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용’을 타고 헐떡이며 달렸다, 동해안을…
자전거 타고 고성에서 강릉까지
고성~강릉 114㎞…난도 ‘쉬움’
‘1박2일이면 뭐’ 가뿐해 보였다
대진항해상공원 전망대서 시작해
‘기암괴석-방파제-모래 해변-송림’
바다 경치에 빠져 여유를 즐겼다
독재자 별장 들어선 화진포 지나며
풍경 대신 속도에 집중하기로 한다
‘앗, 오르막’ 뜻대로 안 풀렸지만
숲길·흙길 구간도 묵묵히 달렸다
‘사서 생고생…’ 몸은 뻐근했지만
계획해본다, 다음엔 강릉서 부산!
방파제와 등대, 모래와 기암괴석, 송림이 어우러진 풍경이 자전거길을 타고 이어진다. 이 풍경은 동네, 항구, 해변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주된다. 사진은 양양군 현남면 원포해변에 따라 난 화상해안길이다. 왼쪽 파란 선이 자전거길을 알리는 표시다. 지난 10일 오후 라이더들이 원포해변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
기원 전 2300년 고대 중국에선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대나무 탈것을 두고 ‘행복한 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자전거의 역사>(예담)에 나온 이야기다. 저자인 이탈리아 자전거 선수 프란체스코 바로니는 이 시기를 자전거 기원으로 여기는 견해가 있다며 ‘행복한 용’을 짧게 소개한다. ‘지상에 내려온 용 같은 탈것’이라는 뜻일까, ‘용 허리에 오른 듯한 탈것’이라는 뜻일까. 구글에서 이리저리 검색해도 ‘행복한 용’에 관한 정보는 더 찾지 못했다.
330쪽 타블로이드 판형, 컬러 양장의 <자전거의 역사>를 12년 만에 제대로 들춰본 건 동해안 자전거 일주를 계획한 뒤다. 아름다운 풍광,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몸매의 선수들, 최첨단의 자전거 사진을 보며 동해안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 대상지를 꼽는 건 쉽지 않다. 3밀(환기가 안 되는 곳,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곳, 1m 이내로 접촉하는 곳)의 장소를 피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비대면(언택트) 이동수단으로 뜬 것이 자전거다. 여행 담당을 한 뒤 경기, 경상, 전라, 충청을 다녀왔다. ‘자전거’ ‘3밀’ ‘강원’을 고려하면 갈 곳은 ‘동해안 자전거길’이었다.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 사이트인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www.durunubi.kr)에서 소개한 동해안 자전거길 구간은 ‘고성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강릉 경포호’다. 거리는 114㎞, 예상 시간 7시간30분, 난도 ‘쉬움’. 이 길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750㎞에 이르는 ‘해파랑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234㎞인 제주도 해안 일주를 두 번 했다. 114㎞는 가뿐해 보였다. 1박2일 출장이면 느긋하게 다닐 줄 알았다.
12년을 끌고 다닌 내 ‘행복한 용’을 세척했다. 출퇴근 때 집과 역을 오가는 용도로만 탔다. 변속 시스템이 망가져 기어 조정을 못한다. 정비하려 사놓고는 수개월 방치한 자전거 거치대 포장 상자도 풀었다. 장거리를 뛰려면 손봐야 한다. 유튜브 정비 영상을 틀어놓고 레버와 변속기, 케이블을 매만져 본다. 몇 시간을 끙끙대다 포기하고, 자전거 가게로 가 수리했다. 기계의 빨간약(소독약)으로 불리는 WD-40을 구석구석 뿌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기원(冀願)과 사랑의 길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해변과 송지호 해변은 데크길로 연결된다. 지난 10일 늦은 오후 드넓은 하늘이 데크길과 해변 위로 펼쳐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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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지점으로 고성을 택했다. 자전거 일주로 피곤할 테니 강릉발 KTX로 편히 귀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1일 아침 접이식 자전거를 전용 가방에 넣어 전철을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갔다. 평일 전철엔 접이식 자전거만 실을 수 있다. 시외·고속버스를 탈 땐 짐칸에 넣으면 된다.
오후 2시55분쯤 고성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대진항 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다가 주인에게서 코로나19 사태로 통일전망대가 폐쇄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열렸더라도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갈 수 없다는 아쉬움과 갈 길이 줄었다는 안도가 교차했다.
바다 위로 다리를 놓은 대진항해상공원으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둘러보니 쪽빛 바닷속 암석이 훤히 드러났다. 등대 서북편 방향에 소나무밭이 보였다. 기암괴석-방파제-모래 해변-송림의 패턴은 이후 계속 나타난다.
