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에 대한 궁금증 ‘A to Z’···조현탁 감독에게 물었다
일문일답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열린
|
지난해 11월23일 첫 방송한 이후 기록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2월1일 최종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드라마는 대학 입시라는 보편적 공감코드에 음모와 암투, 살인 등 자극적 소재를 버무려 비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열린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SKY 캐슬>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SKY 캐슬>은 결국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진심을 계속 되묻는 작품”이라며 “촬영 전 대치동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현실을 알게 됐고,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SKY 캐슬>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끈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촬영하는 입장에선 인기를 수치상으로만 알았고 체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촬영을 진행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저희 (촬영)차량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라. 초반에 촬영할 때는 서울시내 돌아다녀도 어떤 반응도 없었는데.(웃음) 한 번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SKY 캐슬>을 보지 않는 상대방을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밥 먹다가 일어나 절을 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어필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인기 이유에 대해선 뻔한 답이지만 교육이란 가장 뜨거운 사회 이슈와 드라마의 스토리가 잘 맞아서라고 생각한다. 교육 문제는 공부를 잘 해도 못 해도 나름의 고충이 다 있는 문제이고, 관심은 있지만 입 밖에 꺼내기도 힘든 주제다. 그런 와중에 드라마가 이런 부분을 건드리니 사람들이 봐주신 것 같다.”
-첫 방송 시청률이 1.7%를 기록했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처음 1.7% 시청률이 나온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연출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건 낮은 시청률이 나왔을 때 아침부터 촬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거다. 그날은 신아고에서 아이들과 같이 촬영하는 날이었다. 아역들을 촬영 전부터 매일 방송국으로 불러 같이 연습하고 자신감 북돋으며 시작했는데, 1%대 시청률이 나오니 같이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가 연연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날 촬영 마치고 작가님이랑 통화하다가 너스레를 떨며 2부는 시청률이 4% 넘을 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이 저에게 ‘그런 사례가 있냐’고 해서 ‘없다’고 답했다. 근데 얼마 뒤 정말로 시청률이 4% 넘고 좋은 일만 있었다.”
-입시 문제, 상류층의 삶 그리면서 특별히 취재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료 조사는 워낙 작가님이 꼼꼼하게 하셨다. 작가님이 <대한민국 부모>란 책부터 책을 여러권 추천해주셨다. 사실 저도 교육에 관심이 큰 사람이 아니어서 애써 외면한 것들도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제가 한 건 밤에 대치동에 가서 그냥 학원가를 가만히 지켜봤다. 괴상한 풍경이 많았다. 어린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신용카드를 들고 돌아다니더라. 신용카드로 뭘 사먹으면서, 학원을 옮겨다녔다. 많은 생각을 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아이들이 식당에 우글우글 들어가 있고, 나와서 다시 공부하러 우르르 들어가고. 이 작품이 없었다면 저도 몰랐었을 현실인데. 그렇게 대한민국이 돌아가고 있더라. 좀 더 진심으로, 문제의식이나 생각을 깊게 하면서 (촬영)해야겠다 생각했다.”
-캐스팅 디렉터도 없이 아역배우까지 손수 오디션을 거쳐 섭외했다고 들었다.
“특히 아역들의 경우엔 캐스팅 디렉터 없이 조감독과 스태프들이 모두 참여하는 식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매일 무기명으로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렇게 취합해서 보면 큰 흐름이 보이고 개성이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역들이) 한명씩 정해졌고, 다 선정된 다음엔 방송국으로 출퇴근 시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도 했다. 재능있는 친구들이 처음부터 잘 선별된 것 같아 촬영이 무리없이 끝난 듯하다. 힘든 일정을 잘 견뎌줘서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우들끼리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아서 표정이나 액션(행동)에 주목하려고 노력했다. 말로는 상대를 축하하지만 속으로 몹시 쓰린 상황에서 겉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속마음을 화면에 담으려고 작전을 많이 짰다. 예를 들어 이중거울을 배치해 상이 두 개로 나뉘게 한다거나, 뒷모습을 활용하는 것이 그렇다.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뒷모습은 거짓말 못한다. 실망하고 돌아서는 뒷모습엔 분명 뭔가가 있다. 손동작도 많이 신경썼다.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을 대할 때 얼굴은 웃을 수 있지만 손은 항상 무언가를 남긴다. 손 역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양하게 처음부터 미술감독 촬영감독과 준비를 했던 것 같고, 이러한 부분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알아봐줘서 감사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이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
-여성 배우들이 대거 주연으로 참여하면서 여성서사라는 평도 있지만 한편에선 그 역할이 가정·엄마로서의 역할로만 한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선 촬영에만 집중하다보니 최근에서야 알았다. 당연히 의도하거나 한 건 아니다. 유현미 작가와 처음부터 교육 얘기에 집중하자 해서 출발했고, 교육 얘기는 다양한 엄마들로부터 시작된다고 설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특히 혜나의 죽음 부분에 대해서 도 얘기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저도 (그런 지적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중이다.”
