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 공개된 ‘기생충’, 기립 박수만 8분…“지금까지 중 최고”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기생충> 공식 상영 뒤 봉준호 감독(오른쪽에서 세번째)과 배우 송강호 등 제작진이 기립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공식 상영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례적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부터 박수가 시작됐고, 봉 감독과 배우들이 극장을 퇴장하기 전까지 약 8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영화제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이날까지 경쟁 부문에 상영된 영화 중 “단연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에는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 등 제작진뿐 아니라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출연한 배우 틸다 스윈튼도 참석했다. 2층까지 총 2300여석을 채운 관객들은 영화 중간 웃기는 장면에서는 폭소를 터뜨리고, 고비를 넘기는 장면에선 일제히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극장 내 조명이 켜진 시점부터는 모두 일어나 봉 감독과 배우, 제작진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영화제 측에서 봉 감독에게 마이크를 건넸고, 봉 감독은 “와주셔서 감사하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갑시다”라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오후 10시에 상영을 시작해 자정을 넘긴 시점이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기생충> 공식 상영회에서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매우 밝은 표정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눴다.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12번째 칸을 방문하고 있는 영화 제작사 ALIGN 부사장 마틴 메츠는 “봉 감독의 영화 <괴물>을 가장 좋아했는데 오늘부로 <기생충>으로 바뀌었다”며 “이날까지 상영된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 중에서 <기생충>이 최고였고, 지난 12년간 내가 칸에서 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 <기생충> 공식 상영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 김경학 기자 |
이날 <기생충> 상영 직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공식 상영이 있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최정상 배우들이 주연한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기생충>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더 많았다. 프랑스 영화사에서 일하는 막심 두차토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도 봤는데 <기생충>이 훨씬 더 좋았다”며 “웃기기도 하고 어두운 부분도 있고 한국 사회에 대한 것을 응축해서 비판한 점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호평했다. 가디언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은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 안으로 깊숙이 박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우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썼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호평이라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이 이렇게까지 다 남아 박수를 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계급 차이를 (봉 감독) 자신의 방식대로 유머러스하고 영리하게 잘 풀어냈다. 경쟁 부문에 좋은 영화가 생각보다 적어 더 돋보인다”고 말했다.
<기생충> 표를 구하려는 이들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서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학 기자 |
칸|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