겠습니다.


1982년생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뒤 2008년부터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외딴 섬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당시 수많은 인문학 서적을 읽던 중 특히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에 매료됩니다. 루소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너도나도 사회 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거든요. 이 대표는 그때부터 치과의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뒤로한 채 공중보건의 소집 해제 바로 다음날인 2013년의 어느 날, 사업자등록증을 냅니다. 회사 이름은 비바리퍼블리카. 프랑스대혁명 당시 민중이 외치던 구호로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었고요.


여덟 번이나 망했습니다. 여덟 번의 실패 뒤에 내놓은 게 스마트폰을 활용해 간편송금을 하는 토스 서비스였습니다.


이 대표는 다큐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고안한 당시를 회상합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자주 하는 건데 불편한 게 뭐가 있지?' 이런 생각에 집중했습니다. 초기 멤버 5명이 서울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거래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정말 다른 앱인 것처럼 불편하게 구성돼 있더라. 만약 정말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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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덟 번 망하고, 아홉 번 만에 내놓은 토스 서비스는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중단됩니다. 법의 테두리 밖이라는 게 주요 이유였습니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고, 송금하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골자였죠. 이 대표와 토스 멤버들은 그때부터 금융 당국과 은행을 찾아다녔습니다. 토스 멤버들은 은행장에게 수백 통의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고요. 2015년 청와대 업무보고에 청년기업가로 나선 이 대표는 "국내에도 핀테크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죠. 엄한 자리에 참석했던 고위 관계자들은 "일개 스타트업이 금융을 뒤흔들려고 한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지만, 결국 2015년 2월에 정식으로 토스는 서비스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뒤로는 우리가 알게 된 그대로입니다.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상대방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쉽고 빠르게 송금(계좌이체)할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했고요. 출시 첫해 토스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2016년 말 35억원이던 매출은 2018년 말 548억원으로 뛰어올랐고요. 2018년에 국내서는 네 번째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죠.


현재 누적 사용자는 1800만명, 누적 송금액은 130조원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토스는 미니보험 4종을 내놓고 보험서비스에 뛰어들며 독립보험대리점(GA)을 세웠고요. 체크카드 역할을 하는 '토스카드'와 중고차 시세조회 서비스 등도 잇달아 내놨습니다. 명실상부하게 계좌와 카드, 신용, 보험 등 각종 조회서비스와 적금과 대출 등 금융상품 개설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달부터는 증권사 운영을 허가받고 '토스증권'을 비바리퍼블리카의 100% 자회사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지점이 없는 모바일 전문 증권사를 표방하고 있고요. 국내 증권 시장에 12년 만에 등장하는 신생 증권사인 토스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사전 신청에만 5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리며 유례없는 인기를 보여주기도 했죠.


다큐멘터리로 '기존 금융과 다르다' 선언



다큐멘터리는 47분짜리 영상에 '기승전결'이 명확해서 토스 전체 구성원과 단체 인터뷰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크게 7개 테마로 구성돼 있는데요.


'불가능에 다가가기'→'형식보다 본질'→'일하는 방식과 문화'→'가장 큰 임팩트를 위해'→'간편함을 넘어'→'신뢰 쌓아가기'→'완전히 새로운 금융'.


스타트업 토스가 왜 장벽이 높은 금융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는지부터, 어떤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어집니다.


영상을 보고 난 소감은 "역시 스타트업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기성의 문법은 따라가기 정말 쉽지 않겠다"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7년간 성장해가며 겪은 모든 각고의 시간을 녹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토스만이 가진 '금융의 혁신'이라는 미션과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기반한 구성원 소통방식,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발생한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식 등 회사를 소개하고 기록하는 방식이 스타트업 특유의 쫀쫀한 맛이 있습니다. 특히 다른 것보다 보안 취약과 관련된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설명하고 해명합니다.


다큐를 관통하는 주제는 '우리는 기존의 금융과 다르다'는 메시지입니다. '금융은 어려운 게 아니다. 기존의 금융이 너무 어려웠다. 소비자의 삶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게 수십 수백만 명이 누릴 때 바로 혁신이다'는 메시지를 곳곳에 심어놨습니다.


이 와중에 다큐의 배경은 토스의 사무실인데요. 테헤란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12층 건물에서 청바지와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회의를 합니다. 이승건 대표가 어떤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설명하는데, 구성원들은 손을 들고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공유오피스와 같은 라운지가 펼쳐진 사이사이에 휴게공간과 업무공간이 뒤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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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마케팅입니다. '우리가 어떤 조직을 지향한다'를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일하는 모습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기존에 금융권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혁신이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여전히 미디어에서 비치는 금융의 모습을 떠올려볼까요?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목젖까지 꽉 짜맨 넥타이를 맨 은행원들의 모습이 시그니처처럼 떠오르잖아요. 요즘 은행의 모습이 사실 그렇게 고루하진 않지만요. 청바지와 반팔, 후드티와 체크셔츠를 입은 토스 구성원들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만으로 요즘 회사라는 느낌이 물씬 들죠.


"'규제를 바꾼다. 규제를 부순다'라기보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축을 소개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편익이 있다. 이거에 맞는 규제환경은 다시 디자인돼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들에 이해관계자가 공감해줘서 규제 변화라는 결과도 나왔다."


"대표가 앞에서 말해도 구성원 모두가 설득되지 않는다. 누구나 왜(Why)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이걸 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이걸 하면 어떤 지표가 유지되나요 묻는 게 일상이다."


"어느 기업을 가나 점점 더 높은 직군에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가 쏠리고, 그 사람은 정보가 더 많으니까 더 나은 의사결정과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토스는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정보에 투명하게 접근해서 누구나 다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일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게 다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30~40초 시간을 줄이는 것일 수 있고, 편하게 차 타고 가는 경험일 수 있다. 작은 삶의 변화 경험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 수백만 명 삶을 바꿔나갈 때 굉장한 혁신이 된다. 작은 삶의 변화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삶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토스가 다큐멘터리로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한 유니콘회사가 자신을 홍보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해가는 지난 7년간의 치열한 '혁신'에 대한 결과물을 담고 있습니다. 토스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 모두가 볼 만한 다큐멘터리라고 확신합니다.


토스 다큐멘터리ㅣ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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