JTBC 제공 |
-혜나(김보라) 캐릭터를 둘러싼 논쟁도 많았다. 피해자이면서 영악하게 그려지는 부분도 있어서 반향이 컸는데.
“혜나 캐릭터가 이 시대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가난한 캐릭터는 마냥 착해야 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혜나라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미움도 샀지만 혜나는 이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혜나와 같은 (약자) 캐릭터만 착해야 하고, 그런 사람만 불행을 당하고 슬퍼지는 건 비현실적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그렇지 않지 않나. 설명 안 되는 게 너무 많고,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입체적이고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감 반영이 오히려 인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파장을 크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의도했다기 보단 현실감 있게 해보자 했던 결과 같다.”
-이수임(이태란)이란 캐릭터가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캐릭터인데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런 반응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다. 촬영을 하면서 이태란씨가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배우 본인은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니 도리가 없더라. 그러면서도 이태란씨를 보며 느낀 건 꿋꿋하게 한 장면 한 장면 최선을 다 해서 찍었다는 것이다. 배우도 다 안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하는 걸 보면서 인간적으로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이수임이 ‘빛수임’ ‘탄산수임’으로 변하더라. 한 번 시청자 눈밖에 나면 돌아오기 힘든데, 배우가 한순간 최선을 다 하면 다 알아봐주는구나 싶었다.”
-남자 캐릭터들을 연출하며 인물 부각시키기 위해 따로 주문한 사항은 있나.
“그냥 불쌍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자기가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나이 50이 돼서야 깨닫는 안 된 강준상(정준호). 차민혁(김병철)도 가정이 다 해체된 뒤에 깨닫는 사람. 우양우(조재윤)와 황치영(최원영)은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각을 했고. 저 역시 남자 캐릭터 넷 중 속하고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이 좀 찌질하다. 어차피 사람 얘기라 생각해 남자라고 국한해서 디테일하게 생각한 건 없다.”
-17회, 18회 대본이 통째로 유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출 소식 접하고 심경이 어땠는지.
“17회 대본 유출은 17회를 편집하다가 편집실에서 이야기를 접했다. 뒤늦게 정보를 접했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러웠다. 17회 편집 마무리를 위해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께 재밌게 보일까 고민하던 차에 이미 대본이 밖으로 유출돼 돌고 있다는 말 들었을 때 사실 굉장히 분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저작권 문제도 있지만, 현장에서 거의 피고름 짜면서 일하는데. 대본 유출은 엄연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유명세다’ ‘새로운 마케팅 효과가 있다’ 이런 말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그 회사가 화제가 됐는데, 다음날 사장님이 와서 살인사건으로 인해 회사에 긴장감 돌고 좋지 않냐고 말한다면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범인이 잡히고 처벌을 받아야지, 그 덕을 봤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드라마 업계에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현재는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위 올 라이(We all lie)’ 주제곡 표절 논란도 뜨겁다.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OST 부분은 저는 전혀 몰랐다. 논란이 되는 원곡을 들어보지 못했다. 내일 방송될 20회 편집이 마무리가 안 돼서 거기에 집중하다 어제 늦게 소식을 들었다. 아직 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아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김태성 음악감독은 성실히 이 작품을 해왔고, 저와도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때문에 제가 가진 신뢰가 있어서 우려하시는 일들은 (사실이)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겠다. 확인되지 않아서 이렇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SKY 캐슬>이 사교육 입시를 풍자했지만, 한편으론 부작용이라고 할 만큼 사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했는데.
“김주영과 같은 입시코디네이터를 찾고, 그런 코디가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게 정말 우리 교육현실의 맨 얼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답답하고 아쉬웠다. 물론 그렇게 해석하거나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저희 드라마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런 코디들이 있다는 정보를 제시하는 차원이 아니다. 교육을 매개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 20회까지 보시게 되면 다르게 생각 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6회에서 강준상을 환자가 흉기로 위협하는 장면 때문에 ‘모방범죄’ 논란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 어떻게 봤나.
“의사협회에서 낸 성명을 봤다. 애초에 강준상이란 의사, 그 캐릭터에 집중하려 했지 의사란 직업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의료행위에 대해 집중해 길게 내보내려 한 건 아니고 강준상이란 캐릭터에게 큰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웃기려 했던 것은 아니고 나중에 참회를 하는 인물로서 그 이전에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연출했다. 정말로 그런 의도 정말 없었지만 혹시라도 속상하신 분이 계시거나 일말의 피해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직업에 있어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이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혹시 이 부분에서 상처 되거나 물의를 일으킨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버드 입학 거짓 소동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들이 많다.
