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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걱정·걱정·걱정 다 말래! 말레이시아

여행+

말레이반도 동쪽 항구도시 쿠안탄

 

남쪽으로는 넓은 초원 펼쳐지고

북쪽 해변에는 다양한 리조트

 

붉은 지붕 `클럽메드 체러팅비치`

숲·바다 모두 품에 안은 목조건물

 

쉬면서 멍때리며 `머리 속` 비워내고

외줄로 나무 오르며 짜릿한 `액티비티`

매일경제

말레이시아 쿠안탄에 자리한 클럽메드 체러팅비치는 4㎞가 넘는 프라이빗 비치를 자랑한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다. 우연히 본 한 글귀 때문이었다. 창문 너머 바깥을 멍하니 쳐다본다는 뜻의 포르투갈어 동사 '자넬라(janelar)'. 우리말로 하면 '멍 때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가 내 여행부심을 일깨웠다.


비행기에 올랐다. 타원형 창 너머로 흰 구름이 띄엄띄엄 퍼져 갔다. 옆자리에 앉은 구릿빛 피부의 아저씨는 모니터 속 영화가 재미난지 연신 웃음꽃이다.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아이와 함께한 뒷자리 가족은 끊임없이 이야기 삼매경이다. 역시나 세상은 흥미롭다. 다름에서 찾는 평범한 즐거움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해의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점점 적도를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자넬라'를 실천하기 위한 내 행선지는 적도 조금 위에 위치한 곳으로 정했다. 한때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또 황금반도로 불린 말레이시아다.


이곳을 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생각보다 덜 알려진 곳이라는 점이다. 최근에 조호바루나 코타키나발루 등의 휴양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한달살기 열풍에 우선순위로 꼽히는 곳이 말레이시아지만 아직 수요는 미미하다. 더구나 말레이민족부터 중국계, 아랍계, 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진 다문화국이라는 점도 흥미를 자극했다. 그만큼 '세상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란 기대가 앞선 이유다.


시간탐험대가 됐다. 1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시차가 1시간이라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한 번 경유까지 해서 8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을 했는데도 피로도가 크지 않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매력적이라고 몸이 반응한다. 예감이 좋다.


최종 목적지는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주인 파항주의 주도 쿠안탄(Kuantan). 말레이반도 동쪽에 자리한 항구도시다. 도시의 남쪽은 과수원을 위시한 넓은 초원이, 북쪽은 보르네오해 해안을 휴양지로 개발해 다양한 리조트가 모여 있다. 북쪽으로 향했다. 바다가 있는 휴양지라고 한 게 무색할 만큼 굽이굽이 깊은 숲을 가로지른 길로 10여 분을 달려서야 리조트에 닿았다. 클럽메드 체러팅비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주황색에 가까운 붉은 지붕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니 전부 나무로 지어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건물이라며 손 흔들며 반긴 GO가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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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리조트를 표방하는 곳답게 곳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체러팅비치에 오기 전, 내심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자고 말이다. 그래서 바로 멍 때리기 도전을 감행했다. 대신 한 곳에서만이 아니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머리를 비워냈다. 그러다 보니 슬슬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가장 마음을 움직인 곳은 공중그네, 아니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하늘을 가르는 액티비티였다. 0.1t의 내가 날 수 있을까를 의심하기도 전 이미 반대편으로 날았다. 멍 때리기 이상의 짜릿한 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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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러팅비치에만 있는 트리 톱 챌린지는 스릴 만점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또 다른 액티비티 체험에 나섰다. 이번에는 트리 톱 챌린지, 그러니까 나무 오르기였다. 이 액티비티는 여기 체러팅비치에만 있다고 하니 도전 욕구가 더욱 상승했다. 이미 여러 어린이들이 나무를 타거나 외줄을 건너고 있었다. 마흔 줄 어른은 혼자였지만 굽히지 않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포비를 닮은 아저씨의 뒤뚱뒤뚱하는 모습에 아래쪽에서 대기하는 아이들은 배꼽을 잡았다. 하지만 부끄러움도 잠시. 마지막 고지까지 가까스로 성공한 내 자신이 뿌듯했다. 이 또한 추억이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던 내게 한 GO가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한민족의 힘을 보여주셔야죠." 무슨 말인가 하고 쳐다봤더니 양궁장으로 손을 가리켰다. 세계 1위의 양궁 실력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갑자기 승부욕이 솟구쳤다. TV 예능에서 연예인들의 양궁 실력을 보며 "저걸 못 맞히나" 했는데 웬걸, 실제 활시위를 당기니 쉽지 않았다. 과녁을 향해 잘 조준했는데도 불구하고 화살은 중앙을 외면했다. 도전, 또 도전 끝에 결국 골드 맛을 봤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에도 주위 어린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웃음제조기 등극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지만 가는 곳곳마다 기대 그 이상이었다. 일상의 답답함, 힘듦은 어느 순간 훌훌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창문하다'를 시작으로 떠난 여행의 끝은 나를 보는 여행이었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욕심을 내려놓으면 보여진다.

말레이시아 쿠안탄 100배 즐기는 팁

  1. 한국에서 쿠안탄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쿠알라룸푸르까지는 6시간40분, 국내선을 갈아타고 40분을 더 가야 한다. 쿠안탄 공항에서 클럽메드 체러팅비치까지는 차량으로 45분가량 걸린다.
  2. 클럽메드 체러팅비치는 내년 1월 개봉하는 디즈니 신작 '스파이 지니어스'와 손잡고 특별 이벤트를 운영한다. 어린이와 함께 가족이 참여하는 미션을 수행하면 인증서 및 경품을 제공한다.
  3. 최근 동남아 여러 국가에 소아마비를 유발하는 폴리오 바이러스가 발병했다. 성인은 예전에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1회만 하면 되나 영·유아는 총 4회 접종을 해야 하는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쿠안탄(말레이시아)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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