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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발’ 세고, ‘글발’은 더 쎈 언니들이 술술 털어놓은 이야기

'아무튼 술' 김혼비&'술꾼도시처녀들' 미깡

경향신문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필명을 쓰는 김혼비(왼쪽)·미깡 작가가 해장을 위해 냉면 육수를 들이켜는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의 표지를 재현했다. 두 작가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평양냉면 두 그릇을 싹싹 비운 뒤에야 촬영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소주 두 병이 비워졌다.

“이 책은 평소 성실하고 철저한 과음으로 최적의 숙취 상태를 유지해온 미깡 작가의 해장 임상 실험기이다.” <아무튼 술>의 김혼비 작가는 <술꾼 도시 처녀들>을 그린 미깡 작가의 신간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의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자택에서 몸을 사렸던 두 ‘술꾼’이 모처럼 회동했다. “어제는 비가 와서 막걸리에 남편이 만든 김치전을 먹었다”는 미깡 작가는 해장의 3요소 중 하나인 충분한 수면을 취한 덕분에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는 몸을,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김혼비 작가는 2월22일 이래 일 관련 외에는 처음으로 외부인을 만나는 특별한 외출을 위해 숙취를 준비해왔노라 했다.


주말 오후 한적한 골목의 냉면집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똘똘똘똘똘.” <아무튼 술>에서 김혼비 작가가 ‘소주 오르골’이라 예찬한 소주 첫 잔을 따를 때만 나는 음향에 이어 “쨍” 잔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미깡 작가의 감탄사 “오, 달다”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음주와 해장으로 출발한 대담은 “타고난 술꾼이자 이야기꾼”들이 빚어내는 화학 작용으로 다양한 여성 서사의 필요성에 대한 결의로 술 흐르듯 흘러갔다.

코로나 시대의 음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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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 음식>의 표지를 따서 제작한 배지.

미깡 작가의 <해장 음식>은 지난 3월23일 출간 하루 만에 재쇄에 돌입했지만 여느 때 같으면 성황을 이뤘을 북토크 행사 한번 열지 못했다. 김혼비 작가는 축제 관련 책을 쓰던 도중 전국 축제 줄줄이 취소 소식을 접했다. 일상의 활력소였던 축구도 포기했다. “워낙 집순이라” 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어느덧 코로나 시대의 일상은 변하고 있었다. 지난해 쟁여두었던 벚꽃술을 집에서 마시는 것으로 벚꽃놀이를 대신하는 것처럼.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합니다. 음주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요.


김혼비 = 과거 술자리는 언제나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었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가리게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올해는 계속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술자리 하나를 갖는 것에도 여러모로 따져보겠죠. 어쩌다 한 번 하는 술자리를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질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그냥 술자리에 다 같이 모이다 보니 친한 줄 알았던 느슨한 관계들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미깡 = 양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질적 향상이 일어난 거죠. 코로나19 이후 술자리 풍경도 달라지겠죠. 수작이라고 잔 돌리는 문화가 아직 있다면서요? 정이니 교감이니 하지만 정말 비위생적인 건데, 이거야말로 완전히 사라질 거고. 술자리가 아니어도 얘기가 잘된다는 걸 경험하면서 굳이 술자리를 잡을 필요 없겠다는 걸 알지 않을까요. 전체적으로 억지로 끌려가는 술자리가 많이 줄어들 듯해요. 그런 면에서는 좋은 거죠.


김혼비 = 매번 집에서 해먹을 수 없어서 가끔 남편과 외식하는데, 북적이는 곳은 못 가겠더라고요. 장사 안되는 곳을 팔아주는 느낌 플러스, 거리 두기가 되니까 손님 적은 식당을 골라 다녀요.


미깡 = 거리 두기를 지키는 강도가 비슷한 친구끼리 만나게 돼요. 조심하는 걸 뭐라 할 순 없지만, 조심하지 않는 건 문제죠.


김혼비 = 코로나19 사태로 5월 초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 선언했더니 친구들이 집으로 술을 보내주는 거예요. 그냥 만났으면 소주 마시고 말았을 텐데, 친구들이 따져가며 고른 각종 술을 마시다 보니 술맛을 깨쳤어요. 왜 그동안 소주만 마셨을까(웃음).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달고나커피를 만들어 먹듯이, 요즘 집에서 술 조합을 멋대로 해보고 있어요. 콜라랑 와인 반반 섞어서 마셔봤어요? 진짜 맛있어요.

