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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별이 된 ‘파파’ 박항서…“성적 나오니 구식 소리 쏙 들어갔죠”

베트남 선수 특성 고려해

4백 대신 3백 전술 펼쳐

기존 자원 최대한 활용

역사 남을만한 성과거둬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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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쌀+히딩크), 베트남 파파···.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6)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그가 베트남 축구를 위해 보여준 리더십을 짐작하게 한다. 이를 인정받은 그는 최근 제17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옛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PONY 鄭(포니정)’에서 따온 이 상은 혁신적 사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이에게 주어진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박 감독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님께 수상 소식을 먼저 들었다”며 “축구인으로서는 이 상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고 해서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말에 손을 내저은 박 감독은 “며칠 전 베트남 나트랑에 가서도 초중고 교장 선생님들 200여명을 모시고 강연하며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특별히 내가 가르칠만한 리더십은 없다고 답했다. 이미 60대의 나이였고, 3부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처음에는 그저 1년 정도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갔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감독은 그전까지 8개월 이상 감독직을 수행한 외국인이 없었던 베트남에서 5년 4개월을 보냈다. 그 사이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첫 8강, 월드컵 최종 예선 최초 진출 등 성과를 일구면서 140위권에 머물던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두자릿수까지 올려놓았다.


박 감독은 “시간이 너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육성보다 있는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데 신경쓰라는 히딩크 감독님의 말을 따랐다”고 말했다. 감독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맡겨오던 기존 시스템에 문제를 발견한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를 설득해 장비 담당, 마사지사, 분석관 등을 뽑았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맡고 있던 홍명보 감독에게 부탁해 대한축구협회 분석관을 모셔 3박4일 동안 코치들을 교육시켰고, 월드컵 경험이 있는 최주영 의무실장 등도 영입했다.


축구 전술도 마찬가지였다. 체격이 작은 대신 기술과 민첩성이 좋은 베트남 선수 특성을 고려해 중앙 수비수가 2명인 4백대신 3백 전술을 택했고, 공을 갖게 되면 속공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왜 구식 3백을 쓰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성적이 나온 후부터는 포메이션을 두고 나에게 따지는 사람이 없더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물론 신뢰를 얻지 못했으면 할 수 없던 변화들이다. 박 감독은 “나도 감독으로서 선수를 평가하지만 선수들 역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리더를 평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수단과 스탭들까지 다 하면 거의 50명 되는 조직인데 이들을 ‘원팀’으로 만들기 위해서 운동장에서는 엄격하더라도, 훈련이 끝나면 베트남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아버지나 형처럼 선수들을 대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이를 위해 박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베트남 정신이 무엇인지 토의를 한 뒤 단결심과 자존심, 영리함과 투지라는 네 가지로 정리를 했다. 또한 식사 시간 휴대폰 사용 금지, 복장 통일, SNS로 팀 비방 금지, 시간 지키기 등 구체적인 생활 규율도 정해 선수들과 공유했다. 박 감독은 “유교 문화가 강한 베트남 특성상 우리의 70,80년대 같은 정서도 있어서 고려해 만든 것”이라 말했다.


다만 규율 외에도 식사나 잠자리 같은 사소한 부분이 인간적인 신뢰를 쌓기 위해 오히려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첫 날 식사를 하는데 양식을 따로 챙겨주길래 선수들과 똑같은 베트남 음식을 달라고 했고, 기존 외국인 감독들은 합숙 훈련 때도 집에 가서 따로 잤다길래 선수들과 직접 스킨십을 하기 위해 같은 숙소를 썼다”고 돌아봤다.


아름다운 이별을 했지만 이제는 축구인재 육성에도 관심가지겠다는 것이 박 감독의 포부다. 그 첫 걸음은 오는 6월 1일 현지에서 문을 여는 유소년 축구학교다. 박 감독은 “그 날이 베트남에서는 어린이날”이라며 “내년에도 6.7% 경제성장한다고 하는 젊은 나라인만큼 축구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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