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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온천 악어섬 수주팔봉…코로나 피폐 심신 달래주는 최적의 여행지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요즘 같은 시기에

그럴싸한 답은 힐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충북 충주만한 고장이 없다.


중심고을 충주(忠州)는

마음(心)의 중심(中)을

잡는 땅이기도 하다.


우선, 시원한 경관으로

눈 호강을 할 수 있다.


랜선 웰니스 프로그램도

있으니 접속만 하면

집콕 명상도 가능하다.


잘 정비된 산길과 호숫길을

걸으면 심신이 회복된다.


마지막으로 30첩 반상은

수안보 온천욕을 대체할

건강식이다.

눈 호강 포인트: 요즘 핫한 악어봉과 '절경' 수주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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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팔봉 전망대에 오르면 달천이 둥글게 팔봉마을을 감싸고 있는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백사장은 차박으로 유명해 마을에 글램핑 시설이 있다. [사진 제공 = 충주시]

월악산 자락 악어봉은 작가들이 몰래 찾던 숨은 사진 명소였는데, 몇 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폭발이다. 이제는 충주의 대표 풍경이 돼 충주시 홈페이지 문화관광 포털 배경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수많은 악어가 진을 치고 진격하는 듯한 장면을 보려면 험난한 길을 올라야 한다. 현재는 비법정 등산로뿐이라 정비가 잘돼 있지 않아 위험하고, 적발 시 범칙금이 부과된다. 다만 악어봉 주변이 보호구역에서 해제됐고, 충주시도 연말까지 정식 등산로를 내는 계획을 세웠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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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악어섬의 풍광이 요즘 뜨겁다. 이 장면을 보려면 월악산 자락 악어봉까지 위험천만한 산행을 감행해야 한다. 올해 말 정식 등산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충주시]

전통의 풍경 강호는 수주팔봉이다. 말 그대로 수려한 산봉우리 여덟 개가 물속에 비치고 기암절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조선조 철종이 낮잠을 자다가 본 동양화 같은 장면을 잊지 못해 신하들에게 찾으라고 지시하였는데, 신하들이 수주팔봉 그림을 올렸다. 철종은 직접 행차해 꿈에서 본 그곳이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의 지류인 달천이 마을을 둥글게 감싼 전망을 마주하게 된다. 카메라 앵글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장대하다. 달천 변은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차박'의 성지다.

웰니스 체험: 온라인서 배우는 싱잉볼과 선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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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샘에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이 있다. 선무도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법이다. [사진 제공 = 충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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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이메일을 발송하는 남자,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2002년 충주시 노은면에 왔을 때는 말 그대로 깊은 산속이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자 7만평 용지에 옹달샘처럼 건물이 솟아나고 숲이 정비됐다. 그렇게 탄생한 깊은 산속 옹달샘은 어느덧 10년 세월이 흘러 기업체나 교직원 연수지로도 손에 꼽히는 명소가 됐다. 가족이나 동료끼리 안식을 찾으러 오기도 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웰니스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명상 중 대표 프로그램은 싱잉볼이다. 티베트에서 유래한 싱잉볼은 요강같이 생긴 그릇을 튕겨서 내는 소리로 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그렇게 생긴 파동으로 마음의 찌꺼기를 짜내는 요강인 셈이다. 몸 쓰는 수련으로 선무도가 있다. 이름이 꼭 남매 같지만 그렇지 않은 김재덕 씨와 김재연 씨가 시범으로 보여준 현란한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초보자용 맞춤형 강습도 있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네이버 카페 '온샘(온라인 옹달샘의 준말)'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무료 프로그램도 있으며, 향후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딱 세 시간 걷기: 산길 하늘재, 사랑이 오는 종댕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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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와 문경을 잇는 하늘재 탐방로는 호젓한 숲길이다. [사진 제공 = 충주시]

충북 충주는 경북 문경과 접한다. 문경과 충주를 잇는 백두대간 길이 하늘재다. 출발지인 미륵사에서 경북 문경을 찍고 오면 왕복 3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하늘재라는 이름과는 달리 고도는 500m로 그리 높지 않고, 경사 역시 8.2%로 산길치고는 평평한 길이다. 거의 하늘재 정상석에 도착할 때쯤 '연아 닮은 소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반겨준다. 연아와 인사하고 15분가량 지나면 행정구역상 경북 문경에 속하는 정상석이 나온다.


충주는 호반 도시다. 새벽녘 물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고, 고즈넉한 노을이 은은하게 퍼지기도 한다. 충주호를 옆에 두고 즐기는 걷기 코스는 종댕이 길이다. 숨을 헉헉거리는 산행이 아니라, 심항산 주변을 한 바퀴 천천히 느긋하게 걷는 코스다. 4㎞ 둘레길에는 조망대, 화장실, 팔각정, 쉼터, 포토존 등 시설이 있어 쉬어가거나 감상하기도 좋다. 하트 모양 둘레길을 연인과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든지,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건강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든지 하는 사연은 재미를 더한다. 천천히 걸음을 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 뭐 먹지? 반찬이 촤르르르르~보약같은 산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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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찾았다 하여 '왕의 온천'이라고 불린다. 코로나19 탓에 온천욕은 어렵지만, 그래도 충주까지 왔다면 수안보를 반드시 들러야 할 이유가 있다. 산채정식 때문이다. 주문하면 전라도 밥상 저리 가라며 시위를 하듯 아주머니가 3번에 걸쳐 반찬과 밥을 '촤르르르르~' 깔아준다. 하나둘 깔릴 때마다 처음 보는 나물이 등장하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도 많이 물어봤는지 접시에 이름이 적혀 있다. 밥은 물론이고 구수한 된장찌개와 숭늉도 나온다.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지만, 인근 치악산과 월악산에서 채취한 나물과 함께 오물오물 씹다 보면 어느 순간 빈 접시가 더 많아진다. 환상의 짝은 수안보 생막걸리다. 걸쭉하고 톡 쏘는 달콤한 막걸리는 고소한 나물과 어우러져 찰지게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생막걸리는 유통기간이 일주일 남짓이라 수안보를 벗어나면 구하기 어렵다.


(영화식당,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물탕1길 11, 산채 정식 1인분 1만6000원)


[충주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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