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47살' 코란도, 전기차로 '역주행'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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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車-160] 쌍용자동차 코란도(KORANDO). 생존 위기에 처한 쌍용차와 함께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코란도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태어났다. 이름은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의미로 널리 알려졌다.
한때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가슴 떨리는 대명사였다. 국산차 브랜드가 글로벌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없던 1970년대 "그래 우리도 멋진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코란도도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국산 모델이다. 현재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UV 대세'도 코란도 덕이다. 국산 SUV 원조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47세. 중년처럼 길흉화복을 모두 겪었다. 1974년 1세대가 등장한 뒤 '남자의 로망'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근육질 야성미와 탄탄한 주행 성능은 높은 평가로 받았다. 거친 승차감도 장점처럼 여겨졌다. 남성우월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차였다.
쌍용차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주인을 잇달아 잘못 만나면서 코란도도 고난의 시대를 보냈다. 그래도 20대는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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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고비였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말과 함께 2005년 단종됐다. '남자의 로망'이 사라진다는 '단종애사'에 안타까워했다.
6년 뒤 코란도는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남자의 로망'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미움'이 시작됐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을 거쳤지만 야성은 사라지고 후덕해진 모습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현대·기아·르노삼성·한국지엠이 경쟁력 높은 SUV를 내놨다.
절치부심. 코란도는 근육을 키워 종전보다 더 남성다운 매력을 지닌 모습으로 진화했다. 동생인 티볼리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호가 불호보다 많았다. 호는 판매로 이어졌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엔 부족한 실적에 머물렀다. 막강해진 현대·기아 SUV 라인업,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 때문이다.
쌍용차는 다시 한번 코란도를 변신시킨다. 브랜드 최초 전기차(EV)다. 코란도 EV는 올 2~3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는 막중하다. 단종의 아픔을 겪었을 때처럼 쌍용차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코란도 EV는 쌍용차가 생존할 충분한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전기 SUV로 제2 도약도 일궈내야 한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파악할 수 있고 미래도 엿볼 수 있다. 코란도의 변신은 무죄일지, 유죄일지도 가늠할 수 있다. 코란도 47년 역사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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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코란도(1974년 10월~1983년 2월)
쌍용차는 1954년 1월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출발했다. 1967년 5월 신진자동차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1974년 4월 신진지프자동차공업을 합작 설립했다.
같은 해 5월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와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10월 하드톱, 소프트톱, 픽업 등 다양한 신진지프 모델을 내놨다.
신진지프는 코란도의 전신이다. 국산 정통 오프로더의 초석이다. 1977년 하동환자동차는 동아자동차로, 1981년 신진자동차는 거화로 상호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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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코란도(1983년 3월~1996년 6월)
거화는 1983년 3월 자체 생산하던 지프에 '코란도'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코란도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의미 외에 '한국 땅을 뒤덮는 차(Korean land over)' '한국을 지배하는 차(Korean land dominator)' 등의 뜻도 지녔다.
1984년 12월 동아자동차는 거화를 인수하고 85년 8월 부산공장을 지금의 평택공장으로 이전했다. 코란도를 생산하고 일본으로 수출했다.
1986년 11월에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 경영권을 인수하고 1988년 3월 쌍용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쌍용차는 스테이션 왜건형인 코란도 훼미리와 같은 새로운 코란도 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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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코란도(1996년 7월~2005년 9월)
'KJ(프로젝트명)'로 3년에 걸쳐 개발됐다. 벤츠 엔진에 독창적인 스타일로 새롭게 변신하며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은 차'로 인기를 끌었다. 코란도를 갖고 싶어 쌍용차에 입사했다는 신입사원도 있었다.