술꾼 도시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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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술꾼에게 술은 “너무 좋고 오래오래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절제와 양질의 해장은 필수다. <술꾼 도시 처녀들> 중에서.

2014년 30대 여성 3인의 음주생활을 다룬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 나왔을 때, 그렇게 이야깃거리가 화수분처럼 나올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민족성에 비하면 음주에 대한 서사는 턱없이 드물었던 한국에서 <술도녀>는 바로 여기, 지금, 여성들의 술 담론을 양지로 끌고 나와 큰 공감을 샀다. 누적 조회 수 1억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술도녀>는 2017년 자체 시즌6으로 연재를 종료했다.


2019년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로 출간된 <아무튼 술>은 주종부터 음주 방식까지 술을 주제로 이토록 산뜻한 에세이가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삼 확인시키며 아무튼 시리즈 최고 히트작이 됐다.


미깡 작가님이 <술도녀> 연재 당시 임신 중이라 ‘술꾼’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었다는 뒷얘기는 전설로 남았습니다.


미깡 = 처음에는 다소 원색적인 비난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알코올중독자라면 매주 이렇게 마감을 할 수 없다. 몇 시즌을 연재하고 있다면 성실한 사람이고 의외로 술 안 마시고 사는 거 같다’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다 ‘알고 보니 임신 중’이었고 이후 육아하면서 그리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웃음), 비난이 줄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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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깡 작가가 양평해장국과 함께 최고의 해장 음식으로 꼽은 평양냉면.

연재 종료를 아쉬워하는 독자가 많았습니다. 연재를 재개할 계획은 없나요.


미깡 = 처녀라는 단어가 많이 오염되어서 그건 다시 쓰기 싫고, <술꾼 도시 여자들>로 40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저와 나이가 같이 가니까 그들도 41세가 됐죠. 누군가는 결혼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안 했을 거고. 말 그대로 스토리상의 시즌2가 시작되는 거죠.


김혼비 = 저는 쭉 갔으면 좋겠어요. ‘술꾼 도시 노년들’도 있고.


미깡 = ‘술꾼 시골 할매들’도 있고요. 도시 3부작이 끝나면 시골 3부작으로 갈 거예요(웃음). <술도녀>가 나온 7년 전만 해도 신선하다, 파격적이다 이런 말이 있었어요. 남자와의 로맨스도 아니고, 여자 친구 3명이 주인공인 것도 많지 않았고요. 게다가 다들 술고래라 이런 웹툰을 그린 것 자체를 되게 용기있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현실에 없지 않잖아요. 미디어에서 여성은 술 앞에서 내숭이나 떠는 정도로 다뤄졌기 때문에 <술도녀>가 사람들에게 확실히 속시원한 느낌도 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쯤이면 (이런 콘텐츠가) 엄청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혼비 = 주변에 늘 술 마시는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가 술 마시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다니, 용감하다” 같은 반응이 나올 거라는 예상을 못했어요. 그런 반응을 <술도녀> 댓글을 보고 알았죠. 아, 누군가가 보기에는 하기 힘든 얘기였던 거구나, 이게 사회적인 분위기구나 했죠.


미깡 = 주변에 그런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없나보죠. 우리에겐 나의 일상, 너의 일상인데.

망설이지 말고,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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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똘똘똘 ‘소주 오르골’에 이어 “쨍” 잔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오, 달다”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졌다.

김혼비 = 당시 아무튼 시리즈 근간에 <아무튼 소주>라고 남자 작가님이 쓰시려던 게 있었어요. 소주는 이미 누가 가져갔고, 그럼 <아무튼 술>은 아직 남아있는데, 그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써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자가 쓰기 전에 내가 써야겠다(웃음). 초조한 마음에 출판사에 연락을 했죠.


미깡 = 이 얘기는 처음 듣네요.


