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달에 집을 짓는다고?
달 유인탐사 상상도. 달은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아이콘, 빅 |
[이기자의 유레카!-36]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고개를 들 때마다 바라볼 수 있지만, 직접 가보긴 어려운 곳. 바로 우주입니다. 외계 생명체 탐사부터 달·화성 등에 유인 거주지를 만드는 우주 개척까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우주 탐사에 나선다는 흥미로운 발표를 했습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아이콘(ICON)이란 기업입니다. 나사의 지원을 받은 아이콘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거주할 집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제공할 예정입니다.
우주판 러브하우스? '올림푸스 프로젝트'
아이콘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주택. 방 2개, 욕실 1개로 이뤄진 46㎡ 규모의 집을 인쇄하는 데는 약 하루가 걸렸다고 합니다. /사진=뉴스토리 |
건축회사인 아이콘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주택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아이콘은 앞서 멕시코 비영리단체인 뉴스토리와 공동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월평균 소득이 80달러(약 9만2000원) 미만인 빈민층에 집을 만들어주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3D 프린터인 벌컨 2(Vulcan Ⅱ)를 이용해 약 46㎡ 규모의 집을 짓는 것이었죠. 방 2개, 욕실 1개로 이뤄진 이 집은 인쇄하는 데 약 하루가 소요됐습니다.
이 기업이 나사와 손잡고 우주판 '러브하우스' 만들기에 나섭니다. 아이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슨 밸러드는 "지구 밖 다른 세계에 집을 짓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야심찬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나사의 지원은 우주에서 인류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것과 우리가 지구에서 직면한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나사가 지원하는 '올림푸스 프로젝트'는 우주 공간 건축 프로젝트로 우주비행사들에게 필요한 거주지, 착륙선을 위한 시설 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나사가 아이콘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2024년까지 달 표면에 우주인을 보내는 계획으로 총 280억달러(약 32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내년 11월 무인 우주선의 달 주변 궤도 비행이 1단계, 이어 2023년 유인 우주선의 달 궤도 비행이 2단계, 마지막 2024년 인간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것이 3단계입니다.
달 유인탐사에서 우주비행사들은 달의 남극 지역에 착륙할 계획입니다. 탐사 과정에서 남극에 물 등 자원이 있는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물론 단순히 탐사 임무만 하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나사는 달을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달에 거주지를 만들고, 우주비행사들이 체류하며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진 우주를 탐사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유인탐사를 위한 달 기지는 이런 모습일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머물 거주지와 더불어 물자를 공급할 착륙선이 뜨고 내릴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게 됩니다. /사진=아이콘·서치플러스 |
당연히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거주지와 이들에게 물자를 공급할 착륙선이 이착륙할 수 있는 기반시설 등을 만들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극한의 온도, 방사능, 미세 운석을 포함한 혹독한 우주 환경으로부터 거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죠. 나사 관계자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얼음(생명유지와 로켓 연료용)과 달의 흙(건축 자재용) 등 달 부존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달 현지자원 활용(In-Situ Resource Utilization·ISRU)'이라고 하죠. 아이콘은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위치한 나사 마셜 우주비행센터와 제휴해 다양한 가공 및 인쇄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일산에 위치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도 '인공 달'이 있습니다. 340도 일교차와 방사선, 흙먼지까지 실제 달의 조건을 똑같이 구현한 인공 토양으로 월면토를 활용한 건설재료 생산, 구조물 건설을 위한 3D 프린팅 시공도 검증 가능하죠.
지난 5월 우주공간에서 제품 출력에 성공한 중국공간기술연구원(CAST)이 개발한 3D 프린터. /사진=CGTN 유튜브 캡처 |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도 앞서 지난 5월 우주 공간에서 3D 프린팅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에 활용할 운반 로켓 창정 5B를 시험발사했는데, 여기에 중국공간기술연구원(CAST)이 개발한 3D 프린터가 실렸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벌집 모양의 구조물과 중국판 나사인 중국항천과학기술공사(CASC) 로고를 출력하는 데 성공했죠. 우주 공간에서 3D 프린터를 통해 필수 부품을 만들 수 있다면 우주선 등의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美중소기업 뒤에서 밀어주는 나사
미국 정부는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와 중소기업 기술이전(STTR)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원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시작해 시제품 제작과 상업화까지 총 3단계로 이뤄집니다. 나사가 성공적으로 우주탐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수많은 미국 강소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나사 |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콘은 나사로부터 4년간 1400만달러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모두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중소기업 기술이전(STTR) 프로그램 덕분 입니다.
지난 7월 나사는 1단계 자금 지원을 위한 409건의 기술 제안을 선정해 총 5100만달러(약 59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사의 우주기술 미션 책임자인 짐 로이터는 성명을 통해 "나사는 다양한 임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미국 중소기업에 의존한다"며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화성 탐사선, 차세대 항공기 개발 등에서 중소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사에 따르면 1단계(Phase 1)에 선정된 기업들은 최대 12만5000달러를 지원받게 됩니다. 3D 프린팅 기술 외에도 △달·화성 등 우주에서 전력을 공급할 고출력 태양열판 개발 △상업적 에어택시 서비스를 위한 항공교통관제시스템 선진화 △우주선과 개인 보호장비를 포함한 의료산업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살균기 개발 △달에서 발견될 물을 수집· 정화하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 방안 개발 △하이브리드 전기 발전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저비용 리튬이온배터리 개발 등 다양한 기술이 선정됐습니다. 1단계 진척도에 따라 기업들은 후속 제안서를 제출하고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죠. 2단계에선 시제품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구보다 더 나은 행성이 24개?
우주 유인탐사를 위한 연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지구보다 생명체가 살기 더 좋은 환경을 갖춘 24개 행성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케플러-186f의 상상도. 케플러-186f는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서식 가능 지역`에서 어미별을 도는 지구 크기의 행성으로는 최초로 확인된 행성입니다. /사진=나사 |
미국 워싱턴주립대 우주생물학자인 더크 슐츠-마쿠치 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우주생물학'에서 생명체 거주 환경이 지구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춘 '생명체 거주 최적 행성'의 기준과 후보행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외계행성 중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내에 있는 암석형 행성을 선별했습니다. 항성은 태양과 같은 G형 별 중 온도가 더 낮거나 K형 왜성으로 범위를 좁혔죠. 또한 행성의 크기가 지구보다 10% 크고, 질량이 1.5배일 때 행성 내부의 열을 오래 유지하고 더 강한 중력으로 대기를 잡아둘 수 있어 생명체 서식에 최적의 조건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물도 지구보다 조금 더 많고, 평균 온도도 5도 정도 더 높으면 진화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죠. 연구팀은 이들 행성은 지구에서 100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현재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이지만, 향후 망원경 등을 통한 탐사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게임 아노2205 속 달 기지의 모습입니다. 먼 미래, 우주에 정착한 인류는 이런 모습일지도 모릅니다./사진=유비소프트 |
연구팀이 후보로 제안한 행성들은 말 그대로 생명체가 거주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을 뿐, 생명체가 그곳에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향후 생명체 탐사 여부는 유인탐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지구를 벗어나 우주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죠. 인류는 과연 푸른별의 고향을 떠나 지구 밖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의 연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