코란도는 '지옥의 랠리'라 부르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랠리, 멕시코 바하 랠리 등에서 우승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 산업디자인상도 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에서 '먹튀'(먹고 튄다는 뜻) 논란을 일으킨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주인이 바뀌었다. 상하이자동차도 쌍용차 성장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쌍용차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 경쟁 상대인 현대·기아가 SUV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을 지켜만 봤다. 코란도도 더 이상 진화하지 못했다.
누적 판매대수 36만여 대를 기록한 코란도는 2005년 9월 단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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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코란도C (2011년 2월~2019년1월)
6년 뒤 코란도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회사 존폐 위기까지 겪던 쌍용차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맡았다.
서브네임 C는 '세련된, 귀족적인'을 의미하는 'Classy'와 '우수한 승차감과 정숙성'의 'Comfortable'과 '환경친화성'의 'Clean' 등을 뜻했다.
동글동글한 외모는 세련됐다. 반면 코란도의 정통성으로 여겨졌던 야성미는 사라졌다. 성능도 동글동글했다.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쌍용차는 역동성과 볼륨감 넘치는 뉴 코란도C와 뉴 스타일 코란도C를 잇달아 내놨지만 '불호'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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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뷰:티풀 코란도(2019년 2월~2020년3월)
코란도C 출시 이후 8년 만인 2019년 등장했다. 4년 동안 35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야심작이다.
차명은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화려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스타일 뷰(Style VIEW), 다른 모델에서 비교할 수 없는 최첨단 기술로 누리는 테크 뷰(Tech VIEW), 기대 이상의 즐거움과 신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는 다재다능한 와이드 뷰(Wide VIEW)를 추구했다는 뜻이다.
쌍용차의 야심작답게 뷰:티풀 코란도는 원조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코란도C와 완전히 다른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왔다. 디자인은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인 로앤드와이드(Low&Wide) 기반에 '활 쏘는 헤라클레스(Hercules the Archer)'를 모티브로 삼았다.
시장 반응은 호와 불호로 심하게 양분됐다. 새로운 베스트셀링카가 된 '티볼리'를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가 차종 간 차이를 줄이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됐지만 쌍용차에는 야박한 평가가 이어졌다. 원조 코란도에 대한 '애'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가 주도하는 준중형 SUV 시장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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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리스펙 코란도 (2020년 4월~)
쌍용차는 기존 모델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여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결과물이 리스펙 코란도다. '리스펙'은 고급 안전·사양을 기본 적용(RE:SPEC)하고 소비자에 대한 존중(Respect)을 담았다는 뜻이다.
리스펙 코란도는 외모로는 기존 모델과 차이점이 적다. 전고가 10㎜ 높아졌고, 'KORANDO' 레터링 위치도 달라졌을 뿐이다.
대신 '리스펙'에 어울리게 LG유플러스·네이버와 함께 완성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 '인포콘(INFOCONN)'을 장착했다.
서비스 항목은 안전 및 보안, 비서, 정보, 즐길거리, 원격제어, 차량관리 등이다. 가전과 가스 등 가정의 각종 스위치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홈 컨트롤(LG플러스 해당 서비스 가입), 음성인식 기반의 맛집 정보와 인물 검색, 지니뮤직과 팟빵 스트리밍, 네이버가 제공하는 아동·뉴스·영어 학습 등 오디오 콘텐츠 재생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코란도는 지난해 1만9166대 판매됐다. 전년보다 10.1% 판매가 늘었다. 쌍용차 4개 차종 중 렉스턴 스포츠, 티볼리 다음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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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EV
브랜드 최초 전기차다. 프로젝트명은 'E100'이다. 기존 코란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패밀리카로 쓸 수 있는 거주공간과 활용성을 갖춘 국산 최초 준중형 전기 SUV다.
쌍용차 최초로 알루미늄 후드(엔진룸 덮개)를 적용했다. 밀폐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했다.
유체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상어 지느러미와 비늘(shark riblet) 형상을 활용했다. 자연에서 검증된 환경적응 사례를 차용하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적 접근을 시도했다.
61.5㎾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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