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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꽃길 따라 사뿐사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총 길이만 240㎞, 서울 꽃길 160선

경향신문

성동구 응봉산 개나리. 서울시 제공

봄은 꽃과 함께 온다. 올해는 예년보다 봄꽃도 일찍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평년보다 나흘에서 일주일가량 빨리 꽃망울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이달 22일부터, 서울은 다음달 3일이면 벚꽃 구경이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나들이를 돕기 위해 ‘아름다운 봄 꽃길 160선’을 소개했다. 크고 작은 공원부터 천변, 숨은 골목길 등 꽃길의 길이를 모두 더하면 240㎞가 넘는다.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추천하고 서울시가 선정한 160개 꽃길은 봄나들이, 드라이브, 산책·운동, 색다른 꽃 등 주제별로 분류돼 있어 목적에 맞게 골라 다니기도 좋다. ‘서울 IN 지도’ 웹서비스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현재 내 위치에서 가까운 서울의 봄 꽃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족·연인·친구와 봄소풍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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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경춘선 숲길 벚꽃.

벚꽃 하면 여의도 윤중로부터 떠올리는 서울사람이 많겠지만 찾아보면 시내 곳곳에 비교적 덜 붐비는 벚꽃 명소들이 숨어 있다.


공릉동 경춘선 숲길은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방치됐던 폐선 철로를 공원으로 꾸민 곳이다. 기차여행을 하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들풀과 야생초를 심어 마을 공동의 뜰로 조성했고 폐기차와 건널목 신호등을 작품처럼 배치해 운치를 더했다. 특히 폐선 철로를 따라 왕벚나무가 늘어선 경춘선 2구간은 호젓하게 걸으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은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핀 왕벚나무 꽃이 인상적이다. 정수장 부지를 새로 꾸민 공원은 인근 김포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호수 위를 지나갈 때마다 소리분수가 자동으로 작동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가족끼리 소풍을 즐기기 알맞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봄이면 서문 진입로에서부터 300m가량 진달래와 붓꽃,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현충탑으로 향하는 길의 수양벚나무도 유명하다. 손에 닿을 듯 늘어진 가지마다 피어난 연분홍 꽃송이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양벚꽃은 국가유공자의 충의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해 의미가 더 깊다. 현충원은 벚꽃 철에 야간 개장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홈페이지 등에서 정보를 확인해보자.


종로구 삼청공원에선 공원 경관과 어우러진 벚꽃과 때죽나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근처의 삼청동, 가회동에는 갤러리 등 문화공간이 즐비하다. 성북동의 맛집들도 함께 들르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


서대문구청 뒤로 오르는 안산은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뒷산이면서 멋진 벚꽃순환길이기도 하다. 수령이 오래된 산벚나무, 왕벚나무 등 수천그루가 산자락을 온통 하얗게 물들인 풍경은 각종 드라마에도 여러 번 담겼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커다란 공룡 화석이 전시된 인근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도 함께 들러보자.

교통이 편리한 도심 벚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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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래섬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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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구경으로 유명한 장소는 봄철마다 인근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대중교통이 연결된 도심 공원으로 떠나면 체증 없이 꽃구경을 할 수 있다.


북서울꿈의숲은 공원 내 큰길을 따라 왕벚나무는 물론 수십여종의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녹지다. 과거 놀이공원이 있던 자리라 부지도 넓다. 잔디광장에서 챙겨간 도시락을 먹고 전망대와 각종 문화 공연을 챙겨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북서울꿈의숲은 지나는 버스 노선이 많고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1호선·경춘선 광운대역에서도 멀지 않다.


망우동 중랑캠핑숲은 공원으로 조성하기 전부터 배나무 과수원이 있던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핀 하얀 배꽃이 4월 중하순이면 장관을 이룬다.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중랑캠핑숲은 너른 잔디밭에 야외 테이블이 설치돼 있고 스파와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유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다. 중랑캠핑숲은 경의중앙선 양원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중심 남산은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순차적으로 산을 물들인다. 4월 중순쯤 한남대교 쪽에서 바라보면 산벚나무가 만발한 남산의 봄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교통약자도 남산 꼭대기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N서울타워 전망대와 전통한옥으로 지은 찻집 ‘목멱산방’도 서울의 경관을 전망하기 좋은 장소다.


