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아들, 당락가른 임원 면접 ‘올A’…87 대 1 뚫고 입사
경향신문 ‘KT 부정 채용 의혹’ 검증해보니
학점 3.29·토익 성적 925점…황 대표 ‘무스펙’ 발언과 달라
새노조 “입사 1년 뒤 법무실로”…사측 “채용비리 아닌 듯”
한국당, 군사안보 규탄대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세번째)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구멍난 군사안보, 청와대 은폐조작 문정권 규탄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
2011년 말 ‘8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T에 합격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용된 것일까.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황 대표 아들은 2011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KT에 입사했다.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순으로 진행됐다. 채용 분야는 마케팅, 경영기획, IT기획, IT엔지니어링으로 평균 경쟁률은 87 대 1이었으며 총 212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서울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황 대표 아들은 마케팅 직군에 지원했다. 황 대표 아들은 서류전형에서 커트라인보다 8점가량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점(4.3 만점에 3.29)과 토익 성적(925점)이 우수하고 복수의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어서다. 또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 점도 고려됐다.
지난 20일 황 대표는 숙명여대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가진 특강에서 “내가 아는 청년은 학점이 3점도 안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고 아들의 입사 배경을 밝혔는데 실제 정보와는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당시 KT 서류심사 배점은 110점 만점으로 이 중 학교·어학·학점·자격증 등을 반영한 기본 스펙(79점)과 인턴 경험 등 대외활동(18점)이 서류 통과의 주된 기준이었다.
황 대표 아들은 필기시험의 일종인 인·적성검사에서 상위권(20%)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T 인·적성검사는 부적격자를 걸러내거나(인성검사)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사람을 추려내는(적성검사) 절차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황 대표 아들은 1차 실무면접에서 합격자 평균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1차 실무면접은 직무면접, 집단토론, PT면접 세 가지 유형으로 진행됐다. 유형별로 면접위원 3명이 지원자들을 A~D로 상대평가를 했는데, 집단토론과 PT면접에서 일부 위원들이 C를 줬지만 직무면접에서 다수의 A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당락을 최종적으로 가르는 2차 임원면접에서 4명의 면접위원으로부터 ‘올 에이(ALL A)’를 받았다.
앞서 황 대표는 “글자적인 스펙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결정력이 없다”면서 “결정력 있게 (특장점이) 몇 가지 있으면 면접을 통해 심층 심사에서 결국 되더라”고 발언한 바 있다.
황 대표 아들의 인사기록 카드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직업란에 각각 이름과 함께 변호사와 교수라고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 아들은 2012년 1월 입사 후 두 달간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10개월간 유통영업 직군에 종사했다. 이후 2013년 1월 법무팀으로 발령받아 한동안 몸담았다. KT새노조는 “어떻게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그가 법무실로, 그것도 입사 2년차에 발령 날 수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황 대표 아들은 채용비리 연루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서 이석채 전 회장 재직 중 벌어진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하자 황창규 현 회장 지시로 회사에 다니는 유력인사 자제들에 대해 자체 점검했지만 황 대표 아들은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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