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이탈리아 남부의 꽃, 소렌토 포지타노 여행기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오늘 소개할 도시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렌토와 포지타노다. 여행의 시작은 남부의 중심, 나폴리다. 로마에서도 투어를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지만, 이번엔 직접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레몬과 올리브, 푸른색 타일은 이탈리아 남부 항구 도시의 특징이다.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북부만 여행해 봤던 우리에게 소렌토와 포지타노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여행하는 내내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나폴리에서는 기차와 배로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살레르노 등 다양한 도시를 오갈 수 있다. 소렌토는 폼페이를 거쳐 가는 기차, 캄파니아 익스프레스 Campania Express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포지타노는 소렌토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캄파니아 익스프레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Napoli Garibaldi역으로 가야 한다. 나폴리 중앙역인 Napoli Centrale과 연결되어 있고, 남부 해변 열차는 치르쿰베수비아나Circumvesuviana와 캄파니아 익스프레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전자는 배차 간격이 짧고 정차를 많이 한다면 후자는 한 시간대에 한 번씩 운영되는 대신 정차 구간이 적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둘 다 이용해 본 결과, 소렌토로 가는 기차는 빠르고 쾌적한 캄파니아 익스프레스를 추천한다. 여행은 늘 먼저 움직여야 후회가 없다. 티켓을 구매하면 안내원이 직접 인솔해 준다. 이탈리아에서 보기 드문 친절이었다.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폼페이가 가까워지면 베수비오 화산이 보인다.
소렌토에 정차하니 휴양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날씨도 온화하고 높게 솟은 야자수가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소렌토는 가파른 절벽 위에 지어진 도시다. 해변으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바다가 잘 보이는 장소와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음료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길이 복잡하지 않고 넓어서 좋았다. 남부 소도시들은 레몬이 특산품인 만큼 레몬과 관련된 상품을 많이 판매한다. 레몬술이나 레몬 사탕은 한국에서도 유명한데, 아무래도 현지가 저렴하니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것도 좋다.
남부 소도시에는 맛집이 많다. 소렌토에서도 추천할 만한 식당이 있다. 레몬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인 L’Antica Trattoria 1930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소렌토에서 오래전부터 영업한 이탈리안이다.
내부는 덩굴로 장식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야외는 햇살이 들어와서 더울 것 같지만 포도 덩굴이 해를 어느 정도 가려 시원하다. 웰컴 드링크와 식전 요리가 먼저 나오고 주문한 레몬 파스타가 나왔다.
레몬 파스타는 레몬 제스트를 활용해 레몬향이 나는 가느다란 면발을 크림소스에 버무려 해산물과 조합한 파스타다. 이상한 맛이 날 것 같지만 레몬의 상큼함과 크림의 고소함, 해산물의 풍미가 기대 이상으로 조화롭다. 속을 파낸 레몬에 파스타가 담겨 나온 것도 재미있다.
후식으로는 남부식 티라미수가 나왔다. 쇼콜라 파우더 대신 얇게 썬 초콜릿이 올라가고 중심에 커피로 적신 파운드가 숨겨진 티라미수다. 가격은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비싼 편이었지만 소렌토에 방문했다면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하는 식당이다.
- 이용시간 : 매일 12:00~20:30
- 주소 : Via Padre Reginaldo Giuliani, 33, 80067 Sorrento NA, Italy
- 문의 : +390818071082
점심을 먹고 포지타노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소렌토 역으로 돌아갔다. 소렌토 역 앞에서 SITA라는 버스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할 수 있다. 왕복으로 구매하면 돌아갈 때도 편하다.
포지타노는 소렌토에 비해 절벽에 지어진 작은 마을이다. 관광지로는 유명하지만 험준한 지형에 있어 혹시라도 운전해서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버스는 오른 편에 타는 게 좋다. 이동하면서 포지타노의 기암절벽과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포지타노의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날씨가 좋아서 절벽의 꼭대기까지 보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른 지형이라 놀랐다. 바다로 이동할 수 없었더라면 들어가기도 힘들었을 마을이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해변이 나온다. 중간에 지도가 있어서 길을 잃을 위험은 없지만 그래도 내려가면서 남부 소도시의 작고 아기자기한 상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11월 중순이었지만 날씨가 좋아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겨울철이 아니라면 유럽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포지타노에서 보내는 여름은 유럽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해수욕장에서 아기자기한 마을을 올려다보는 경치도 색다른 매력이다. 포지타노 해변은 이탈리아 모든 도시에 있는 광장(piazza)의 역할을 한다. 마을의 모든 골목길은 해변으로 이어지고 해변에서부터 길이 나뉜다.
부채꼴 모양의 포지타노 해변이 어쩌면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해변일지도 모르겠다.
포지타노에서 마찬가지로 시타버스를 이용해 소렌토로 돌아갔다. 다시 나폴리로 돌아가는 기차는 치르쿰베수비아를 이용했는데, 캄파니아익스프레스보다 30분 정도 더 걸렸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과 느낌이 비슷했다.
깔끔하지 않았고, 현지인들이 많았지만 배차 간격이 짧아서 언제든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스스로 계획을 짜고 즉흥적으로 선택해 움직이는 여행은 더 많은 수고로움과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여행을 좀 더 즐겁게 만든다. 여행은 원래 결과라는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가 모두 과정이고 즐거움이다.
만약 경험이 적거나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면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게는 불확실함이 곧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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