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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KKday

후쿠오카 2박3일 :: 세월 속에 잠긴 일본의 카페 문화, 후쿠오카 킷사텐 BEST 5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나는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식당만큼이나 카페를 고르는 데 신중한 편이다. 카페는 그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일본에도 다양한 카페 문화가 있다.

오늘 후쿠오카에서 소개할 킷사텐(喫茶店)은 세월의 흔적이 담긴 일본의 오래된 커피 문화이다. 감각적인 가게들과 라이브로 재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칵테일바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킷사텐은 한국의 다방과 비슷한 성격의 카페다. 가게들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지만 커피 외에도 간단한 식사도 해결할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다. 인테리어는 어두운 실내가 특징이다.

최근에는 폐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한 숫자의 킷사텐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이번 후쿠오카에서 내가 다녀온 킷사텐은 네 곳이다.

1. 카멜 (Camel)

하카타에 위치한 협소한 카페다. 1978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카멜의 마스터는 스무 살 때 가게를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계신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대부분의 킷사텐이 대를 잇지 않고 1대 주인이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한자리에서 나이 50 가까이 가게를 운영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게에 들어오면 바로 주문을 받는다. 질문은 단 하나다.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카멜은 드립 커피를 전문이지만 커피 외에 다른 메뉴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 점이 독특했는데 손님들이 부담 없이 커피와 음악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마스터의 배려가 아닐까.

킷사텐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대부분 쓴맛이 강하다. 그래서 우유와 시럽 혹은 설탕을 같이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커피의 산미를 좋아하는 나도 이런 곳에서는 다크 로스팅한 원두의 쌉싸름한 맛을 즐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시다가 시럽을 추가하고 나중에는 우유까지 추가해서 마셔보는 걸 추천한다. 입맛에 맞게 커피를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도 킷사텐의 매력이다.

카멜의 커피는 대단히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래된 기구로 커피를 내리는 마스터의 내공정돈된 가게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이용시간 : 09:00-18:00 토요일, 일요일 휴무

- 주소 : 5-6 Naray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3 일본

- 문의 : +81922715055

2. 마츠시타 키넨칸

오호리 공원과 가까운 메이지 거리에 위치한 킷사텐이다. 아카사카 역과 인접해서 발견하기가 매우 쉽다. 하지만 마츠시타 키넨칸이라는 간판보다 KEY COFFEE라는 간판이 더 눈에 띄는데, 이것은 일본의 오래된 원두 회사의 명칭이다.

원두 회사 로고가 카페 로고보다 큰 이유는 과거에 키커피에서 커피를 납품받았던 카페들에게 무료로 간판을 제작해 줬기 때문이다.

참고로 키커피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오래 영업을 했고, 킷사텐일 확률이 높다. 여행 중에 키커피 간판을 발견하면 가게를 기웃거려 보자.

마츠시타 키넨칸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이용하는 카페다.

접근성이 좋고 메뉴가 다양해서 단골 고객도 많은 편이다. 이곳에서는 수제 케이크를 주문해 보자. 에디터는 마론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단맛이 덜하고 밤의 고소한 맛이 커피와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처음으로 킷사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약간 당황스러울 수 있다. 거의 모든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가게 입구에도 스모킹 존(Smoking area)이 안내되어 있을 정도로 애연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다.

더욱이 환기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어두운 실내에서 담배 연기를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 만약 흡연가라면 오히려 커피와 담배를 함께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될지도.

- 이용시간 : 매일 08:00-22:00

- 주소 : 일본 〒810-0042 Fukuoka, Chuo Ward, Akasaka, 1 Chome−10−16

- 문의 : +81927128255

3. 코히샤노다

후쿠오카 텐진에 위치,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카페다. 58년 전에 영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후쿠오카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코히는 커피, 샤는 차를 뜻한다.

