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아동학대 의심 '쓰레기집'에 사람들이 모인 까닭은
휘경동 희망복지위원회와 서울준법지원센터 봉사단이 8일 아동학대 의심가구 대청소를 하고있다. 동대문구 제공 |
지난 8일 오전. 동대문구 휘경동 한 가정집에 40여 명의 사람이 몰렸다. 동대문구청과 휘경2동 주민센터 직원, 휘경2동 희망복지위원회와 서울준법지원센터 봉사단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5일 불결한 주거환경에서 3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아이 엄마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했다.
신고내용은 3살짜리 여자 아이가 쓰레기더미로 가득찬 집에 살고 있는데, 평소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고, 조사가 남은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동대문구가 해야할 또다른 일은 남아있었다. 바로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집을 청소해 아이가 쾌적한 환경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도착한 ‘쓰레기집’은 집 안팎으로 폐기물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집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은 “폐기물이 아니다”라며 수거를 거부했지만 구청과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집 청소를 허락받았다.
동대문구와 파출소는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고, 휘경2동 희망복지위원회와 서울준법지원센터 봉사단은 직접 집 안팎에 쌓인 폐기물을 수거했다. 이날 나온 폐기물 양은 8t에 달했다.
새롬장로교회는 이날 폐기물 수거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정동해 휘경2동 희망복지위원회 의원장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차후 도배, 장판 등 집수리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임시보호 중인 아이가 가정으로 돌아와서도 아이가 잘 커나갈 수 있는 가정환경이 조성되도록 꾸준한 상담을 통한 지원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위기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민·관이 마음을 합쳐 청소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집 안팎 쓰레기 수거 전(위)후(아래) 모습. 동대문구 제공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