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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호성에 ‘받아적어라’ 호통…취임사 수정에도 박근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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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 초안 수정을 지시하는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이른바 '정호성 녹음파일'이다.


17일 시사저널은 1시간9분30초와 16분49초 분량의 정호성 녹음파일 2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녹음파일 속 등장인물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 등 3명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을 대비해 서울 모처에 모였다.


최씨는 이날 취임사 관련 회의를 주도했다. 대학교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참모진이 만든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 초안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쉬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정 전 비서관을 질타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쓸모없다. 취임사에 한 줄도 넣지 말라'고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지하는 음성은 담기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였던 '경제부흥' '미래창조'도 최씨의 입에서 나왔다. 최씨는 '첫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자'며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과학기술과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하겠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게 핵심'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경제부흥 이야기를 잡다하게 안 해도 IT 경쟁력, 빌 게이츠 이야기 하나만 해서 우리나라가 그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굉장한 것'이라며 '그런 꽂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의 발언은 취임사에 실제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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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직책이 없는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자신의 말을 받아적으라며 호통을 친 정황도 있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좀 적으라' '그런 말을 넣어야 된다니까. 못 적었지?'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안 쓰고 있잖아' '여기부터 써야 돼. 정과장님. 함께 하고자 한다!' 등의 핀잔을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자르거나 지시를 내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는 '평국을 좀 다른 말로 해서 좀 상의를 해보라'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예예예'라고 답했다.


'국정농단' 등의 혐의를 받은 최씨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도 같은 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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