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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낫 샤이’ 만든 2000년생 작곡가에게 듣는 Z세대 K팝

인터뷰

경향신문

그룹 ITZY(있지)의 노래 ‘낫 샤이’를 만든 작곡가 코비를 지난 7일 서울 강동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그의 꿈은 언젠가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민할 시간에 움직인다. 노력의 결과를 세상에 알린다.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아간다. 이 간결한 태도의 주인공은 지난달 한·중·일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최정상에 오른 그룹 ITZY(있지)의 미니 3집 타이틀곡 ‘낫 샤이(Not Shy)’를 만든 작곡가 코비(20·본명 이원준)다.


“난 빨리빨리 원하는 걸 말해/ 못 가지면 어때 괜히/ 망설이다 시간만 가니.”(‘낫 샤이’) Z세대 특유의 당당함을 표현한 가사와 ITZY의 정체성은 ‘Z세대 작곡가’ 코비의 에너지 넘치는 곡을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 담대하지만 겸손하게, 전 세계 K팝 팬들과 강렬한 첫 인사를 나눈 작곡가 코비를 지난 7일 서울 강동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2PM의 ‘어게인 앤드 어게인(Again & Again·2009)’ 뮤직비디오를 보며 드럼 리듬을 따라 연주했던 기억이 나요. 어려서부터 팝, 힙합, EDM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을 들었지만 아이돌 음악이라 불리던 K팝에 특히 관심이 많았어요.” 다섯살 무렵부터 피아노, 드럼, 기타 등 악기 연주를 즐겼다.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곡까지 하고 있었지만 딱히 음악을 ‘업’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코비에게 ‘대중음악 작곡가’라는 구체적인 길이 떠오른 건 고등학교 1학년, 영어 학원에서의 어느 날이었다. “원래 꿈은 파일럿이었어요. 그날 수업을 듣다 갑자기 내가 진짜로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가서 바로 부모님께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말씀드렸죠.”


학교를 그만두진 않았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꾸준히 곡은 쓰고 있었어요. 장르를 가리진 않았지만 유독 아이돌 음악만큼은 잘 표현이 안 됐어요. 평소 좋아한 만큼 답답함을 느껴서 오히려 끌렸던 것 같아요.” 부딪힌 한계, 코비는 물러서는 대신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또래 친구들과 ‘음악 크루’를 만들고, 10대 창작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작곡한 음악들을 올렸다. 자연스레 2017년엔 네이버 창작 콘텐츠 커뮤니티 그라폴리오가 진행한 틴에이저 작곡 공모전에 지원했다. 최상위 3인에 들었다. 이후 심사를 맡았던 음악 저작권 회사 JYP퍼블리싱에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2학년, 17세의 그에게 회사는 소속 작곡가로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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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중·일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최정상을 석권한 그룹 ITZY(있지). JYP엔터테인먼트

“‘사기인가?’ 의심했어요(웃음). 회사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코비는 그렇게 박진영 프로듀서를 비롯해 61명의 작곡가들이 활동하는 JYP퍼블리싱 소속 최연소 작곡가가 됐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발매된 그룹 갓세븐의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그룹 원어스의 ‘인 마이 암스(In My Arms)’ 등을 작곡했다. ‘낫 샤이’는 그가 만든 K팝 음악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발매된 곡이다. JYP ‘간판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ITZY의 타이틀 곡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K팝 팬들과 인상적인 첫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다.


“올해 초쯤 제 곡이 타이틀이 됐다는 걸 알았어요. 무척 좋았어요. 못한다고 생각해서 도전했던 분야였으니까요. 드디어 곡다운 곡을 만들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곡가 이름이 아닌) 곡 자체만 보고 판단을 하는 JYP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코비는 ‘낫 샤이’가 다수의 K팝 곡처럼 체계적인 협업 속에서 완성됐음을 겸손하게 강조했다. “혼자서는 끝까지 못했을 거예요. 한창 빠져 있던 라틴 장르와 트랩 장르를 섞어 보며 만든 제 트랙(반주)에, 샬롯 윌슨 작곡가님이 멜로디를, 박진영 PD님이 가사를 더해주셨죠. 이어어택(earattack) 작곡가님이 편곡에 아이디어를 더해주셨고요. 제 곡에 안무가 붙고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것도 처음이었는데 신기했어요. 하나의 좋은 곡, 앨범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협업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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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ITZY(있지)의 노래 ‘낫 샤이’를 만든 작곡가 코비를 지난 7일 서울 강동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그의 꿈은 언젠가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비는 전 세계로 확장된 K팝 산업의 영토를 변화가 아닌 현실로 인식한다. 2000년생 작곡가인 그에게 ‘K팝’은 늘 ‘세계’와 상응하는 단어가 된다. “K팝 작곡가로 살아가는 기쁨은 제가 만든 콘텐츠를 많은 분들이 듣고 좋아해주실 수 있다는 것이에요. 반대로 전 세계에 포진한 능력 있는 작곡가 분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처럼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곡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꿈은 언젠가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끝으로 그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10대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무작정 회사와 연락부터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것보다는 음악적인 본질에 집중하고, 오디션처럼 객관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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