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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에 푹 빠져… `함안차사`도 틀린 말 아니네

경남 함안 가을여행

한번 오면 못 돌아간다는 경남 함안


악양루 올라 `처녀뱃사공` 흥얼

보트 타고 저수지 따라 단풍놀이

경비행기 훨훨 가야 유적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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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악양루는 국민가요 `처녀뱃사공`에 영감을 주었다. 석양 감상 명소로 손꼽힌다. [사진 제공 = 함안군]

함안차사. 함흥차사의 오기가 아니다. 함안에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함안군에 한 노인이 죄를 지어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했는데, 노인에게 벌을 줘야 할 관료들이 내려오는 족족 임무에 실패했다. 노인 딸인 노아의 미색에 반해 본분을 망각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늦가을 찾은 경남 함안은 저 '함안차사'라는 말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매혹적인 곳이었다.

'처녀뱃사공' 남긴 남강의 노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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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가 조성된 악양생태공원. [사진 제공 = 함안군]

바야흐로 계절은 겨울을 향해 가고 있다. 연말이 지근거리인 지금, 하루를 마감하는 해 질 녘 노을은 깊고 진하다. 여름철엔 해가 성큼 떠서 뚝 떨어지는데, 겨울로 갈수록 해는 산 중턱에 걸터앉아 느릿느릿 사라진다. 함안에서는 해가 질 때 남강에도 그 흔적을 남긴다. 유유히 흐르는 강과 노을로 물든 가을 들녘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악양루와 바로 옆 악양생태공원이다. 악양루에서 이 노을을 보고 가수 윤복희의 부친 윤부길 작사가는 국민가요 '처녀뱃사공'을 지었다. "낙동강 강바람이 앙가슴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 가슴 물결이 이네"라는 가사 속 낙동강은 사실 남강이었다. 그 흔적이 함안군 대사면 악양생태공원에 비석으로 남아 있다. 공원에서 강변을 따라 데크로드를 걸으면 바위 위에 지어진 악양루가 나온다. 누각에 오르면 저 멀리까지 이어진 제방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생태공원에 조성된 핑크뮬리와 공원 입구에 문을 연 처녀뱃사공 카페도 요새 붐빈다. 핑크뮬리는 인증샷 명소로 인기를 끌었고, 카페는 배 갑판을 형상화한 건물과 핑크뮬리 색깔의 새콤한 음료를 내놓아 화제다.

모터보트 타고 단풍 구경 '입곡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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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타고도 감상할 수 있는 입곡저수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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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역을 빨갛게 노랗게 물들였던 단풍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함안군 산인면 입곡리의 입곡저수지를 따라 삼림욕장이 조성된 입곡군립공원도 곧 완연한 빛을 낸다.


1시간 정도면 저수지 주변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데, 호수를 가로지르는 96m 출렁다리는 물결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정말로 물결 위를 원한다면 함안군에서 운영하는 아라힐링카페의 무빙보트를 추천한다.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무빙보트를 타면 저수지 위를 유유자적 물 흐르듯 떠다닐 수 있다. 최대 8인이 탑승 가능한 모터보트 이용 가격은 4인 기준 2만원이고, 1인 추가 비용은 5000원이다.

경남 최대 승마시설서 말 위에 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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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함안군 승마공원.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무사태평해 말이 살찐다는 뜻이다. 말도 아닌 주제에 살이 쪄 버렸다. 그래서 오르기 미안했지만 헬멧을 쓰고 안전조끼를 착용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체험자 안전뿐만 아니라 말의 안위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자에게 허리를 내준 승마 체험용 말은 한라마라는 종으로, 몸무게가 300㎏ 정도다. 말은 무게의 80%까지는 등에 태울 수 있어서 괜찮단다. 여럿이 함께하는 승마 체험으로 가족 나들이객에게는 독일에서 공수해 온 '유럽 전통 클래식 마차'가 인기다. 승마 체험은 성인 1인 1만원, 청소년은 5000원이다. 클래식 마차는 4인 기준 2만원이고, 1인당 5000원을 추가해 6명까지 동시 탑승할 수 있다.


진짜 승마를 원한다면 월 50만원을 내고 배울 수 있다. 함안군민은 50% 할인이 적용된다. 현재 승마회원 200여 명이 경남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함안군 승마공원을 이용한다.

