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즈한남, 라스트페이지 & 세컨드키친 :: 시간에 특별함을 더하다
높고 맑은 하늘만으로 충분히 가을이 반갑지만, 필자에겐 이 계절에 껴있는 생일이 가을을 더 설레게 만든다. 나이가 한 살씩 차면서 생일에 대한 기대는 무뎌질 줄 알았는데, 아닌척하면서도 여전히 어린애처럼 설레곤 한다.
생일이 더없이 행복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참 감사했다. 그 가운데 먹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생일이라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날이었지만 좋은 공간은 시간의 특별함을 더했다. 특별한 시간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던 사운즈한남, 라스트페이지와 세컨드키친을 소개한다.
1. 라스트페이지
술을 잘 못하기에 카페와 커피를 애용하지만, 때론 카페인보단 알콜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물론 알콜 초보자에겐 소주나 양주처럼 쓰디쓴 술은 무리다. 소주가 어떻게 달다는 건지.. 초보자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가 보다. 여하튼 맛도 모르겠고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찾아가진 않는다.
대개 막 스무 살이 된 성인이 그렇듯 자신의 주량도 모를 무렵엔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술자리가 좋았다. 그렇지만 술과 맞지 않는단 걸 인지할 즈음부터 시끄러운 술 문화를 멀리하게 됐다. 자연스레 술을 먹게 된다면 좋은 음식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맛있는 술자리를 찾게 됐고, 그에 근접한 게 와인바였던 거 같다. 향긋하고 맛있는 와인이 좋았던 건지, 와인 문화가 좋아서인지 이따금 와인바를 찾곤 한다.
여전히 알콜과는 친하지 않다. 와인바에 많이 가보지도 않았고 와인에 대해서도 좋아하는 와인 몇 가지만 아는 정도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라스트페이지는 필자의 취향과 아주 잘 맞는 공간이었다는 것.
탁 트인 시야와 개방감을 좋아해 널찍한 공간을 선호하는데, 라스트페이지는 그런 점에서만 봐도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면적을 본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와인바나 카페와 비슷하지만 층고가 굉장히 높다. 중간 벽이나 기둥 없이 높게 뻗은 공간이 시야를 제한하지 않아 편안함과 쉼의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한쪽 면은 통창으로 되어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은 어떤 조명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빈티지한 가구와 어우러져 호텔 라운지를 연상케 한다.
바는 대개 해 질 무렵이나 밤과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라스트페이지는 해가 좋은 낮과 은은한 조명과 함께하는 밤, 두 시간대 모두와 잘 어울린다. 라스트페이지의 카피에서 볼 수 있듯, 이곳은 와인과 티, 음악이 함께하는 곳이다.
낮엔 창으로 들어오는 가을볕과 함께 티나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기에도, 혼술을 하기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해가 은은해지고 저녁이 되면 감각적인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파티를 하기에도,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도 아주 적당한 사적인 공간이 된다.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대에 방문에 각자의 취향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가을볕이 부드러운 시간대를 즐기기 위해 kkday에서 판매 중인 해피아워 상품을 통해 오후 시간대에 방문했다. [해피아워]는 웰컴푸드, 화이트와인 1종과 레드와인 2종이 제공되는 상품으로, 3가지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와인 한 보틀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질 좋은 여러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꽤나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코트 롤란 제누스 샤도네이 세미용 2020', '코트 롤란 제누스 까르미네르 쉬라 2019', '코트 롤란 제누스 까베르네 쉬라 2018'. 칠레산 와인 세 종류가 제공된다.
필자는 와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와인에 대한 상세 설명은 자세하게 할 수 없지만, 와인 초보자의 관점에서 맛본 와인의 맛을 공유한다. 두괄식으로 답해본다면, 우선 맛있었다. 술을 잘 못하기도 하고 접해보지도 않은 필자가 즐기기에도 맛있었던 걸 보면,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적을 와인일 거 같다.
화이트와인은 신선한 과일향이 코끝과 입안에 기분 좋게 퍼진다. 산도와 당도가 적당히 어우러져 부드럽고도 볼륨감 있는 맛이 매력적이다. 디저트 와인이나 식전주로 아주 적당해 보인다.