대진방파제 콘크리트 벽은 문어 연작으로 그려졌다. 해녀가 대왕문어 한 마리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풍어를 기원하는 벽화였다. 문어는 바위에 붙어산다. 기암괴석이 많은 고성은 대왕문어로 유명하다. 어느 요리 평론가는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으로 이곳 대왕문어를 소개했다. 이날 늦은 점심 메뉴는 된장찌개. 문어 맛보기는 뒤로 미루고 다음 목적지 초도항으로 향했다.
초도방파제 벽화 주제는 인어 연인의 사랑이다. 방파제 등대 너머로 금구도가 보인다. 2005년 거북 모양의 이 섬이 광개토대왕릉이라는 설이 제기됐다. |
초도방파제 벽화도 눈에 들어왔다. 여긴 인어가 그려졌다. 남녀 인어 한 쌍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의 신과 아담의 재현처럼 서로 팔을 뻗어 손 끝을 맞대려 한다. 대포동 설악해맞이공원 앞쪽 갯바위에서 본 건 ‘인어 연인상’이다. 1977년 풍랑에 조난을 당한 어부와 갯바위에서 그를 그리워하다 숨진 여성의 이야기를 근거로 2000년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 인어? 중국 <산해경(山海經)>의 저인은 남자 얼굴을 하고 있다. 상반신은 여인,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 이미지는 안데르센 <인어공주> 영향이 크다. 초도방파제 벽화도, 설악해맞이공원 연인상도 ‘인어 공주’ 이미지를 본뜬 모습이다. 이 이미지가 꼭 서구 것만은 아니다. <삼산면지(三山面志)>는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아름다운 여인 모습을 한 인어 신지께 전설을 소개한다. 거문도 사람들은 신지께를 태풍이나 풍랑을 예측하는 해신으로 여겼다. 바다에서 신지께를 만나면 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인어 전설과 재현에선 풍랑과 조난을 피하고, 안전과 풍어를 바라는 바닷가 사람들의 기도를 생각한다. 쪽빛의 아름다운 바다는 언제 격랑으로 돌변할지 몰랐다. 바다에서 먹고사는 이들에게 자연의 돌변은 감당해야 할 숙명이었다. 이들은 기도로 위안을 받으려 한 듯하다. 송지호 해변의 서낭바위, 문암1리의 미륵불 등 동해 마을 어딜 가나 서낭신들이 보였다.
“오색꿈이 곱게 곱게 물결 쳐 오면/ 모래성을 쌓아 놓고 손가락 걸며/ 영원토록 변치 말자 맹세한 사람”. 이씨스터즈가 1965년 내놓은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가사 중 한 대목이다. 전날 화진포 관광안내판엔 이 노래 가사가 있었다. 화진포 해수욕장엔 이 노래비가 두 개 들어섰다.
강원도 여러 지자체들은 언약, 죽음과 이별, 환생으로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로 연인들을 끌어들이는 듯했다. 지난 12일 인어 연인상을 촬영할 때 중년 남녀가 인어 연인상을 한참 들여다보다 자리를 뜬다. 언제 파도에 쓸려나갈지도 모르는 연인상 아래 바위에 누군가 꽃다발을 두고 갔다.
분단과 전쟁의 흔적이
첫날 초반 화진포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다. 화진포는 못된 시아버지와 착한 며느리에 관한 ‘장자못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시아버지가 시주 온 스님에게 소똥을 퍼주고, 용서를 구하려는 며느리가 ‘뒤돌아보지 말라’는 스님의 명을 어겼다가 삶터가 호수로 변한다는 게 장자못 전설의 골자다. 장자, 이화진 등은 시아버지 이름이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괜찮겠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다 경치에 빠져든다. 해변 바닷물에도 잠깐 몸을 담갔다. 풍광이 너무 뛰어나서일까. 해방 후 독재자들의 별장이 공교롭게 화진포에 들어섰다. 해변 쪽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화진포의 성)’에 다리 건너 ‘이승만 별장’까지 둘러봤다. 동해안 자전거길엔 일제강점기 식민지 시대와 분단, 전쟁의 이야기들도 이어진다.
일제가 1937년 원산 외국인 휴양촌을 비행장 부지로 쓰면서 화진포로 외국인들을 이주시켰다. 김일성 별장은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가 1938년 독일 건축가 베버에게 의뢰해 지었다. 히틀러 공포정치를 피해온 나라가 일제강점기 조선이었다.
