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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옷 갈아입는 뮤지컬?…‘보디가드’ 의상의 비밀은

경향신문

뮤지컬 <보디가드> 는 무대 위에서 의상 체인지로 관심을 모았다. 극중 레이첼 마론은 ‘I’m every woman’을 부르는 장면에서 무대 위에서 붉은 스팽글 드레스를 갈아 입은 뒤 화려한 살사 댄스와 노래를 선보인다. | CJ ENM 제공

가수 레이첼과 사랑에 빠진 보디가드 프랭크. 스토커의 위협에 노출된 레이첼을 보며 자책에 빠진 프랭크는 모진 말로 거리두기에 나선다. 레이첼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곧바로 공연을 준비한다. 장면 전환을 위해 사라질 줄 알았던 레이첼은 무대에 그대로. 스태프들이 등장한다. 옷을 하나둘 벗더니 속옷만 남는다. 붉은 스팽글 드레스를 입히고, 하이힐을 신긴다. 살사 댄스와 함께 울려퍼지는 노래. 다시 화려한 쇼가 시작된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최고 팝스타와 보디가드의 러브스토리로 전 세계적 흥행을 거둔 동명의 영화를 무대 위로 옮겼다. 휘트니 휴스턴의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퍼포먼스가 돋보인다. 화려한 무대에는 눈부신 의상이 빠질 수 없다. 지난 3일 도연 협력 의상디자이너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보디가드> 의상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선스 공연인 <보디가드>의 국내 무대 의상은 영국 오리지널 공연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팝스타가 주인공이다보니 의상도 화려하고 노출이 과감하다. 레이첼 마론은 의상이 17벌에 무려 19번의 의상 전환(체인지)이 이뤄진다. 뮤지컬 넘버가 16곡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곡마다 새 옷을 입는 셈이다. 머리 스타일은 총 8회, 신발은 8켤레로 14번 체인지한다. 프랭크를 생각하며 부르는 ‘Run to you’에선 단 15초 만에 의상 전환이 이뤄진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말그대로 헐레벌떡. “의상 퀵 체인지가 많다보니 배우와 스태프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입니다. 흑인 배우가 서는 해외 공연 의상은 더 육감적이고 노출도 심한데 한국 정서에 맞추다보니 약간 ‘한국화’를 했습니다.”


도연 디자이너는 <보디가드>에서 푸른색 깃털드레스를 입고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는 엔딩을 가장 멋진 장면으로 꼽았다. 사실 드레스의 깃털 하나하나를 살려서 붙이다보니 가장 고생한 의상이기도 하다. 노래 ‘I’m every woman’에 맞춰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은 관객들이 ‘움찔’하는 순간이다.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선영 배우가 급하게 옷을 벗으면서 몸을 제대로 가리지 않아 관람온 강경준 배우의 중학생 아들을 놀래켰다는 실수담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각 캐릭터별로 의상 체인지를 돕는 전담 스태프가 붙고, 의상을 벗고 입는 순서를 세세하게 맞춰야 한다. 참고로 이번 공연 최고의 의상 퀵 체인저는 손승연 배우라고 한다. “장면 전환이 빠를 때는 달려가면서 옷을 벗을 정도입니다. 땀에 젖어도 잘 벗겨지는 옷감을 쓰고, 지퍼나 벨크로도 잘 내리고 벗길 수 있는 걸로 사용하죠.”


무대 조명이 꺼져도 의상팀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모든 의상은 백스테이지에 구비된 세탁기로 빨아서, ‘핫박스’로 불리는 건조기로 말리고, 스팀 작업을 거쳐, 수선으로 마무리된다. “의상도 무대 전환과 떼어놓을 수 없다 보니 연출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저희끼리 의상팀을 ‘일주일 체험’ 해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아요(웃음).” 도연 디자이너는 해외 경력까지 15년째 의상 작업을 하고 있다. 한 해 30~40개 작품을 할 정도로 가장 바쁜 의상 디자이너 중 하나다. “반복 작업같지만 작품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요. 싸우기도 하고 돌발 상황도 생기고 다이나믹합니다. 준비할 때는 죽을 만큼 힘든데 완성된 무대의 희열 때문에 포기를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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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디가드> 마지막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는 장면에서 입는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는 가장 손이 많이 간 의상이라고 한다.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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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뮤지컬 <보디가드> 는 다양한 무대 위 공연에 맞춰 의상을 갈아입는다. | CJ ENM 제공

뮤지컬 <보디가드>는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팝스타와 보디가드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보디가드>(1992)를 원작으로 한다.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2월11일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마음을 울린다. 2012년 12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에선 2016년 아시아 최초 공연에 이은 재연이다. LG아트센터에서 23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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