레드와인이 드라이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와인 탄닌의 드라이한 맛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찾진 않지만, 이곳의 레드와인은 산미와 강하지 않은 탄닌의 조화로 편안하게 즐기기에 좋았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맛과 꽃향기 같은 와인의 향은 음식을 곁들일 때 굉장히 잘 어울릴듯하다.
웰컴푸드로 두 가지의 스페인식 핀초스를 선보인다. 각각 크림치즈와, 매쉬포테이토를 베이스로 토핑을 올려 낸다. 크림치즈 베이스엔 하몽과 작은 해산물을 올려 묵직하고 알맞은 짠맛으로 와인을 부른다. 매쉬포테이토 베이스엔 구운채소와 새우를 올렸다. 담백하고도 부드러운 맛은 화이트와인과 제법 잘 어울린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아 애피타이저로도, 안주로도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 낸다.
웰컴푸드로 튀김이나, 스낵이 아닌 핀초스를 선택한 점은 여느 바와 같은 곳이 아닌 차별성 있는 라스트페이지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피아워 상품은 KKday에서 단독 진행 중이니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싶다면 KKday에서 예약해 보자.
- 해피아워 운영시간 :
월~수 14:00 - 17:00
월~수 17:00 - 20:00
- 제공메뉴 :
화이트 1종, 레드 2종 무제한 제공 (웰컴푸드 1회 제공)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5층
- 문의 : 0507-1324-8435
2. 세컨드키친
한남동만의 분위기가 있다. 한남동은 소호와 갤러리, 비스트로와 맛집 등이 모여있는 곳으로,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고 싶을 때 주로 찾게 되는 곳이다. 그런 문화에 걸맞게 한남동의 전반적인 가격대는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다. 소비자들 또한 가성비를 기대하기보단 비교적 높은 값을 지불하더라도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며 한남동을 방문한다. 높은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 있지만, 도무지 왜 이 가격대가 책정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곳들도 더러 있다.
세컨드키친은 유러피안 스타일 정찬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모던 비스트로이다. 한 끼 식사 값으로 본다면 적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 질 좋은 코스요리들을 맛본다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거다. 한남동에 있어 더욱 빛을 발했던 세컨드키친을 소개한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코스요리를 떠올리면 비교적 높은 값을 지불하고, 격식을 차리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인식이 있다. 세컨드키친은 어렵고 비싸다는 미식의 인식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 편안하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난색의 조명은 전체적인 분위기에 안정감을 더했다. 가볍지만은 않은 적당한 무게감으로 캐주얼하지만 고급스러움도 놓치지 않았다. 적당한 무게의 격식 있는 미팅을 하기에도, 간단한 파티를 하기에도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 파인 다이닝으로써의 균형을 잘 맞춘듯하다.
필자가 이용한 코스는 디너코스로 AMUZE , APPETIZER, MIDDLE, CLEANSER, MAIN, DESSERT 구성으로 제공된다. 메뉴를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맛이 예상되는 음식과 재료가 있는 반면, 생소했던 식재료나 조합도 보인다. 먹어온 세월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직도 모르는 맛이 많다는 게 꽤나 행복하기도 하다. 어릴 적엔 모르는 맛은 두렵고 거부감이 들었지만 '맛'이라는 세계에 발을 살짝 들여놓은 뒤로는 새로움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어뮤즈로 견과류가 들어간 비스킷과 소고기 육회를 사용한 한입 요리, 참외 주스가 나온다.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한 비스킷과 담백한 육회, 상큼한 참외 주스는 입맛을 돋우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수비드 치킨은 수비드로 조리한 요리답게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함께 나온 사워 소스와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치킨의 풍미가 한껏 더해진다.
이후로는 새우 샤프란 크림소스 먹물 스파게티가 준비된다. 샤프란의 맛이 생소할 수 있지만 맛보면 확실한 맛에 감탄할지도 모르겠다. 부드럽고 묵직한 크림소스를 꽃 향 같기도, 허브맛 같기도 한 샤프란이 상쾌하게 감싸는 느낌이랄까..? 잘못 사용했다면 거부감이 들 수 있을 법하지만 밸런스를 아주 잘 잡은 요리였다.