이승만 별장 기념관엔 화진포에서 낚시하는 이승만 등 생전 사진과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 같은 유품들을 전시했다. 김일성 별장엔 김정일이 어린 시절 기념 촬영한 사진 같은 게 건물 밖 계단에 붙어 있다. 별장 3층은 ‘역사안보전시관’이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주제로 구성했는데, 전시한 남북 교류 사진들은 죄다 2007년 것들이다.
고성군 북천철교도 1930년대 건설됐다. 일제가 자원 수탈 목적으로 원산과 양양 간 동해북부선을 놓았다. 1950년 북한군이 이 철도로 군사물자를 운반하자 국군이 북천철교를 폭파했다.
“무리하지 말자” 속도를 줄이니 새소리가 들렸다
최종 목적지인 강릉엔 지난 12일 저녁 도착했다. 마침 경포도립공원 해변은 노을로 물들어갔다. 여러 가족과 연인들이 해변을 거닐거나 백사장에 앉아 타들어가는 노을을 지켜봤다. |
이 철교는 2011년 복원됐다. 미·소 양국이 1945년 설치한 임시 군사 분계선에 들어선 양양군 38선휴게소 편의점 창가엔 ‘밥블레스유’ 멤버들이 다녀간 사진이 붙어 있었다.
속초까지 갈 길이 멀다. 관광지도를 보니 고성, 양양, 속초, 강릉의 해안선 주변 크고 작은 볼거리와 관광지만 대략 100여곳이었다. 화진포처럼 둘러보다간 일주일도 모자랄 듯했다. 눈앞 좌우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즐길 수만은 없었다. 29년 전 첫 MT 장소였던 하조대도 그저 스쳐 지나야 했다. 근대 최초의 자전거로 평가받는 셀레리페르(‘빠르다’는 뜻의 라틴어 ‘celer’와 운반한다는 뜻 ‘ferre’의 합성어)라는 이름처럼 속도를 내려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오르막(업힐)에서 세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고성-강릉’ 구간엔 라이더들 사이 악명 높은 고난도의 오르막은 없다. 한두 시간 만에 바닥난 체력과 운동 부족으로 저하된 근력이 얼마 되지 않는 오르막에서 나아가려는 의지를 뭉갠다. 오가는 차들을 주의하느라 핸들을 평소보다 꽉 쥐었는지 팔마저 저려온다. 812g짜리 카메라와 가방을 걸고 다니느라 목도 뻣뻣하다. 목 둘레에 뻘건 끈 자국이 생겨났다. 백팩엔 스테인리스 물통에 텀블러, 생수까지 2통 넣었다. 무슨 일을 하겠노라고 노트북까지 챙겨왔다. 더위에 지치면 바닷물에 들어가려 자전거 패드 속바지도 안 챙긴 채 반바지 같은 수영바지를 입은 것도 패착이었다. 터미널에 내려 스트레칭 같은 준비 운동도 없이 자전거에 올라탔다.
웬만한 오르막은 꾸역꾸역 올라갔던 제주 일주를 떠올린다. 그게 12년 전이었다는 걸, 30대 때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1단 기어도 소용없을 때가 많아 경사가 높건 낮건 거의 모든 오르막에서 내렸다. 의지와 체력을 시험하러 온 게 아니라 동해안 자전거길을 취재하러 온 것이니 무리할 게 없다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애써 느림을 예찬한다.
느림은 상대적이다. 자동차가 놓치는 걸 자전거가 발견하듯, 자전거가 빼먹는 걸 두 발은 확인한다. 첫 고비였던 거탄진로 오르막에서 숨을 헐떡이다 안장에서 내리니 새소리가 들려온다. 도로변 송림 아래 계단 논에선 물 흐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저질 체력에 대한 자기 비하와 오르막에 대한 한탄과 원망을 멈추니 동해안은 다시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어 찾아온 건 내리막(다운힐). 체중의 4배 하중이 실리며 무릎 연골에 부담을 주는 등산의 내리막과 달리 자전거 다운힐은 업힐의 노고를 화끈하게 보상한다. 다만 내리막에서 샛길과 이어지는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자동차 한 대가 자전거도로와 교차하는 샛길에서 나와 급정거해야 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동해로 동해로
자전거길이 곧 ‘자전거 전용도로’를 뜻하는 건 아니다. ‘고성-강릉’ 구간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는 3분의 1가량이다. 나머지는 마을길, 국도변, 해안길에 파란색 선 하나 그은 것들이다. 지나가는 차량도 없고, 포장도 잘돼 전용도로 못지않게 평탄한 길도 있지만, 위험하거나 복잡한 길도 많다.
