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편집샵 추천 :: 올겨울, 당신의 산타가 될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마지막을 붙잡아두고 싶은 아쉬움이 번갈아 솟구치는 몇 주였다. 무언가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휘리릭 지나가버린 일 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물이다. 고생했고 또 고생한 너와 나를 위한 작은 마음. 거창하지 않아도 확실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선물가게 세 곳을 소개한다.
1. 포인트오브뷰
어린 날의 나는 노트 한 권을 사더라도 학예회 날 입을 옷을 고르는 것처럼 신중했다. 문구점에선 '가지고 있는 노트의 표지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색깔은 정말 이것이 최선인지' 같은 것들을 고민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줄도 몰랐다. 핑계라면 핑계이지만 예쁜 노트와 학용품 앞에서는 늘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졌다. 마트산 노란 공책보다 PVC 커버를 씌운 꽃무늬 다이어리에 일기를 쓸 때 그날의 감정은 더 생생하게 기록되곤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을 믿는 포인트오브뷰는 성수의 작은 문구점이다. 조도가 낮은 조명, 공간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까지, 보통의 문구점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세계의 책상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이곳에선 일본산 다이어리부터 독일산 지우개까지 포인트오브뷰만의 감각으로 선별한 프리미엄 문구류를 만나볼 수 있다.
기본적인 문구류 외에도 책상 위에서 어색하지 않은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판매한다. 열 살 이후론 더 이상 쥐어볼 일 없던 주사위나 모래시계 같은 것들 말이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오브제들을 찬찬히 구경하다 보면 쓸모의 정의도 새로워진다.
이곳이 가진 매력을 두 배로 느끼고 싶다면 코멘트가 적힌 큐레이션 종이를 읽어보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도 이곳에선 마치 전시장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쓸 거리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꼭 이 테이블을 기억하자. 포인트오브뷰가 직접 제작한 일기장에 글을 써보고 소장할 수 있다. 날씨, 소리, 함께 있는 사람 등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담아볼 수 있다. 기록의 힘이란 게 이런 걸까. 도구 하나도 영감의 원천으로 믿는 포인트오브뷰만의 가치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람. 나는 '밤'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트를 들고 이곳을 나섰다. 아득한 시간에 펼쳐질 나만의 세계를 기대하며 말이다. 잔잔한 일상에 반짝거리는 영감이 필요한 연말이라면 꼭 방문해 보자.
- 이용시간 : 매일 13:00-20:00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길 18 2층
- 문의 : 02-467-0018
2. 폴라앳홈
한 시간 동안 만들었던 파스타를 국그릇에 담게 되었던 날부터였던 것 같다. 수집 리스트에 그릇이 등장했던 게. 용도는 물론 색깔, 종류별로 컵과 그릇을 모으기 시작했다. '혼자라서 대충'식의 삶은 어차피 혼자인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으니까. 혼자라서 더 근사한 식탁을 원한다면 폴라앳홈으로 가자.
폴라앳홈은 성수에 위치한 그릇 편집숍이다. 곳곳에 싱크대와 커다란 그릇장이 놓여있는 매장은 마치 그릇 수집가의 주방을 엿보는 것 같았다. 빈티지한 색감의 물컵부터 아기자기한 수저받침까지 주인을 기다리는 그릇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편집샵답게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유독 눈에 들어왔던 건 다름 아닌 자체 제작 시리즈. 폴라앳홈의 림 시리즈는 이미 온라인스토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제품이다. 유연한 실루엣에 포근한 색감을 더해 센스 있는 집들이 선물로도 추천한다.
홈 카페 영상에 나올법한 커트러리, 트레이 종류 역시 다양하다. 알록달록한 비주얼 덕에 평소 식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선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구입한 식기는 모두 안전하게 포장해 주신다. 꼭 선물용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패키징 덕에 선물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식기 외에도 작은 지갑, 디퓨저 등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자.
- 이용시간 : 월-토 13:00-18:30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10길 11 1층
- 문의 : 02-466-2026
3. 그랑핸드 서촌
계절에도 향이 있다. 단순히 꽃 냄새, 나무냄새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지 모를 고유의 향을 온몸으로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왔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기억에 스민 향에는 정답이 없지만 강력하고 정확하다. 그런 것들의 힘을 믿어보고 싶은 연말이라면 그랑핸드에 가자.
그랑핸드는 우리 삶의 다양한 순간을 향으로 말한다. 처음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했던 순간, 좋아하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던 순간 같은 것들 말이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그들이 선보이는 순간들은 분명 매력적인 향을 가졌다.
이곳의 메인은 멀티 퍼퓸이다. 용량과 용도를 선택해 향수, 룸 스프레이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총 다섯 개의 시그니처 라인과 열두 가지 프래그런스 라인으로 준비돼있다. 쇼룸에서는 시향과 함께 각 향수가 가진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짧은 에세이처럼 적힌 큐레이션 노트를 읽어내리다 보면 취향을 모르던 사람도 새로운 방식을 통해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멀티 퍼퓸 외에도 사쉐, 디퓨저 등 다양한 홈프래그런스 상품도 준비돼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상품은 사쉐. 옷장이나 화장실 등 좁은 공간에서 은은한 향이 필요할 때 제격이다. 역시나 열두 가지 프래그런스 라인 안에서 향을 선택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하고 사용 기한이 짧아 취향을 많이 타는 향 선물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향기로운 연말을 선물하고 싶다면 그랑핸드에 가자. 그랑핸드는 서촌점 외에도 북촌, 홍대 등 여러 지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으니 향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미리 방문해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 이용시간 : 매일 11:30 - 20:30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14-2
- 문의 : 02-333-6525
마음을 전하기 참 좋은 시즌이다. 오래 미뤄두고만 있었던 상대가 스쳐 지나가는 중이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주고받는 마음과 함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연말이 되길 바란다.
#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