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전 국민 고용보험 전면 도입을”
서울연구원 ‘노동계좌제’ 제안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12일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조속하고 전면적인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언급하며 단계적 적용 확대 방침을 밝힌 데서 나아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전면적 도입을 촉구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표준을 이끄는 서울의 정책’ 토론회 기조연설을 맡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표준도시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베버리지 보고서(1942년 발표된 사회보장제도 보고서)를 포함한 전면적 복지 체계를 완성했다”며 “위기 때 국가적, 국민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이날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시범형으로 서울노동계좌제 도입을 제안했다. 서울시가 고용보험에서 사업주가 부담하는 몫을 맡고, 노동자가 실업했을 때 생계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 ‘K방역’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며 “우리가 국민보험으로 갈 때 민간보험으로 갔던 미국은 이번에 수백만원을 개인이 지출해야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완성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코로나19 대응 고용지원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의 49.4%다.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보완에 ‘방점’
서울노동계좌제란?
시와 보험료 분담 기금 조성…실직 때 생계안정 자금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전 국민 고용보험 전면 도입을 주장한 것은 코로나19 위기로 드러난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의 취약한 안전망을 서둘러 보완하자는 취지다. 박 시장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표준을 이끄는 서울의 정책’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감염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피해나 대응은 매우 다르다”며 “안정적인 직업군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폐업하거나 일자리를 순식간에 빼앗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경제 발달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 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들이 극단적 상황에서도 경제적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이 이날 제시한 ‘서울노동계좌제’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한편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이전에 지역 단위에서 시범을 보인다는 성격을 띤다. 김진하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은 재원을 마련하고 기존 소득신고, 보험 체계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국가 전체에 빠른 시일 내 도입하기가 어렵다”며 “지역형으로 시작하면 고용보험 보조 역할을 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노동계좌제는 서울에 살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서울시와 노동계좌 가입료를 분담해 기금을 조성하고, 실업 시 생계안정 자금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서울시가 사업주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정책 대상인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종속된 곳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 상태인 노동자가 구직 활동을 했는지 증명하면 노동계좌에 축적된 기금에서 생계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고용보험 미가입 임금노동자 실태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이날 “코로나19 이후 노동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업종과 소득 수준 등을 파악해 실제 정책 도입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