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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의 귀환…전성기 다시 맞은 비결은?

붉은색 벽돌로 꾸민 실내의 널찍한 테이블, 소스와 사이드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주문 방법을 달달 외우고 생일 쿠폰과 통신사 할인을 야무지게 챙겼다.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누렸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외식 트렌드 변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위기에 처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떻게 살아나게 됐을까.

■ 1990년대 ‘핫플’로 떠오른 패밀리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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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국내에 문을 연 서구식 패밀리 레스토랑 ‘T.G.I.Faiday’s. /김정근 기자

우리나라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다. 1985년 1호점을 연 ‘투모로우 타이거’를 시작으로 ‘코코스’(1988년), ‘TGIF’(1992년), ‘LA팜스’(1994년) 등 외국 브랜드가 국내에 소개됐다. 88 서울 올림픽 전후로 서구식 식문화와 경양식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시대가 열린다. 1995년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1996년 ‘마르쉐’, 1997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와 ‘빕스’가 앞다투어 문을 열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애슐리’(2000년)와 ‘세븐스프링스’(2002년)가 유행 대열에 합류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외식산업이 불황을 맞으며 잠시 휘청거렸지만 2000년대 들어 소비가 회복되고 파격 할인 경쟁이 붙으며 업계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주말은 물론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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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가 이어졌다. 1990년대 800억원 수준이던 업계 매출 규모는 2007년 9000억원대까지 급성장했다. 베니건스는 한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아웃백은 2008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최초로 100호점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외식업계를 주름잡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2010년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외환위기도 극복했던 업계가 하락세를 맞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1~2인 가구 증가와 건강식 선호 트렌드 확산, 장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비싼 가격 논란, 고급 외식 메뉴의 대중화와 배달음식 유행 등으로 한때 20여개 브랜드가 경쟁하던 시장에는 아웃백, 빕스, TGIF, 애슐리 4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타를 맞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드는 듯했다.

■ 고물가에 ‘가성비’ 주목…‘노키즈존’ 대안으로도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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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앳푸드가 28년 만에 새롭게 출점한 패밀리레스토랑 캐롤스. 썬앳푸드

침체기를 맞았던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지난해 줄줄이 호실적을 거두며 또 한 번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2021년 bhc그룹에 인수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576억원, 영업이익 790억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랜드이츠의 애슐리는 올 3월까지 매출이 전년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5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빕스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점당 매출이 연평균 35%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1995년 토니로마스를 론칭했던 썬앳푸드가 지난해 신규 아메리칸 패밀리 레스토랑 ‘캐롤스’를 오픈하는 등 오랜만에 업계 신참도 등장했다.


매장 수를 줄이고 핵심 상권에 매장을 집중하는 등 체질을 개선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빕스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2022년 전체 매장을 프리미엄 타입으로 리뉴얼했다. 아웃백은 최근 ‘캐주얼 다이닝’을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로 발표했다. 가족 단위 고객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 소비층이 일상에서 즐겨 찾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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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신규 캠페인 TV광고 스틸 이미지. Bhc그룹 제공

외식물가 상승도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부르게 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1만원을 돌파하는 등 고물가가 계속되며 그간 비싸다고 평가받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애슐리퀸즈의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이 1만9900원이다.


비용적 측면뿐 아니라 아이들과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패밀리 레스토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식당과 카페에 노키즈존이 늘어나며 어린 자녀 동반 고객들의 선택권이 줄어든 가운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키즈 프렌들리’ 경영을 내건 빕스는 어린이 전용 의자와 식기를 갖추고 일부 매장에 수유실과 어린이 전용공간을 마련하는 등 자녀 동반 고객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요즘 4인 가족 외식비용이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같은 값이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뷔페형 레스토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이 직장인 회식 장소뿐 아니라 아이들과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가족 외식 장소로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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