이곳에서는 램프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사이폰 커피는 21세기에 이르러 대부분 사라진 추출법인데 바리스타의 숙련도가 중요한 방식이다. 시각적으로 즐거운 커피다.

오직 하나의 원두만 취급하는 다른 킷사텐과 달리 코히샤 노다는 원두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우유 대신 직접 만든 크림을 내어준다.

사이폰 커피에 수제 크림까지,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커피를 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코히샤 노다의 바리스타들은 흰 가운에 정돈된 헤어스타일로 손님과 가까운 거리에서 커피를 만든다. 손님들은 바에 앉아 담당 바리스타에게 커피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메뉴를 추천받을 수 있다.

최근 보이는 커피 오마카세가 이러한 킷사텐의 운영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킷사텐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코히샤 노다는 훌륭한 카페다. 관광객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현지인이 이곳을 방문했고 익숙한 듯 커피와 신문을 즐겼다.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장소야말로 여행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

또한, 손이 많이 가는 음료와 음식이 아쉬울 확률은 극히 드물다.

- 이용시간 : 09:00 -19:00 수요일 휴무

- 주소 : 2 Chome-10-1 Daimyo, Chuo Ward, Fukuoka, 810-0041

- 문의 : +81927415357

4. 베니스

나카스강과 인접한 유럽풍의 작은 카페다. 이곳 역시 1대 마스터인 부부가 쇼와시대부터 노인인 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베니스는 오늘 소개한 킷사텐 중에서 가장 무난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가게다. 입구에서부터 커피 대신 나폴리탄이나 토스트, 팬케이크 등 점심 식사 메뉴를 진열해 놓고 있는데, 브런치를 즐기는 카페라서 점심 이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베니스에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메론 소다커피 젤리다.

메론 소다는 킷사텐의 상징과도 같은 메뉴인데,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메론 시럽을 넣은 탄산수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커피 젤리는 커피를 넣어 수제로 만든 젤리와 아이스크림과 함께 나온다. 아포가토와 비슷한 결이지만 식감이 달라서 재미있다.

이곳 역시 스모킹 존이다. 하지만 웬만해선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을 찾기 어려운데, 마스터를 비롯해 대부분 이용객들이 70대 이상의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 이용시간 : 매일 08:00-15:00

- 주소 : 1 Chome-1-2 Haruyoshi, Chuo Ward, Fukuoka, 810-0003 일본

- 문의 : +81927313968

5. 백스테이지 (BACKSTAGE)

마지막을 소개할 장소는 재즈 바 백스테이지다. 자정까지 운영하는 이곳은 커피와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곳인데 놀랍게도 거의 매일 재즈 공연을 하고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 나도 재즈 바에서 라이브 재즈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단순히 칵테일을 마시면서 배경음악으로 재즈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를 들을 수 있고, 공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이곳에선 따로 입장료나 공연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칵테일만 한 잔 주문해도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가볍게 한 잔만 마시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앉았지만 몇 시간째 재즈를 들었고 추가로 음료를 더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준비된 팀은 공연이 끝나면 세션으로 참여한다. 누구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함께 연주할 수 있다. 메인 공연만큼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로 참여한 손님들의 연주가 인상 깊었다.

백스테이지는 어둡고 시끄러운 공연 장소다.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다면 재즈 앨범을 틀어주는 다른 재즈 바를 찾아가 보자.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꼭 공연이 있는 날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 이용시간 : 월~토 19:00-24:00 일요일 휴무

- 주소 : 일본 〒810-0041 Fukuoka, Chuo Ward, Daimyo, 2 Chome−4−31 1F

-문의 : +81927122828

킷사텐은 대부분 쇼와시대에 영업을 시작한 가게들이다. 필름 카메라, LP 레코드판과 함께 쇼와 레트로의 상징으로 불리는 문화 중 하나다.

아날로그한 문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은 킷사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가게는 사라질지언정 킷사텐이라는 문화 자체는 모던한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색다른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킷사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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