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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KKday

인천 카페 추천 :: 에스프레소, 깊은 추억을 음미하는 시간

커피로 하루를 여는 나에게도 반샷 아메리카노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 잠은 깨야겠는데 쓴 건 싫고. 연하게 달라는 표현도 불안했던 시절,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 재차 '반샷'을 강조했다.

그런 날들을 회상할 때면 제법 어른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올가을, 심심찮게 번지는 에스프레소 바 열풍에 그 길은 역시나 멀고도 험한 길이었음을 체감해버렸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어른'이라는 생각 자체가 어른의 것일 수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아메리카노보다 두 배, 아니 스무 배쯤은 고독한 맛에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느껴버린 걸까? 다양한 물음표를 안고 나의 동네 인천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에스프레소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1. 구구가가

특이한 제목을 가진 책은 장르를 불문하고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된다. 평소엔 손도 대지 않던 무협 소설류일지라도 말이다. 귀여운 네이밍 센스를 자랑하는 '구구가가'가 궁금했던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구구가가는 올가을, 송도에 오픈한 에스프레소 바이다. 짙은 녹색의 벽과 새빨간 간판이 만나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보통의 카페 음료를 만나볼 수 있지만, 메뉴판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소가 차지했다. 에스프레소는 기본부터 크림을 올린 메뉴까지 다양하다. 이름은 전부 에스프레소의 고장, 이탈리아의 도시 이름에서 따왔다. 그래서인지 시에나, 로마노, 피렌체 줄줄 읽어 내릴수록 왜인지 모를 기대감이 차오른다.

에스프레소가 처음인 나는 폼페이를 택했다. 에스프레소에 하우스 크림과 시나몬 파우더를 더했다. 얼떨결에 인생 첫 에스프레소가 된 폼페이는 파티 같았다. 강한 산미가 도드라지는 에스프레소, 향긋한 시나몬 파우더, 달콤한 크림이 적절히 제 구역을 지키며 화려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한다.

폼페이를 주문하면 바게트 한 조각이 함께 나온다. 고소한 밀가루 반죽은 언제나 환영이다. 특히나 커피타임에는. 따로 베이커리류를 시키지 않아도 빵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센스가 기분 좋았다.

한 잔으로 아쉽다면 기호에 따라 여러 잔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극강의 산미를 자랑하는 로마노, 묵직한 단맛과 쓴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시에나 등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혹여나 카페인으로 잠 못 들 밤이 염려된다면 그런 걱정은 넣어둘 것. 구구가가의 모든 메뉴는 디카페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

- 이용시간 :

월요일 08:30 - 18:00

화~금 08:30 - 21:00

주말 11:00 - 21:00

- 주소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과학로 56

- 문의 : 0507-1477-6588

2. FHL

나에겐 황당한 습관이 하나 있다. 단어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으면 연관성과 관계없이 멋대로 대상을 기억해버리는 것. 방금 이 문장을 적어내리면서도 프랑스의 DJ, FKJ와 함께 공간을 떠올렸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음악만큼이나 힙한 공간이긴 하다만 본래 뜻은 'Faith, Hope, Love'로 제법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은 카페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도 꿋꿋하게 이어폰을 끼는 편이지만, FHL에서만큼은 고집을 벗었다. 범상치 않은 모양새의 뮤직 존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이 하나같이 공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

FHL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핸드드립 기계로 내리는 브루잉 커피가 기본이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정말 에스프레소 그 자체로만 판매하니 참고할 것. 혼자 방문했던 나는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주히, 그러나 정성스레 메뉴가 준비되는 광경을 눈에 담으며 커피를 기다렸다.

주문한 에스프레소는 슈가보이. 진한 에스프레소 아래에 설탕이 잔뜩 가라앉아있다. 얕게 거품이 인 표면을 가볍게 쓸어내고 스푼으로 밑바닥까지 꼼꼼하게 저어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제법 장난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묵직하고 진한 달콤함이 정말 좋았다. 질 좋은 다크초콜릿 같기도 했다. 다른 에스프레소에 비해 산미가 덜한 편이니, 평소 커피의 쓴맛보다 신맛에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편하게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까눌레는 기본을 주문했다. 기본은 기본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게 묵직한 에스프레소와 궁합이 좋았다. 청량한 아이스 브루잉 커피와 즐기기 좋은 쿠키, 바스크 치즈 케이크 등 다양한 베이커리류가 준비돼있으니 참고할 것.

- 이용시간 : 11:00 - 21:00 (화요일 휴무)

- 주소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18번길 24

- 문의 : 0507-1352-2523

3. 녹턴 커피 로스터스

'-리단길'이라면 궁금했던 마음도 거두게 되는 편이라 당분간 평리단길에 가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에스프레소를 위해 오랜만에 부평을 찾았다.

해가 중천인 오후였음에도 어두운 인테리어 덕에 녹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듯했다. 이름처럼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여유로운 커피타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에스프레소가 유명한 집답게 역시나 메뉴판의 상단은 에스프레소 메뉴들의 차지. 직접 로스팅 한 원두의 종류는 두 가지로, 에스프레소가 아닌 음료에는 로스팅 한 날짜가 함께 적혀 나온다고 한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녹턴프레소. 앞전의 두 메뉴와는 달리 음료 위에 카카오 파우더가 솔솔 뿌려져 나온다. 크림과 설탕이 바닥에 가라앉아있으니 충분히 섞은 후 들 것. 크림과 설탕이 모두 들어간 메뉴였음에도 제법 쌉싸름한 축에 속한다. 은은하게 풍기는 코코아 향이 어른들의 핫초코를 연상케 해 가장 겨울스럽기도 했다. 보다 부드러운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싶다면 우유가 들어간 녹턴 커피도 추천한다.

생각에 갇히는 일은 정말이지 위험하다. 안 봐도 사람이 많겠지, 그곳이 다 그곳인 풍경의 연속이겠지라는 나의 편견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다. 리단길 네이밍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지만, 질 좋은 커피와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녹턴을 몰랐다면 그 마음이 두세 배쯤 커지지 않았을까.

- 이용시간 : 매일 12:00 - 22:00

-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문화로 71번길 19 1층

- 문의 : 0507-1474-3009

에스프레소와 함께 한 시간은 유독 천천히 흘렀다. 누군가 이 순간을 느리게 감아놓은 것처럼. 한입이면 될 컵을 들고 30분을 요리조리 음미하는 시간은 처음 카페에 와서 캐러멜 커피를 시켜 먹었던 날을 데려오기도 했다.

진한 향만큼이나 오래된 기억을 끌어내고 또 남기는 에스프레소, 올겨울 함께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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