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크리스마스 데이트 :: 미리 마중 나가는 크리스마스
10월부터 캐럴을 트는 사람은 이 시점에 '미리'라는 표현도 서운하다. 니트를 꺼내 입기 시작했던 날부터 이미 에디터의 소파와 침대는 오로지 한 시즌만을 위한 빛깔로 물들었다. 그렇게나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이 다녀왔다. 케빈의 집도, 호그와트도 부럽지 않은 서울의 플레이스 세 곳, 지금부터 소개한다.
1. 프레젠트모먼트
어른이 되어서도 선물 앞에선 늘 아이가 된다. 뭘 이런 걸 다... 하며 말을 흐리다가도 피식피식 올라가는 입꼬리는 도무지 숨길 수 없다. 나를 위해 사용한 마음 앞에서 쉽게 약해지는 사람인지라.
망원에 위치한 프레젠트모먼트는 그 이름처럼 '선물을 주고받는 따뜻한 순간'을 선물하는 곳이다. 방방 뛰는 모션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나이는 지났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두 손을 빙빙 돌려가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좋다.
프레젠트모먼트에서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산타의 비밀창고'라는 콘셉트답게 입구부터 본격적이라 손잡이도 없는 벽돌문이 마치 해리 포터의 승강장을 연상케 한다. 입구부터 존재감이 남다르지만 아직 감탄은 이르다. 축음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빈티지 캐럴, 구석구석 주인을 기다리는 곰인형들, 노란 조명과 반짝이는 트리까지 꼭 영화 속 마법 공간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상점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건 빈티지 곰인형. 진열된 인형마다 소개 쪽지가 붙어있는데, 정말 아이를 입양하는 것처럼 인형마다 출생지, 생일, 소개를 담은 카드가 부착돼있다. 상품이라는 호칭이 미안할 만큼 인형들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실제로 이곳에서 인형을 구매하면 프레젠트모먼트만의 입양 증명서도 함께 제공된다고.
빈티지 인형 외에도 겨울 분위기를 잔뜩 느낄 수 있는 엽서, 스티커, 피겨 등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판매하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 자체가 마치 하나의 그림 같다. 연출을 위해 자리한 진녹색의 소파와 빈티지 러그, 커다란 선물상자까지 구석구석이 모두 잊고 싶지 않은 장면의 연속이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에도 매주 새로운 장난감이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핼러윈 시즌에는 그에 걸맞은 콘셉트로 모습을 달리한다고 하니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계절에도 공간은 쉽게 지겨워지지 않을 것 같다.
머리맡에 놓일 선물을 기대하며 잠들던 어린 날의 기억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서둘러 방문해 보자. 유치한 추억도 낭만이 되는 곳, 프레젠트 모먼트이다.
- 이용시간 : 수-일 13:00-21:00 (월, 화 휴무)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49-1 1층
- 문의 : 010-4478-1430
2. 진심디자인
당산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쯤 골목을 거닐면 영국의 카페를 닮은 3층 건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국적인 건물의 정체는 바로 디자인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간, 진심디자인이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화이트톤의 세련된 공간을 가득 채우는 크리스마스 오브제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심 디자인은 원래 테이블 웨어, 패브릭, 오르골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오르골과 무드등이 주를 이룬다. 입구부터 매장 안쪽까지 꼼꼼하게 반짝거리는 시즈너블 상품 덕에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1,2층은 모두 쇼룸과 카페로 운영한다. 공간에도 진심인지라 테이블 위에 놓인 꽃, 캔들 하나까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샌드위치, 쿠키, 커피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 쇼룸 구경 후 여유롭게 티타임을 가지기에도 좋다.
기차, 텔레비전, 선물상자 등 다양한 프레임으로 제작된 오르골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흩날리는 눈보라와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피겨까지 작은 세상의 겨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생각 멈추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절로 차분해진다. 상품을 구매하면 크리스마스 무드가 잔뜩 느껴지는 포장 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하니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민 중이라면 참고하자.
- 이용시간 : 매일 12:00-21:00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49길 14
- 문의 : 070-4694-3032
3. 고속터미널 조화시장
남의 공간을 빌려 느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좋지만, 트리 장식 하나라도 내 손으로 해내고 싶은 겨울이라면 고속터미널에 가자. 고속터미널 3층에 위치한 조화 시장은 지금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색색깔의 오너먼트와 조명, 트리를 둘러보기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국내에서 가장 빨리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는 곳답게 조화 시장에서는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소품을 둘러볼 수 있다. 트리는 손바닥만 한 사이즈부터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사이즈까지 색도 모양도 다양하다.
국내 리빙 브랜드에서 시즌 상품으로 내놓는 오너먼트에 매년 아쉬움을 느꼈다면 특히나 주목할 것. 조화 시장에서는 무게감 있는 유리, 빈티지한 펠트 등 쉽게 보기 어려운 소재부터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양의 오너먼트를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도매 단위로 판매하는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시중에서 만 원을 웃도는 오너먼트도 제법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꾸미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완제품 트리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화 시장에는 트리와 오너먼트를 모두 포함한 완제품도 판매한다. 나니아 연대기가 떠오르는 설산의 트리부터 따뜻한 색감이 매력적인 오리지널 트리까지 다양하다. 매장에 따라 배송을 해주는 곳도 있으니 규모가 있는 트리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꼼꼼히 문의하길 바란다.
시장은 사실 그 자체로 좋다. 꼭 무언가를 손에 들고 오지 않더라도 온 세상 사람들이 분주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공간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단, 방문 계획이 있다면 낮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조화 시장은 밤 열두시부터 열려있지만 대부분의 매장은 낮에 오픈한다.
- 이용시간 : 매일 24:00 - 18:00 (일요일 휴무, 공휴일 12시 폐장)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 194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층
머리맡에 둘 선물을 기다리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특별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탁을 공유하며 고마움을 나누는 시간은 어린 날의 곰인형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트리의 별 조각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몇 배는 더 영롱했을 우리의 한 해, 고마운 이들과 포근한 공간에서 마무리해 보길 바란다.
# 함께할 때 더욱 따뜻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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