메인요리 전에 나온 소르베를 보고는 센스에 미소가 나왔다. 소르베는 보통 프랑스 정찬에서 메인 요리를 먹기 전 입가심으로 나온다. 여느 보통의 정찬에선 생략되거나 와인으로 대체되곤 하는데, 이곳에서 나온 상큼한 소르베는 제대로 된 비스트로에서 정찬을 즐기고 있는 기분을 한 번 더 자각시킨다.
메인 요리로는 생선 또는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다. 나눔의 민족으로서 한 가지씩 시켜 맛보는 건 당연하므로 지인과 나눠 주문했다. 고기의 굽기 정도는 선택할 수 있다. 미디움 레어로 부드럽게 구워진 고기는 가지 퓌레와 가니시를 만나 풍미를 더한다.
연어 스테이크는 흔히 접해봤지만, 농어는 많이 접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제대로 된 농어 스테이크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기름기가 돌면서도 부드러운 흰살생선과 알맞게 된 시즈닝이 만나 먹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중간중간 시금치 뇨끼를 곁들이는 것도 맛에 즐거움을 더한다.
상큼한 디저트와 커피로 기름질 수 있는 입을 마무리하면 디너 코스가 끝난다. 코스요리는 여러 가지의 음식을 긴 시간 동안 먹어야 하므로 각 요리 간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간이 세거나 한 순서의 음식이 조화롭지 못하다면 코스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이 자체로서 훌륭했지만 적당한 음식의 간이 조화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뒤에 올 음식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해준 구성과 균형이 디너 코스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서버가 순서에 맞게 음식을 세팅해 주며 상세한 음식 설명을 곁들여준다. 들어간 식재료와 조화를 이룬 재료의 맛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 건 미식을 즐기는데 재미를 더한다. 새로운 맛을 보면 음식에 대해 묻곤 하는데, 귀찮을 법한 질문들에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어느 서버가 와도 막힘없이 설명해 주는 걸 보면, 모든 직원이 세컨드키친에서 선보이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듯하다.
코스별로 먹는 정도를 파악해 먹는 시간이 끊기지 않게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음식을 서빙한다. 직원의 서비스와 음식을 내오는 시간 등 작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은 세컨드키친이 추구하는 다이닝 문화를 잘 녹여내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곳이 아닌 편안한 다이닝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준 직원분들의 친절함에 작은 감사를 표한다.
국밥 한 그릇, 떡볶이와 튀김, 햄버거 등 간편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파인다이닝에서 호화스러운 식사를 하고픈 시간이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비스트로 정찬을 맛보고 싶다면 KKday에서 예약해 보자. 무료 제공되는 글라스 와인 1잔과 런치 44,000원, 디너 58,000원의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컨드키친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엔 방문하지 못했지만 사운즈 한남에는 [일호식] 상품도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대로 즐겨보길 바란다. 사운즈한남에 자가용을 가져간다면 5,000원의 발렛비가 발생한다. 2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지만, KKday에서 상품 예약 시 최대 4시간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니 참고할 것.
- 운영시간 :
월~일 11:00 - 16:00 (런치)
월~일 17:30 - 22:00 (디너)
break time 16:00 - 17:00
- 제공메뉴 :
런치코스 : AMUZE(세 가지 한입요리), APPETIZER(토마토와 소르베), CLEANSER(만다린 소르베), MAIN(채끝등심 또는 시금치뇨끼와 농어), DESSERT(헤이즐넛 아이스크림&커피 또는 티)
디너코스 : AMUZE(세 가지 한입요리), APPETIZER(주키니와 수비드 치킨), MIDDLE(새우 샤프란 크림소스와 먹물 스파게티), CLEANSER(만다린 소르베), MAIN(채끝등심 또는 시금치뇨끼와 농어), DESSERT(레몬바질 소르베와 멜론&커피 또는 티)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2층
- 문의 : 0507-1367-7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