경비행기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함안

함안에 왔으면 아라가야에 대해서도 알아가야 한다. 함안은 낙동강 하류 지역 연맹왕국 가야의 중심이다. 김해를 기반으로 한 금관가야나 고령의 대가야만큼이나 함안 아라가야도 규모가 컸다.


가야 유적 1830여 개 중 190개 정도가 함안에서 나왔는데, 이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인 함안 가야리 유적이 사적 554호로 지정돼 함안군청과 함안박물관을 끼고 있는 말이산 고분군까지 군 전체가 가야 유적이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이다. 봉긋 솟은 고분이 듬성듬성 흩어진 게 아니라 37기 고분이 쭉 이어졌다. 항공 사진으로 본 고분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함안군에 문의했더니 경비행기 체험장이 있단다.


즉시 악약생태공원 인근 둑방길에 있는 경비행기 체험장으로 갔다. 아쉽게도 서울로 가는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5분 남짓 남강 주변을 돌았다. 반쯤 수확을 마친 논의 풍경과 함안 대표 농산물인 수박 하우스가 내려다보였다. 둑방길에 양귀비꽃이 만개하는 5~6월엔 체험 희망자가 많아 조종사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연이어 비행을 계속한다. 비용은 1인당 5만원이다.


함안차사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함안의 볼거리, 먹을거리 모두 매혹적이지만 흠뻑 취한다고 해서 신상에 해로움은 없다. 이제 11월이 딱 20일 남았다. 경남 함안에서 늦가을 정취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놓칠 수 없는 함안 맛집 5

늦가을 정취를 만끽했다면 허기진 배도 달래주자. 함안에 왔으면 한번 먹어볼 만한 식당과 메뉴 5개를 꼽았다. 함안군청 관계자들이 추천한 식당이다. 토박이 선정 맛집이다.


1. 대영한우식당 - 된장 샤부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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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에 샤부샤부? 기발한 상상을 실제 음식으로 구현해 놓았다. 된장은 반은 구매하고 반은 직접 담근 것을 섞었다고 한다. 한우를 넣어 호박잎 등 채소와 끓여 먹다 보면 육수가 더욱 진해진다. 국물이 짜지 않을 정도로만 자극적이어서 밥에 국물을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 우동 사리나 라면 사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1인분(100g)에 1만2000원. 주소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충무길 63.


2. 대구식당 - 한우국밥


해장이 필요하다면 국밥촌이 적합하다. 함안 직장인들이 점심 때 가장 발길을 많이 주는 곳이다. 국밥집은 세 곳이 있는데 대구식당부터 가득 찬다고 한다. 대표 메뉴인 한우국밥은 입안이 약간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을 내 속을 확 풀어준다. 두툼하게 썰어놓은 수육과 선지, 잔뜩 뿌려놓은 콩나물 등 재료가 푸짐하다. 밥과 짬뽕 중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시길. 국밥 종류는 한 그릇에 7000원. 주소는 경남 함안군 함안면 북촌2길 50-27.


3. 쾌지나칭칭 - 왕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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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빗대가 아기 팔뚝만 하다. 그릇 안에 두 개가 꽂혀 있다. 갓김치, 깍두기와 먹기 딱 좋다. 왕갈비탕뿐 아니라 돼지갈비도 일품이다. 왕갈비탕은 한 그릇에 1만2000원. 주소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새터길 168-2.


4. 옛날국시 - 국수


옛 함안역 폐역 앞에 국시집이 하나 있다. 큰 간판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분명 식당이다. 포털에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데, 평일 오후 4시에 손님이 제법 있는 것으로 미뤄 숨은 맛집이 분명해 보였다. 국물이 칼칼하고 면을 탱탱하다. 입만 대면 면이고 국물이고 호로록 빨려 들어간다. 국수는 한 그릇에 5000원. 주소는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58-20.


5. 진이식당 - 명태전, 솔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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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꽉 찬 명태를 통째로 전으로 부쳐서 내어준다. 자꾸 젓가락이 가는데, 명태 요 녀석은 미끄러지고 흘러내려 잘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땐 진이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솔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가격은 명태전 1만원, 막걸리는 한 되에 1만원. 주소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470-14.


함안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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