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돈 없어도 '경차' 싫어…캐스퍼·레이, 오히려 30·40대 선호 [왜몰랐을카]
20대가 선호하는 스포티지(왼쪽)과 20대 구입비중이 낮은 모닝 [사진출처=기아] |
"경차는 20대 생애 첫차로 제격이죠"
일반적으로 돈이 부족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20대 남녀에게 추천하는 생애 첫차는 경차와 소형차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차체가 작아 운전하기 편해서다. 자동차 브랜드가 경차를 내놓을 때 20대를 타깃으로 삼는다고 여겨졌다.
실상은 달랐다. 20대는 경차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오히려 20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30·40대가 경차를 많이 샀다. 17일 매경닷컴이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통계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현대차와 기아를 통해 연령별·성별 경차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다.
경차, 생애 첫차로 선호도 낮아
20대가 가장 선호한 아반떼 [사진출처=현대차] |
카이즈 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 상반기(1~6월) 연령별 등록순위에 따르면 20대가 많이 구입한 차종은 현대차 아반떼(4105대)로 나왔다. 그 다음으로 기아 스포티지(3486대), 기아 셀토스(3219대), 기아 K5(2058대), 현대차 투싼(1963대) 순으로 선호했다.
경차는 톱5에 포함되지 않았다. 생애 첫차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30·40대에는 톱5에 경차가 포함됐다.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다.
20대가 선호하는 SUV인 스포티지 [사진출처=기아] |
30대는 기아 쏘렌토(7149대), 기아 스포티지(6292대), 현대차 캐스퍼(5017대), 현대차 팰리세이드(4356대), 현대차 아반떼(4016대)를 많이 구입했다. 40대는 기아 쏘렌토(7391대), 기아 카니발(7321대), 현대차 팰리세이드(6332대), 기아 레이(5246대), 현대차 캐스퍼(4791대)를 선호했다.
50·60대 톱5에도 경차는 없었다. 50대는 그랜저(6277대)를 가장 많이 샀다. 그 다음으로 제네시스 G80(5398대), 쏘렌토(5279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4848대), 아반떼(4795대) 순이다. 60대의 경우 쏘나타(5993대), 그랜저(5364대), 렉스턴 스포츠(4583대), G80(3825대), 쏘렌토(3644대) 순으로 선호했다.
30·40대는 캐스퍼·레이, 50·60대는 모닝
30대와 40대가 선호하는 경차인 레이 [사진출처=기아] |
차종별 구매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대의 경차 외면 현상이 입증됐다. 기아 레이를 가장 적게 구매한 연령대는 20대(965대)다. 반면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40대(5246대)대다.
30대(3824대)와 50대(3080대)도 3000대 넘게 구입했다. 구매비중에서 20대는 60대 이상(1804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 캐스퍼도 2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선호하지 않았다. 20대(1881대)가 가장 적게 구매했다.
50대 이상이 많이 구입하는 스파크 [사진출처=쉐보레] |
이와 달리 30대(5017대), 40대(4791대)는 캐스퍼를 적극적으로 샀다. 50대(3761대)와 60대 이상(2297대)도 20대보다 경차를 많이 구입했다. 기아 모닝에서도 20대 외면 현상이 나타났다. 또 레이·캐스퍼와 달리 30·40대보다 50대 이상이 모닝을 선호했다.
50대(3616대), 60대(2814대), 40대(2209대), 30대(1202대), 20대(615대) 순으로 나왔다. 쉐보레 스파크도 20대 외면, 50대 이상 선호 현상을 보였다. 50대(1561대), 40대(1340대), 60대(965대), 30대(842대), 20대(365대) 순으로 나왔다.
20대 남성, 경차 선호도 가장 낮아
3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선호하는 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
성별 선호도까지 감안하면 20대 남성의 경차 외면이 두드러졌다. 전 차종 모두 20대 남성 구매자 비중이 가장 적었다. 차종별 20대 남성 구매대수를 살펴보면 레이는 378대, 모닝은 203대, 스파크는 122대, 캐스퍼는 515대다.
20대 여성 구매대수는 레이 587대, 모닝 412대, 스파크 243대, 캐스퍼 1366대다. 20대 남녀가 외면한 캐스퍼는 30대 여성이 가장 선호했다. 구매대수는 2968대다. 40대 남성은 2575대, 40대 여성은 2216대로 그 뒤를 이었다.
레이의 경우 4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구입했다. 구매대수는 3236대다. 40대 여성은 2010대, 30대 남성은 1965대, 30대 여성은 1859대로 집계됐다. 모닝을 가장 많이 구입한 연령·성별은 50대 남성이다. 1927대 샀다. 50대 여성은 1689대, 60대 이상 남성은 1622대, 60대 이상 여성은 1192대로 그 다음이다. 스파크도 50대 남성이 선호한 경차다. 922대 구매했다. 40대 남성은 788대, 50대 여성은 639대, 60대 이상 남성은 572대로 그 뒤를 이었다.
불안·불편 없앤 경차, 세컨드카로 인기
안전 및 편의사양이 경차 수준을 뛰어넘고 공간도 넓힌 신형 레이 [사진출처=기아] |
업계는 이에 대해 20대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 경차보다는 좀 더 비싼 소형·준중형 세단·SUV를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단시간 빌려타는 카세어링과 할부나 리스 등 자동차 금융 확산도 경차 외면 현상에 영향을 줬다고 풀이한다. 카세어링 주력 차종은 경차다.
'소유'보다는 '공유'에 익숙한 20대는 카세어링을 통해 경차를 경험한다. 쉽게 빌려 탈 수 있기에 경차 구매욕구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이자는 비싸지만 목돈 부담을 줄여준 자동차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더 비싼 차를 탈 수 있다.
1가구2차량 시대를 맞아 30·40대는 출퇴근용이나 가벼운 나들이용 세컨드카로 경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큰 차가 필요 없어진 50대 이상도 20대보다는 경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경차를 20대는 외면하지만 30대 이상이 선호한다. 사진은 레이와 캐스퍼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
아울러 가격이 소형차·준중형차 수준으로 비싸진 대신 안전·편의사양이 향상된데다 레이·캐스퍼처럼 공간 활용성이 우수한 경차가 등장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작아서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경차 단점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편의성 향상으로 경차 가격이 비싸지면서 20대는 돈을 좀 더 보태 소형차나 준중형차는 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30대 이상은 '불안·불편' 단점을 줄인 경차를 가족용 세컨드카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