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나오지”…싼타페 잡고 쏘렌토 공격 ‘역대급 SUV’
토레스와 무쏘 [사진출처=쌍용차, 매경DB] |
'국산 SUV의 전설' 무쏘에서 영감을 받은 쌍용자동차 토레스가 결국 일냈다. 사전계약 돌풍을 태풍으로 키우더니 3개월만에 '5년 연속 국민차' 현대차 그랜저와 경쟁차종인 싼타페를 잡고 국민차 후보군에 합류했다. 기아 쏘렌토는 놓쳤지만 바짝 추격하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 1~9월 차종별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9월 국내 SUV 중 2위, 전체 3위
토레스 [사진출처=쌍용차] |
올 9월 토레스는 4781대 판매됐다. 지난달보다 39.3% 증가했다. 판매순위는 3위다. 1위는 쏘렌토다. 전월보다 14% 감소한 5300대 팔렸다. 2위는 현대차 쏘나타로 판매대수는 전월대비 19.7% 증가한 4984대다.
쏘렌토와 국민차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랜저는 4504대로 5위, 싼타페는 2531대로 16위에 그쳤다. 가격 측면에서 경쟁차종에 해당하는 준중형 SUV인 기아 스포티지는 4361대, 현대차 투싼은 2240대 각각 판매됐다. 토레스는 지난 7월 출시된 뒤 9월까지 총 9799대 팔렸다. 국내 판매되는 중형 SUV 중 2위다.
쏘렌토 [사진출처=기아] |
쏘렌토는 1만8743대로 1위다. 르노코리아 QM6는 8297대, 싼타페는 6578대로 집계됐다. 토레스는 주문도 밀려있는 상태다. 대기 물량만 6만대 수준이다. 출고대기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이후 현대차·기아 인기차종에서만 볼 수 있는 '1년 대기'도 임박한 상태다.
현 상황에서 생산차질만 발생하지 않으면 쏘렌토 다음으로 국산 SUV '넘버2' 자리는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토레스 돌풍은 30~50대 덕분이다. 연령대별 구매비중을 살펴보면 50대가 28.9%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22.2%, 40대는 21.8%로 그 뒤를 이었다. 60대는 15.2%, 20대는 9.5%로 나왔다. 성별비중은 남성이 78.2%, 여성이 21.8%다. 구매유형은 개인이 79.6%, 법인이 20.4%다.
'쌍용차 기네스' 갈아치워
토레스(J100) 디자인 스케치 [사진출처=쌍용차] |
토레스는 쌍용차 기록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6월13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 이상 계약됐다. 쌍용차 역사상 사전계약 대수가 첫날은 물론 사전계약 기간 통틀어서 1만대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사전계약 첫날 역대 실적은 지난 2005년 액티언이 세운 3013대다.
토레스 사전계약 첫날 실적은 현대차·기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기록이다. 또 현대차 투싼이 세운 1만842대도 넘어섰다. 사전계약 실적은 3주 만에 3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 판매 1위인 렉스턴 스포츠의 지난해 판매대수 2만5813대보다 많았다.
7월 중순에는 4만대, 7월 말에는 5만대를 돌파했다. 8월에는 6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쌍용차 총 판매대수 5만6363대를 가볍게 넘어섰다.
준중형·중형 SUV 틈새 공략
무쏘 [사진출처=매경DB] |
토레스 인기 비결은 무쏘 후광 효과, 정통 SUV 스타일, 가격경쟁력에 있다. 토레스는 2005년 무쏘가 단종된 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칸)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던 정통 SUV 야성을 되찾아왔다.
정통 코란도에 이어 무쏘까지 사라진 뒤 '정통 SUV'에 목말라했던 40~50대와 개성과 실용을 모두 중시하는 20~30대가 곧바로 토레스에 반응했다. 토레스는 무쏘 유전자(DNA)를 이어받았다. 도심형에 초점을 맞춘 기존 '소프트코어' SUV와 차원이 달랐다.
쌍용차 고유의 헤리티지(Heritage)인 강인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통해 '정통 하드코어' SUV 스타일을 완성했다. 여기에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 디자인을 추가했다.
스포티지 [사진출처=기아] |
토레스는 크기는 물론 가격에서도 현대차·기아 준중형·중형 SUV의 틈새를 노렸다. 틈새 공략은 토레스 인기에 한몫했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T5 2740만원, T7 3020만원이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뛰어난 2000만원대 중형 SUV다. '가격파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수준이다.
당초 동생인 준중형 SUV 코란도가 2253만~2903만원, 형님인 대형 SUV 렉스턴이 3717만~501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대 초중반대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됐다. 경쟁차종으로 삼은 중형 SUV인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 2.5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으로 각각 2958만~3944만원, 싼타페가 3156만~3881만원에 판매됐다.
토레스와 쏘렌토 싼타페.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쌍용차, 기아, 현대차] |
크기는 쌍용 코란도·기아 스포티지·현대차 투싼과 쏘렌토 중간에 해당한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00x1890x1720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680mm다. 코란도는 4450x1870x1630mm, 2675mm다. 스포티지는 4660x1865x1665mm, 2755mm다. 쏘렌토는 4810x1900x1700mm, 2815mm다.
토레스가 안심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품질 논란이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한 절박함에 서둘러 나오다보니 품질 완성도가 떨어졌다. AVNT(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소프트웨어, 전방 주차보조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폭우 때는 누수 현상까지 일어났다. 쌍용차는 품질 논란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되지 않도록 발 빠르게 무상 수리에 나서거나 개선책을 마련했다. 발 빠른 쌍용차 대응에 논란은 더 커지지 않았지만 신차에 더 혹독한 겨울이 남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