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컬처]by 경향신문

“소름돋아 잠 못 이뤘다”···넷플릭스 D.P.가 그린 한국군 폭력의 슬픈 자화상

[경향신문]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묘사가 소름돋게 실감난다” “군대 생각에 밤잠을 못 이뤘다” “하이퍼리얼리즘 아닌가”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한국 군대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극이 주목한 건 군대 내 폭력·성추행 등 가혹행위, 강압적 상명하복 문화와 각종 부조리다. 치밀한 고증 덕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군필자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뜨겁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를 뜻한다. 극중 안준호 이병(정해인)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이 2인 1조를 이루어 탈영병을 쫓는다. 시즌 1의 6편 에피소드에서 5명의 탈영병이 등장한다.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라는 드라마 카피에 주목해야 한다. 탈영병 대부분이 폭력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달아난 경우다.


배경은 2014년이다. “진정한 군의 기강은 전우의 인격을 존중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TV 화면 앞으로 폭력이 일상화된 내무반 풍경이 비친다. 제대를 앞둔 황장수 병장(신승호)은 후임병을 뾰족한 못이 박힌 벽에 밀쳐서 뒤통수에 피를 내고, 관물대를 멋대로 뒤져 편지를 꺼내 큰 소리로 읽고, 편지에 쓰인 가난한 가정사를 조롱한다. 후임을 사정없이 구타하거나 ‘로열젤리’를 주겠다며 입에 가래침을 뱉으려고도 한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대를 벗어난 탈영병들은 더 가혹한 일을 겪었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 씌우고 그 안에 물 붓기, 하의를 벗긴 후 라이터로 음모 태우기, 자위행위 시키기, 얼굴에 살충제 뿌리기 등.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극도로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간접 체험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드라마는 군에서 왜 그토록 많은 문제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감춰졌는지 그 과정 또한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극 후반부에 시청자들은 폭력이 기어이 키워내고야 만 괴물을 만난다. 조석봉 일병(조현철)은 민간인 시절 ‘간디’라고 불릴 정도로 선량했던, 만화를 사랑하는 청년이다. 안준호에게도 한결같이 친절을 베풀던 그였다. 하지만 집요한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분노와 살의를 주체하지 못하고 일촉즉발의 탈영병이 되어버린다. 조석봉의 파괴적인 모습이 클라이맥스를 이끈다. “바뀔 수도 있잖아. 우리가 바꾸면 되잖아”라는 한호열의 호소에 조석봉은 “군대 수통에 적힌 날짜가 1953년”이라며 냉소한다. 조석봉을 괴물로 만든 장본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며 “용서해 달라”고 눈물로 빈다. 한국 군대 폭력의 슬픈 자화상이다.


선한 얼굴과 괴물의 표정을 동시에 연기한 조현철의 연기가 돋보인다. 정해인이 연기하는 안준호는 극 초반 불우한 가정사로 염세가 가득한 얼굴을 하지만, 탈영병들의 사연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표정을 달리한다. 구교환의 한호열 캐릭터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통해 안준호와의 균형을 맞춘다. 김성균과 손석구도 안정적 연기로 극을 뒷받침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실제 D.P.병으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오늘의 실시간
BEST
khan
채널명
경향신문
소개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다,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