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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티룸 추천 :: 안락한 위로, 차의 시간

차는 어렵다. 생각해 보면 커피를 위해 돌아다녔던 기억은 있어도 차를 마시기 위해 돌아다녔던 기억은 없다. 알고 있는 차의 종류도 몇 년 동안 녹차, 옥수수수염차, 보리차에서 발전이 없다. 그런 사람이 스물여섯 번째 맞는 겨울이 되어서야 차에 눈을 떴다. 소화 불량으로 커피 금지령을 선고당했고, 그것을 대신할 무엇이라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만남의 첫 페이지가 그리 낭만적이진 않았지만, 그렇게나마 알게 된 차의 시간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편하게 디저트와 곁들이기 좋은 티부터 와인으로 숙성한 밀크티까지. 안락한 서울의 티룸 세 곳을 소개한다.

1. 네스트

부담 없이, 하지만 제대로 티를 즐기고 싶다면 네스트에 가자. 누하동에 위치한 네스트는 커피 메뉴 없이 오로지 차와 디저트로만 메뉴를 구성한다. 내부는 아늑하지만 높은 층고 덕에 답답함이 적다. 무엇보다 큰창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은 곳이다.

이왕 차를 즐기러 왔다면 큐레이션 메뉴에 주목하자. 계절의 향을 담아 그 계절과 가장 어울리는 차를 선정한다. 겨울의 네스트에서는 홍귤, 감잎, 다즐링, 철관음을 만나볼 수 있고 모두 시향 해 볼 수 있다. 단, 큐레이션 차의 경우 따뜻한 음료로만 주문이 가능하니 참고할 것.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로는 파이와 요거트볼, 오픈 샌드위치 등이 있다. 평화로운 브런치 타임을 원한다면 함께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고심 끝에 선택한 메뉴는 큐레이션 차인 감잎 차라임 파이. 차를 주문하면 차가 담긴 작은 유리 주전자와 따라 마실 수 있는 찻잔을 준비해 주신다. 감잎 차는 특유의 달콤한 향과 맛이 특징이다. 감색으로 우러나는 차의 색은 오후 다섯시의 하늘색을 닮았다. 정제 설탕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매력적이다. 쓴맛도 거의 없어 차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함께 주문한 라임 파이도 인상적이었다. 쿠키처럼 바삭한 타르트지 위에 상큼한 라임 필링을 얹고 생크림을 얹어 마무리했다. 앞서 말했듯 타르트지는 제법 단단한 편이라 쿠키의 질감을 좋아하는 이에게 더욱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타르트 위에 폼 플라워다진 피스타치오를 올려 네스트만의 간결하면서도 귀여운 색을 더했다.

입구의 선반장에는 이곳의 분위기를 닮은 상품들이 진열돼있다. 차 관련 도구 외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은 홀리데이를 연상케하는 컵과 치약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고요한 온기가 매력적인 누하동, 네스트는 그런 동네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차와 친하지 않았던 사람도 모두 편하게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티룸, 네스트이다.

- 이용시간 : 화-일 11:00-18:00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5길 11 1층

- 문의 : 0507-1445-7555

2. 차차티클럽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클럽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클럽과 고요함이라는 단어의 조합부터 웃기는 모양이지만 그런 조합이 전혀 우습지 않은 공간이 연남에 있다.

복작거리는 연남 골목에 위치한 차차티 클럽은 동양 차를 시음할 수 있는 티룸이다. 창신동에 1호점을 두고 연남에 2호점을 열었다. 차의 빛깔에 따라 홍차, 녹차, 백차, 청차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차를 선보인다.

이곳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다기를 이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차를 고르면 찻잎을 비롯한 차호, 다관 등 다기를 함께 내어주신다. 사장님의 꼼꼼한 설명 덕에 처음 차를 마셔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다.

선택한 차는 보이차 종류 중 하나인 맹해. 달달했던 감잎 차에 비해 쓴맛이 조금 더 도드라진다. 산뜻한 나무 향이라는 소개 문장처럼 깊고 진한 향이 이름 모를 숲의 촉촉한 아침을 떠올리게 한다.

차의 힘이란 이런 걸까. 차 이름부터 도구까지 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손바닥만 한 주전자로 차를 내리고 물을 끓이는 시간들은 어쩐지 오래 머무르고 싶은 기분을 선물했다.

차차티클럽의 잎차와 차 도구 중 일부는 매장 혹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차 종류 외에도 손수 만든 다식이 매력적이다. 이름부터 인상적인 곶감 초코 살라미, 말차의 섬 등 차와 가장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다식이 준비되어 있으니 풍성한 티타임을 원한다면 참고하자.

날이 좋은 날에는 루프탑 좌석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몸을 녹이며 호호 불어 마시는 차는 어쩌면 겨울의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직접 손을 거친 것들은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어린 시절 현장학습에서 만들어온 도자기 컵이나 반쯤 면을 태워먹은 인생 첫 파스타의 기억이 그렇다. 엉성한 결과물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해냈다는 이유만으로 제법 낭만적인 향을 남기니까. 처음 마시는 차에 대한 기억 역시 향기롭게 남길 수 있는 곳, 연남동의 차차티 클럽이다.

- 이용시간 : 화-일 13:00-22:00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30길 6 4층, 5층

- 문의 : 070-8865-4758

3. 카페바우

취향이라는 단어에는 참 줏대 같은 게 없다. 한창 모던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꼈던 사람도 요새는 휘황찬란한 꽃무늬에 자꾸만 눈이 간다. 18세기 유럽을 자그마하게 구현한 공간, 홍대의 골목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빛을 잃은 금색 테두리와 출생연도를 알 수 없도록 색이 바랜 테이블은 모두 겨울이 제철이다. 지나온 적도 없는 그 시절의 공기를 그리워하며 조용히 차를 마시기 좋은 공간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밀크티더치커피. 모두 차가운 음료로 제공된다. 밀크티라면 로얄과 타로밖에 모르던 사람일지라도 사장님의 꼼꼼한 안내와 시향을 통해 쉽게 취향을 찾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아니지만 따뜻한 음료를 원할 경우, 몇 가지의 홍차 종류도 준비돼있으니 참고하자.

카페바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빈티지 찻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열대의 찻잔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음료를 주문하면 세척 후, 음료와 함께 제공된다. 2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친 찻잔으로 가득한 진열대에서 고민도 없이 집어 든 나의 픽은 웨지우드의 퀸즈 웨어. 평소 좋아하는 에디션을 만나 두 배로 반가웠다. 언제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찻잔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밀크티의 맛 역시 좋았다. 선택한 메뉴는 동방미인 밀크티. 밀크티는 모두 보틀 형태로 제공된다. 오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찻잎과 원두가 그대로 들어있어 함께 준비되는 거름망을 이용해 마시면 된다. 동방미인은 도원경을 연상케한다.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향기로운 꽃 향과 은근한 과일향이 매력적인데, 제조 과정에서 복숭아 와인을 이용해 발효시킨 원두와 찻잎을 사용했다고.

독특한 콘셉트와 이유 있는 자부심이 빛났던 곳. 홍대 골목 한가운데 피어난 작은 영국을 만나보고 싶다면 카페바우로 가자.

- 이용시간 : 매일 10:30 - 22:00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29라길 7

- 문의 : 02-3144-0509

포근하고 따끈하게 흐르는 차의 시간, 누가 억지로 시계를 돌려놓은 것처럼 느리게 흐르는 이 공기도 역시 겨울의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는 12월이라면 조용히 차 앞으로 가 볼 것. 의외의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위로가 선물처럼 찾아올 테니까.

# 따뜻한 식탁으로 마무리하는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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