“<SKY 캐슬>이 작가님의 어떤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영재가 작가님 아들을 모델로 했다더라 예서가 그렇다더라 소문이 점점 커졌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님의 자전적이란 얘기는 아이들 키우면서 대학 입시 치뤘던 경험을 베이스로 삼았다는 뜻이지, 명백히 어떤 인물과 닿아있는 건 없다. 드라마 속 얘기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 아니고 있음직한 이야기들을 만든 것이다. 물론 작가님이 방대한 자료 조사를 했고, 그 속에서 상상을 덧붙인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감독이 꼽은 명장면은 무엇인가?
“지금 딱 떠오른 건 한서진(염정아)이 김주영(김서형) 앞에 무릎 꿇고 ‘ 다 감당할 수 있다’고 했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한 엄마가 자식을 서울의대 보내려는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의 한서진이란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악당의 면모를 가지고 있지 않나.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알던 주인공에 대한 호감을 갖기에 조금 불편한 지점을 가진 캐릭터인데, 이 인물이 진짜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김주영이 말한 불구덩이로 들어가겠다고 진실되게 말하는 이 장면이 참 좋았다.”
-연출과 연기가 수준급이었지만, 결국 소재만 입시이고 출생의 비밀이나 청부살인 등 기존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지적도 있는데.
“막장 드라마는 죄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것이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없을 때 논란이 생기는 것이지, 막장 자체는 죄가 없는 것 같다. 저희가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가져온 설정들이지 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드라마 결말에 대한 각종 스포일러(스포)들이 돌아다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들 하는데 스포들은 어떻게 보았나.
“스포일러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현장에서 염정아씨와 김서형씨가 이런 스포가 있다고 말해주더라. 근데 제가 들은 스포들은 거의 다 틀렸다. 속으로 어떻게 이렇게 틀린 스포가 자기 자양분 가지고 축적해 덩치를 불리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저희끼리는 불어난 스포 얘기를 하고 또 하기도 했다. 원래 작가와 정해진 이야기 있어서 스포 때문에 좌지우지 된 건 없고, 일단 제가 들은 건 다 틀렸더라.”
-<SKY 캐슬>이란 드라마 제목이 한 납골당 이름과 같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이름의 납골당이 있는 걸 촬영이 임박해서야 알았다. 납골당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혜나가 죽고 혜나 유골함을 보관하게 된 납골당이 실제 그 납골당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한서진이 사다리에 올라가있는 포스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 인물들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포스터는 방송국 CP와 팀장들이 진행했는데, 어떤 의미를 깔고 찍은 것은 아니지만 풍부하게 해석해주신 것 같다.”
-촬영하면서 가장 고마운 배우가 있나.
“모든 배우들에게 고맙다. 아역까지 포함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주셨는데, 제일 처음 이 작품 출발할 수 있게 도와준 염정아씨에게 가장 고맙다. 대본이 미완성된 상태에서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줬다. 윤세아씨도 그렇고. 작품 끝날 때까지 예술적 동반자로 많은 얘기 나눈 정아씨에게 항상 고맙다.”
-혜나가 죽기 전 학교에서 잠자리를 비추는 장면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는데, 어떤 의도가 담긴 장면인가.
“잠자리는 따로 대본에 있던 건 아니다. 촬영 현장에 도착하면 꼼꼼히 준비해서 찍으려 하는데, 그 현장의 당일의 기세라고 할까. 그 현장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찾으려 둘러보던 중 한겨울 고등학교 교실 앞 복도에 죽은 잠자리가 있었다. 혜나랑 우주가 리허설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발견했다. 이미 혜나의 사망에 대한 스토리를 알아서 그런지 잠자리가 예사롭지 않게 보여서 촬영감독에게 찍으라고 했다. 사람들이 이걸 두고 풍부하게 해석할 줄 몰랐다. 잠자리가 스스로 자살을 하는 곤충이다 등 엄청난 해석을 들었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결정된 많은 요소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SKY 캐슬>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작가님이 처음에 그런 얘기를 했다. 아이의 입시를 겪으면서 부모님들은 자식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강압적으로 대학 입시 과정을 강요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가 과연 무엇이냐.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서 평생이 보장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냐. 부모 자식간 교육 소재로 진심이라는 어떤 이야기를 묻고 있는 것 같아. 만약 박영재(송건희)라는 아이가 엄마 이명주(김정난)가 자살을 하지않고 서울의대에 입학해 대학을 쭉 다녔다면. 이명주는 영재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좋은 성적 내기 위해 대학에서도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고, 대학병원에 들어가선 병원에 남게 했을 것이고, 또 무슨 유능한 전문의가 되게 했을테고, 센터장·기조실장·병원장이 되게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결국 탄생한 인물이 강준상 아닌가. 나이 50이 넘어서야 ‘나는 누구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 그 부분에서 드라마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진심을 계속 되묻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마지막회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어젯밤 늦게, 오늘 새벽까지 마지막 편집을 했고 아직 음악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전화 걸어 물어봐주시는데, 친한 방송 관계자들에게 ‘진짜 알고 싶냐. 진짜 알고 싶으면 얘기해줄게’라고 하니 ‘아니야. 그냥 방송 볼게’ 그러더라. 방송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