김혼비 = 여자가 혼자 술 마시는 이야기든, 혼자 밥 먹는 이야기든, 어쨌든 여자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깡님의 <술도녀>가 그 길을 열어주고 나니까, 후발주자로 되게 편한 거예요. 미깡님이 ‘이걸로 여성 술꾼들의 자유를 열어주리라’ 이런 거 없이 쓰셨을 테지만, 아직은 사회에 여자들의 목소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조차 큰 의미가 되는 거죠. 아무튼 시리즈에 투고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여성분들 많거든요. 저는 그냥 써보라고 해요. 본인 생각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걸 씀으로써 또 다른 할 말이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요.


미깡 = 뭔가를 쓰고 싶은데 가장 가까운 주변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혼비님도 어머님이 <아무튼 술>을 너무 싫어하시잖아요(웃음). 저도 사실 그런 마음이 없진 않죠. <하면 좋습니까?>는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결국 비혼을 선택하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시부모님께 드릴 때 기분이 좀 묘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아무렇지도 않아요. ‘잘했다, 필요한 얘기다, 재밌었다’고 해주셨어요. 시어머님은 책을 사서 ‘무궁화친목계’ 모임에도 돌리셨어요. 회장님이 정말 멋있는 80대 걸크러시 할머니인데 ‘책은 그냥 받는 거 아니다’ 하시면서 돈도 주시고.


김혼비 = 너무 멋지시다!


미깡 = <해장 음식>도 ‘미친 술꾼’이었을 때 이야기인데, 시아버님께서 재밌다며 책 표지 이미지로 만든 배지도 모자에 달고 다니세요(웃음). 주변을 너무 의식할 필요 없을 거 같아요. 의외로 너무 아무렇지 않고 또 그게 뭐가 중요해요? 그냥 하고 싶은 말 하면 돼요. 혼비님 얘기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고요.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은 날려버리고 빨리 질러버렸으면 좋겠어요.

해장 안부를 묻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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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는 건강하고 즐거우며 속 시원한 음주 생활을 빌어주었다.

김혼비 = <아무튼 술> 내고 ‘술에 얽힌 에피소드를 재밌게 썼을 뿐이지, 진정한 술꾼은 아니다’라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같이 묶이지만, 솔직히 미깡님이 나와 같이 묶일 레벨이 아니거든요. 내가 따라가기에 이미 멀리 가계시는 분이었죠.


미깡 = 지금도 무지렁이죠(웃음). 그냥 술을 갈망하고 술에 취한 상태를 잘 묘사할 뿐인 거지, 술 자체를 잘 알진 않아요. 그런데 막상 웹툰을 시작하니까 내 안에 있던 게 술술술 나오더라고요. 술을 많이 마셨고, DB가 많으니까.


김혼비 =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중에 ‘나는 이만큼 마시는데, 너는 이것도 못 먹냐’ 부심 부리는 사람 있잖아요. 미깡님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절대 아니라서 좋은 술친구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좋은 술친구란 어떤 사람일까요.


미깡 = 당연히 대화가 잘 맞고 식성까지 맞으면 더 좋죠. 술을 마시면 감정이 고조되잖아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감정이 증폭되어서 더 속상해지기도 하죠. 저는 그런 쪽은 지양하려고 하거든요. 가급적 즐겁게 마시고 ‘그래 이 정도면 괜찮다’하고 좋은 기분이 증폭돼야죠. 술친구는 그게 잘 맞으면 좋죠.


김혼비 = 미깡님을 좋은 술친구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그 포인트였어요. 어쩌다 힘들거나 징징거리고 싶을 때 만나도 저 사람은 흥겹게 잘 받아주겠구나, 싶었어요. 내가 되게 복잡해하는 무엇을 간단하게 확 풀어서 ‘아, 왜 그거 갖고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같았어요.


마음 맞는 좋은 술친구란 갈수록 정말 귀한 존재 아닐까요.


김혼비 = <해장 음식> 마지막 챕터(‘해장 안부를 묻는 사이’)가 그 책의 백미였어요. 해장의 의미를 추상적으로 한 번 더 일깨워줬거든요. 우리는 술집에서 만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이고 나머지의 괴로움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해장을 확인하는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짠 할까요? 아, 술이 없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 마시는 사이도 좋지만, 내일을 염려해서 술을 뺏어 드는 사이도, 이제는 참 좋다’고 쓰셨어요.


