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유니폼을 미니스커트로? 60년 전 한 항공사가 쏘아올린 도발
몇몇 직군의 유니폼을 보면 직업을, 그리고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2020년 6월,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는 기존 성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유니폼 디자인을 제안했다. 성을 구분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여기는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 사고를 유니폼에 적용한 것이다. 이렇듯 시대가 바뀜에 따라 유니폼 디자인도 변화한다.
사진 = 에어로케이 |
당장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과거로 떠나보자. 60년 전 승무원 유니폼은 어땠을까? 먼저 시대를 살펴보면, 1960년대의 항공산업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민간 항공 사업이 성장했다. 항공산업을 이끌던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나왔고, 따라서 항공사들도 성별, 인종 차이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비해 폭넓은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승객과 승무원의 접점이 많아졌다. 4개 항공사의 유니폼을 살펴보며 시대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어떤 디자인을 선보였는지 살펴보자.
- 01 - 브래니프 항공 Braniff Airlines
사진 = pinterest |
디자이너 에밀리오 푸치는 1965년 달라스에 본사를 둔 브래니프 항공을 위해 헬멧을 디자인했다. 유리 버블처럼 생긴 헬맷은 바람이 부는 활주로에서 승무원들의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사진 = pintere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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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에밀리오 푸치를 대표하는 디자인은 밝은 색상과 세련된 패턴이었는데, 그는 승무원 유니폼에도 본인의 스타일을 반영했다. 핑크색 상의와 화려한 곡선 패턴의 치마 그리고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디자인의 헬멧에서 엿볼 수 있듯, 브래니프는 완전히 새로운 승무원 유니폼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 02 - 터키 항공 Turkish Airlines
사진 = pinterest |
터키항공은 진한 핑크색 승무원 유니폼을 선보였다. 당시 마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 앤디 워홀 같은 셀럽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핑크색을 활용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핑크는 대중문화를 상징하며 동시에 개성을 표현하는 색상으로 인식됐다. 또한 기내 승무원들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위 사진을 살펴보면 승무원들의 남색 모자가 눈에 띄는데 남색은 진실과 성실을 상징한다. 또한 직관적인 활동을 돕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내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 03 - 에어프랑스 Air France
사진 = pinterest |
1960년대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1963년, 에어프랑스는 유니폼 디자인을 디올 하우스에 의뢰했다. 당시 디올 하우스의 디자이너였던 마크 보앙의 작품으로 사다리꼴의 트라페즈 실루엣, 필박스 모자, 디올의 시그니쳐인 끝이 날렵한 펌프스 등 당대 패션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늘색 유니폼은 여름용, 남색은 겨울용이다. 여름에는 치마가 돋보이는 반팔 원피스 디자인이 포인트. 겨울에는 둥근 옷깃과 짧은 재킷, 리본으로 매듭진 흰색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고 있다. 당시 에어프랑스는 프랑스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널리 어필하려 이러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 04 - PSA 항공 PSA Airlines
사진 = pinterest |
PSA는 1949년 설립해 1988년 USAir에 합병된 미국 항공사다. 저비용 항공사(LCC)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항공사로 유명하다. PSA의 가장 큰 특징은 유머였다. 슬로건이 ‘세계에서 가장 친밀한 항공사’일 정도로 캐주얼한 무드를 추구했다.
사진 = pinterest |
남성 승무원의 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실제로는 남성 승무원의 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여성 승무원을 항공사 마케팅에 이용하며 미니 스커트 유니폼 디자인을 선보였다. 1970년대 초반에는 미니스커트가 핫팬츠로 바뀌고 고고 부츠를 착용했으며 이런 분위기는 후발주자인 사우스웨스트항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미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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