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여행지 추천 :: 고즈넉한 남원에서 느껴보는 평온의 시간
전라북도 남원, 여행지로는 낯선 곳이다. 하지만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었다. 큰 기대 없이 걸음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억에 남은 남원. 고요하고 아늑한 이곳에서 느껴본 평온함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여름색으로 흠뻑 젖은 자연에 폭 안기고 싶다면, 딱딱하지 않으면서 멋스러운 곳을 찾고 있다면, 누군가가 남긴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나와 함께 이곳으로 함께 떠나보자.
1. 광한루원
광한루와 광한루원. 처음에는 이곳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헷갈렸다. 광한루는 누각의 이름이고, 이 누각이 있는 정원의 명칭이 광한루원이라고. 우리나라 4대 누각 중에서도 으뜸이라 불리는 광한루. 실제로 보니 만듦새가 정교하고 멋스러워 만든 이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숲으로 가득한 정원과 연못 위에 드리워진 오작교는 광한루원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고전 소설 <춘향전>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곳이기도 하다. 거닐다 보면 왜 이곳에서 사랑에 빠졌는지 알 수 있다. 연인이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부부가 건너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있어서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돌다리인 오작교에서는 사랑의 빠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광한루원은 남원 야경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추천하는 장소는 다리가 물에 잠겨있는 수중누각, 완왈정. 연못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답다. 달이 떠오르는 것을 가장 먼저 보기 위해 동쪽을 향해 지었다고 한다. 남원은 달과 관련된 지명이 200여 개나 될 정도로 달의 도시다. 하늘의 달, 광한루원의 달, 승월대의 달까지. 광한루에서는 무려 3개의 달을 담을 수 있다.
누구보다도 아이와 함께 오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놀이 체험부터 자연과 역사가 함께하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정적인 내공이 가득한 이곳에서 여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가보자.
- 이용시간
하절기(4월 ~ 10월) : 08:00 ~ 21:00 (18:00 ~ 21:00 무료 개장)
동절기(11월 ~ 3월) : 08:00 ~ 20:00 (18:00 ~ 20:00 무료 개장)
-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 전라북도 10시간 차량투어 (서울 출발)
2.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춘향테마파크를 지나가다 보면 숲으로 둘러싸인 근사한 미술관 하나를 볼 수 있다.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미술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건물과 자연의 조화가 아름답다. 단순한 사각형의 조합이 이곳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계단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물이 채워져있는데, 더운 날씨에 시원함을 더해지면서 물에 비친 반영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남원 출신의 김병종 작가가 본인의 대표작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컬렉션의 기반을 갖췄다. 현재는 <생명의 숲과 바다>라는 주제로, 6월 8일부터 10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은 세 개의 전시실로 이어진다. 곳곳에 작품과 마주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마음이 드는 작품 앞에 기약 없이 머무를 수 있어 좋다. 개인적으로 꼽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전시실의 통창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작품은 다름 아닌 자연. 지리산 자락의 풍경과 물의 조화가 편안함을 가져다주면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내어주는 듯하다.
미술관 안에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는데, 약 2,000권의 미술, 문학, 인문학 관련 도서가 공간을 메우고 있다. 미술관 안에 작은 중정에서는 자연채광을 느껴보면 좋겠다. 주변이 다 자연이다 보니 초록의 싱그러움과 언제나 함께하는 기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명소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이다.
- 관람시간
화~일 10:00 - 18:00
(관람시간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입장료 : 무료
- 주차 : 무료
3. 아담원
아담원은 지리산 자락의 비경과 잘 관리된 자연 조경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카페이자 수목원이다. 본래 나무를 키우던 조경농원이었지만, 10년간 정성으로 가꿔 아름다운 정원으로 탄생했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자 양옆으로 나무가 심어진 돌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카페를 만날 수 있다.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초록의 자연이 가득 담긴 듯 보인다. ‘아담’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넓고 탁 트였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보니 카페가 두 건물로 나뉘어 한 건물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1인당 음료 1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입장권에 음료 가격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좌석의 형태는 다양하다. 서점을 닮은 곳도 있고, 호텔 라운지 느낌이 나는 곳도 있다. 마주 보고 앉거나 나란히 앉아 창밖을 볼 수도 있다. 물론, 요즘 같은 날씨에 즐기기 좋은 야외 테라스도 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싶다면 카페 뒤쪽으로 가보자. 죽연지라는 연못과 초록의 나무가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있다. 투명한 유리 난간 앞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포토존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담원에는 여러 갈래의 산책길도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걸어 보기를 추천한다.
총 10만여 평의 규모로, 사람과의 간격이 자연스레 멀어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 가까워지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아담원의 뜻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동산’이라고 한다. 아담원이 선사하는 넉넉함에 감사함을 표하며,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 이용시간
수~일 11:00 - 19:00 (18시 주문마감)
*월, 화 휴무
- 입장료 (음료 1잔 포함)
성인,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5,000원
4. 서도역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서도역. 빛바랜 나무에서 세월을 가늠할 수 있다. 컬러사진보다는 흑백사진이 더 잘 어울리는 이곳. 가끔 들려오는 기차 소리에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지만, 철길로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02년 전라선 철도 이설 후, 더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다. 소리의 출처는 근처에 자리한 서도역 간이역에서 들려오는 것이라 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과거로 넘어온 듯한 기분이다. 소설에서 읽은 간이역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계절은 아마도 겨울, 장소는 시골 간이역 정도로 설정하고 싶다. 한여름이지만 왠지 여기서는 손을 호호 불며 기다려야 할 것만 같다.
기찻길 양옆으로 초록색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전북의 7대 비경답게 동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걷다 보면 등나무 넝쿨로 이루어진 터널 하나를 볼 수 있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액자는 그 어느 것보다 싱그럽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철길을 걸어본다. 드나드는 이가 적어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도시와 멀어진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해 질 무렵의 풍경이 참 예쁘다는데 그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
정갈한 흰색의 역사관에서는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영화 <동주>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니 본 이라면 기억을 되짚어 보기 좋겠다. 이별과 만남이 공존하는 기차역. 이곳에 남아있는 아쉬움과 반가움을 느끼며 나 또한 다음을 기약해본다.
남원의 매력을 '화려하지 않은 정갈함'과 '느리게 흐른 세월의 흔적'이라 말하고 싶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남원에서의 시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마운 곳이 아닐까 싶다.
남원을 생각하면 '비로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남원을 방문한 기준으로 그전까지 채워지지 않았던 여행의 만족감이 채워졌기 때문. 이곳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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