미깡 = 제가 술 마시면서 늘 하는 말은 ‘내일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마시자’예요. 왜냐하면 술은 너무 좋고 오래오래 마셔야 하는데 음주총량의 법칙은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 총량이 줄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일도 마실 수 있을 만큼만, 1차까지만 마시자는 거죠. 하지만 오늘은 2차 가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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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과 <아무튼 술>의 표지.

미깡&김혼비 작가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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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깡 작가와 김혼비 작가는 어느덧 ‘해장 안부를 묻는’ 좋은 술친구가 되었다.

김혼비 작가는 미깡 작가를 ‘망원동의 백종원’이라 부른다. 지금처럼 맛집 정보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맛고행단’을 조직해 숨은 맛집을 찾아다녔던 화려한 전력의 미깡 작가는 <술도녀> 연재 당시에는 ‘전통주 프로젝트’로 전국의 양조장을 돌며 문무 아니 ‘술·안주 지식’을 겸비했다. <술도녀> 웹툰 끝머리에 들어가는 추천 안주 사진은 술꾼들의 안주 바이블로 통했다. 연재 당시 등장했던 맛집들은 대다수가 건재하다. ‘장수 맛집을 알아본 미깡 작가의 안목 덕이냐’는 질문을 김혼비 작가가 “미깡 작가의 흥행 파워 덕”이라고 받아쳤다.


요즘 마시기 좋은 추천 술이 있다면요?


미깡 = 이제 더워지잖아요. ‘과하주’라고 있어요.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산뜻한 술이에요. 또 서울 북촌의 양조장에서 만드는 ‘삼해소주’. 엄청 진하고 맛있어요. 쌀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추천 안주는요?


미깡 = 계절감에 맞게 나물을 많이 드세요. 나물을 사면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요. 조물조물 무치면 반찬도 되지만, 막걸리나 청주 안주로도 속이 편하고 좋아요. 봄동, 취나물, 냉이는 파스타에도 잘 어울려요. 샐러드로 만들어 맥주랑 먹고, 파스타해서 와인이랑 드세요.


김혼비 = 저는 안주를 따로 준비하기보다는 밥 먹을 때 반주로 즐겨요. 작년 가을부터 한 달에 하루 날을 정해 육식을 하다 보니 고기의 식감이 그리울 때, 버섯을 먹는데 그 의존량이 엄청나요. 나물 무치듯 무치고, 굴소스나 피시소스 넣고 볶거나 표고 같은 경우 생으로 찢어먹어도 좋아요. 옛날부터 어른들이 나물 맛있을 때가 버섯도 맛있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봄버섯 맛이 좋더라고요.


숙취 없이 ‘홈술(집술)’을 즐기려면요?


미깡 = 홈술&혼술은 마냥 늘어지기 쉬워서 문제잖아요. 이럴 때는 ‘무조건 새벽 1시에는 끝낸다’ 시간을 정하거나 ‘한 병만 마신다’ 양을 정해놓고 마시는 게 좋아요. 저는 시간으로 정해요. 왜냐면 병으로 정하면, ‘다 마셨는데 아직 시간이 이르네’ 이러면서 조금 더 먹게 되거든요. 저는 ‘무조건 1시에는 잔다’ 주의예요. 숙취 해소에는 잠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확보해야 해요. 어제 마시고 오늘 ‘말짱한’ 것도 일찍 잤기 때문이거든요.

미깡

다음웹툰에 <술꾼 도시 처녀들>을 연재(2014~2017)하며 본격 여자들의 음주 생활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림책 <잘 노는 숲속의 공주>의 이야기를 썼으며, 세미콜론의 ‘띵 시리즈’ 두 번째 프로젝트인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에서 다년 간의 음주 경험을 토대로 전국 해장국부터 세계의 해장 음식까지 아우르는 해장담론을 펼쳤다.


김혼비

여자들이 사회에서 축구한 이야기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로 장르 개척에 나서는가 했더니, 범접할 수 없는 음주 에피소드가 농축된 <아무튼 술>로 통쾌한 쐐기를 박았다. 코로나 사태 종식을 염원하며 전국 축제 유랑기를 집필 중이다.

글·사진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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