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구점 추천 :: 취향을 파는 요즘 문구점
취향으로 고른 풋풋함이 가득한 서울의 문구점 세 곳을 소개한다.
설거지하는 법도, 피피티 만드는 법도 몰랐던 시절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필통 살림이었다. 친구가 새로 샀다던 형광펜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지우개가 무르지 않고 잘 지워지는지 같은 것들은 열네 살 소녀에게 꽤나 중요한 문제였다. 그 시절의 마음을 떠올리며 문구 쇼핑을 떠나고 싶다면 주목하자.
1. 작은연필가게 흑심
초등생 시절의 나는 연필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쩐지 멋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반에는 샤프펜슬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어떤 샤프펜슬은 연필 한 다스 가격과 같았다. 초등학생에겐 비싸고 유명한 것이 곧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용돈으로 필통 살림을 꾸릴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연필과는 완전한 이별을 했다.
그랬던 내가 연필을 찾아오다니. 그것도 제 발로. 연남동에 위치한 흑심은 연필 가게이다. 그들의 취향과 기준으로 수집한 온 세상의 연필이 이곳에 모였다. 연필로 시작해 연필로 끝난다. 지금은 사라진 회사의 연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연필들까지 다양하다.
어릴 적 내가 연필을 고르던 기준은 한 가지였다. 필기감. 조금 번짐이 있더라도 부드럽고 진한 심이 좋았다. 흑심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연필은 시필이 가능하다. 매장 곳곳에 원하는 필기감을 고를 수 있도록 마련된 안내문이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각각의 연필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줄도 모르게 된다. 매장에서는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수집하신 애장품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추억의 컴퍼스부터 흑백 영화에서 튀어나온듯한 연필깎이까지, 마치 할아버지의 책상을 구경하는 것처럼 동심을 자극하는 풍경이다.
원하는 연필을 구매하게 되었다면 각인 서비스를 이용해 보자. 연필 구매 시, 원하는 영문 문구를 새길 수 있다. 각인 비용은 3천 원이면 된다. 마무리가 어땠든 간에 연필에는 추억이 많다. 함께 서툰 솜씨로 이름을 적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덧셈을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최초의 친구일 수도 있겠다. 최초, 처음이 붙은 것들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런 추억에 폭 젖어보고 싶다면 연남동의 작은 연필 가게를 기억하자.
- 이용시간 : 화~금 13:00-20:00 / 주말 13:00-19:00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희로 47 3층 301호
- 문의 : 0507-1394-0923
2.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무언가를 쓸 때만큼은 이상하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칸도 줄도 없는 백지가 좋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부담감은 여전히 크지만 그래도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하는 데에는 백지만 한 게 없다.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디자인, 그린디자인웍스 공장의 철학이다. 공장은 '공방에서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과 '물건을 만드는 장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희동 언덕에 위치한 공장은 책상에서 쓰는 종이들을 만든다. 메모패드,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 그 철학만큼이나 건강하고 수수한 매력이 돋보인다.
공장의 제품 디자인은 대부분 줄과 선들로 이뤄져 있다. 그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컬러 포켓북. 나는 벌써 두 권째다. 총 열여섯 가지 컬러의 무선 노트로, 자투리 종이를 활용해 제작했다. 때문에 색상에 따라 재고량이 다르다고. 손바닥만 한 사이즈도 좋고, 무엇보다 넓게 펼쳐 쓸 수 있어 편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노트의 상태에 따라 할인된 상품도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문구점답게 쓰고 붙이는 것과 관련한 물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추억의 연필깎이부터 귀여운 마그넷까지. 공장의 제품 외에도 시선을 끄는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해를 최소화하는 일상, 공장과 함께라면 책상 위에서도 가능하다. 다양한 필요에 맞춰 건강한 시도를 하는 책상 위 일상이 궁금하다면 연희동 공장으로 가자.
- 이용시간 : 매일 09:30-17:30 (12:00-13:00 휴게시간)
-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11마길 62
- 문의 : 02-338-0345
3. 제로스페이스
취향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것들은 언제나 마음을 새롭게 한다. 어린 시절 가진 돈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매일을 들락거렸던 문방구가 생각나는 곳. 그런 기억을 품고 있는 어른들의 문방구가 망원동에 있다.
망원동 골목에 위치한 제로스페이스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포근한 기분을 전하는 특유의 그림체가 매력적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색색깔의 스탬프, 필기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당장 어디에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도 하나하나 눈에 담다 보면 꼭 쓸모가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제작한 포스터와 키링, 케이스 외에도 독특한 문구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문 스크랩을 위한 칼이라든지, 초소형 클립 같은 것들 말이다. 해외 문구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눈여겨보자.
계산대의 뒤편에는 비밀 공간이 있다. 바로 미피 존. 90년 대생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네덜란드의 대표 캐릭터 미피와 관련한 포스터, 컵, 인형 등이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는 물론 코인을 넣어 작은 인형을 뽑을 수 있는 뽑기 기계도 마련되어 있어 제법 본격적이다.
돈을 벌기 시작한 어른의 습관은 무섭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그 시절과는 달리 꼭 무엇이라도 손에 든 채 상점 문을 나서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소소한 행복이 주는 기쁨이 큰 공간이다. 해외 문구, 포스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 보자.
- 이용시간 : 평일 13:00-19:30 / 토 12:00-20:00 / 일13:00-19:00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희우정로 16길 32
- 문의 : 02-322-7561
더 이상 필통 살림에 관심 없는 나이가 됐지만, 취향을 탐구하는 시간은 언제나 흥미롭다. 남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그런 행복이 오롯하게 전해지는 귀여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 귀여운 여행의 마무리, 함께 밥 한 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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