길을 헤맬 때 헤어나는 방법 하나는 ‘동해 쪽으로’다. 고성에서 강릉으로 내려가면서 길을 잃어 왼쪽으로 가면 ‘파란 선’이 나왔다. 해안 군부대 건물, 철조망과 방파제에 막혀도 돌아나와 최대한 왼쪽 길을 가다보면 다시 ‘파란 선’과 픽토그램이 나타났다.
전용도로가 아닌 길에서 ‘파란 선’을 따라가다 보면 종종 사라진다. 마을길, 골목길에서 자전거 길을 알리는 픽토그램은 희미한 고대 상형문자처럼 간신히 존재를 드러냈다.
속초와 강릉 주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용도로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용도로에도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종종 쌓여 있다. 숲길, 흙길도 만난다. 여기저기 공사 중인 곳도 많다.
12년 끌고 다닌 자전거는 산악자전거다. 이 자전거가 로드바이크에 비해 속도는 느릴지언정, 다소 험난한 동해안 자전거길엔 제격이었다.
자전거는 1984년 1시간에 50㎞를 주파했다. 출발지인 대진항과 속초 숙소 간 거리도 50㎞. 오후 3시30분 대진항을 출발해 숙소엔 오후 10시쯤 도착했다. 쉬는 시간을 빼고 계산하니 1시간엔 10㎞도 못 간 듯했다. 이튿날 속초 숙소에서 경포해변까지 62㎞ 주행에 10시간가량 걸렸다.
KTX도 간신히 탔다. 뻐근거리는 몸을 어루만지며 ‘무슨 사서 생고생을…’이라고 생각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경포 해변이 떠올랐다. 흐린 날씨를 보상하듯 선홍 노을이 강릉 일대 산과 바다로 뻗어났다. 기차에서 여행용 자전거 트레일러를 검색했다. 다음은 강릉에서 부산까지다.
코로나 불안해도 놀고 싶으니까, ‘캠핑’
국내 관광객 빅데이터 분석
야외활동 선호에 캠핑장 북적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명소”
코로나19 확산 이후 캠핑족이 급증했다. 지난 12일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송림에 있는 ‘솔향기캠핑장’도 텐트들로 가득 찼다. |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강릉시까지 자전거길을 돌면서 눈에 띈 건 캠핑족이다. 양양 솔밭캠핑촌이 텐트로 가득했다. 강원도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 중 한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6일 ‘언택트(Untact) 시대의 국내 관광행동 변화’ 분석 자료를 냈다. 지난 1월20일부터 5월30일까지 21주간 SK텔레콤의 T맵 교통데이터와 KT 빅데이터로 국내 관광객의 이동패턴과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 단위(Family)’ ‘자연 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회복 조짐은 아직(Yet)’ 키워드를 뽑아내 ‘S·A·F·E·T·Y(안전)’란 말로 정리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용이한 야외활동 선호 인구가 뚜렷하게 늘었다. 캠핑장을 찾는 이들은 전국 평균 73% 증가했다. 광역별로 보면 강원 141%, 전북 133%, 충남 125%, 경기 80%, 충북 78%, 대전 76% 등이다. 기초별로 보면 영월 470%, 함양 412%, 군산 408%, 양양 377%, 서천 340%, 부안 327%다. ‘편안한 불안보다는 불편한 안전’을 선택하는 경향과 이어진다고 공사는 분석했다. 전북 임실(18%), 전남 진도(9%), 고흥(4%), 강원 양양(5%) 등 원거리 청정지역·자연친화 공간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전국 평균은 ‘-12%’다.
공사는 야외 별도 공간 선호로 추정했다. 공사의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 중 국내여행 재개 시 동반자로 가족(99.6%)을 꼽은 수치가 반영됐다.
수도권 도심 근교의 하남시 방문자가 전년 대비 17% 늘었다. 남양주시 9%, 옹진군 6% 순이다. 공사는 “생활 관광지에서 코로나19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인기 관광지(Tourist site)는 기피 대상이었다가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방문객이 전주 대비 128% 증가했다. “기존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여행지나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할 것”(34%)이라는 공사의 또 다른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인기 관광지 방문객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다시 줄어들 수 있다.
공사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도 관광 욕구는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수도권의 코로나19 위기 등을 고려할 때 온전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관광재단이 2월1일~5월15일 소셜 채널 문서 19억6065만2389건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국내여행 관심도는 약 50%, 해외여행은 약 68%가 줄었다. 축제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대신 ‘캠핑’ 언급량이 2869건에서 4072건으로 70% 이상 늘었다.
재단은 집에서 즐기는 캠핑 유형인 ‘홈캠핑’ ‘베란다캠핑’ ‘옥상캠핑’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고 발표했다. 등산, 캠핑, 자전거 여행이 관광·여가 트렌드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글·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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