어린이대공원은 높이 자란 왕벚나무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어 벚꽃이 피었을 때 유독 화려하다. 동물원이 붙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좋다. 서울대공원은 순환도로에 도열한 왕벚나무가 인상적이다. 서울대공원 벚꽃은 다른 벚꽃 명소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피어나 뒤늦게 꽃구경을 나선 나들이객에게 적격이다. 동물원과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연계한 봄나들이 코스도 좋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재단장한 ‘서울로 7017’은 목련, 개나리, 산수유 등 봄꽃나무 940주를 식재한 도심 속 수목원이다. 올봄엔 걸이화분에 4만5000본의 꽃모종을 심어 나들이객을 맞을 채비를 갖췄다.

드라이브 즐기고 색다른 꽃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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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중랑천 장미거리.

종로 인왕산길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봄꽃 드라이브 코스다. 사직공원에서 황학정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 초입에 이르는 인왕산길은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차 안에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광진구 워커힐길도 서울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워커힐호텔 근처에선 그득 피어나는 왕벚꽃도 매력적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한강 조망도 시원하다. 워커힐호텔은 다음달 6일부터 28일까지 벚꽃축제를 여는데, 주말에 각종 선물과 시음권, 이벤트 응모권을 제공하는 ‘맥주 페어’(1인당 1만원)와 ‘와인 페어’(1인당 3만원)에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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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창포원 붓꽃.

색다른 봄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도봉동 서울창포원이 제격이다.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자리 잡은 1만5000㎡ 규모의 붓꽃원에서 130종의 다양한 붓꽃을 만날 수 있다. 습지원, 초화원, 약용식물원 등 12개 테마로 조성된 공간마다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청계천로, 성북구 월계로, 동작구 상도로, 송파구 로데오거리는 흰 쌀밥을 닮은 푸짐한 이팝나무꽃으로 유명하다. 양천구 신트리공원과 강동구 허브천문공원은 다양한 야생초와 허브식물을 감상하며 자연학습까지 겸할 수 있어 인기다.


중랑천 제방 위에 5.1㎞에 걸쳐 조성된 장미거리(묵동교~장평교)에는 8만8000여그루의 장미가 식재돼 봄마다 아름다운 꽃터널을 자랑한다. 장미로 뒤덮인 아치와 기둥마다 붙어서 ‘인생샷’을 건지려는 이들로 붐빈다. 장미거리 근처엔 생태탐방 명소인 중랑천과 동대문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있다. 박석으로 만든 다리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응봉산 개나리·중랑천 장미…꽃이 피어나는 곳엔 향긋한 축제도 함께

서울의 각 자치구는 봄꽃 개화 시기에 맞춰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성동구는 3월 말에서 4월 초에 걸쳐 사흘 동안 ‘응봉산 개나리축제’를 개최한다. 응봉산 정상 팔각정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응봉산 일대와 서울숲 가족마당 등에서 어린이 백일장, 어린이합창단 공연 등 각종 체험행사와 문화공연이 이어진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부스가 상설 운영되고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영등포구는 서울에 벚꽃이 활짝 필 무렵인 4월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여의도 봄꽃축제’를 연다. 올해도 문화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객이 많이 찾는 서울대공원도 4월6일부터 21일까지 보름간 서울대공원 호수둘레길 등지에서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동안 버스킹을 포함해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가족단위 봄맞이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포토존과 야간 조명도 설치돼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송파구는 4월5일부터 12일까지 석촌호수(송파나루공원)에서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열기로 했다.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행사 중에는 영화 상영도 포함돼 있다.


중랑구는 2009년부터 이어온 ‘중랑천 서울 장미축제’를 5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중랑천변에서 개최한다. 축제 전후 일주일간 여는 페스티벌까지 포함하면 축제 기간은 총 17일이다. 이번 축제는 장미정원과 소풍을 테마로 꾸며진다. 사랑의 장미정원, 프러포즈 포토존 등이 마련돼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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