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아내’…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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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8일. 맑게 갠 금요일 오후 3시. 일본 니가타항에선 바다 건너, 본 적도 없는 ‘조국’으로 귀향하려는 소련선 크릴리온호가 떠나갔다. 이 배의 한 선실에는 21살 여성 미나카와 미츠코가 있었다. 당시 미츠코는 임신 2개월. 갓 결혼한 재일조선인 최화재를 따라 북한으로 가던 당시만 해도 한반도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저마다의 다짐과 불안을 품고 새로운 인생을 떠올리는 사이 배는 먼바다로 나아갔다. 갖가지 사연을 지닌 1058명을 태운 채.
일본에선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약 9만3000명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그중에는 일본에서 조선인과 결혼해, 남편을 따라 바다를 건넌 ‘일본인 아내’라 불리는 여성 1830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치적 긴장으로 이들은 일본 방문이 불가능해졌고, 잊힌 존재로 정체성은 분열되었으며, 목소리는 보도되지 않았다. 10일 출간된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정은문고)는 사진작가 하야시 노리코(37)가 2013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북한을 11번 방문해 이들의 삶을 기록한 포토 다큐멘터리이다.
재일조선인 귀국 사업은 일본에선 ‘귀환’, 한국에선 ‘북송’이라고 불린다. 북한과 일본 간 ‘외교’ 문제로 다뤄져 한국에선 일본인 아내의 존재조차 낯설다. 이들은 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택했을까? ‘잘못된 선택’으로 매도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 재일조선인의 빈곤과 민족차별로 장래가 비관적인 상황에선 가능한 선택지였다. 무엇보다 일본인 여성이 사랑에 빠진 상대가 어쩌다보니 한반도에 뿌리를 둔 남성이었을 뿐이다.
“글쎄요…… 아이들과 남편 덕분에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어요. 그런 거겠죠.” 북한 원산에서 안정적인 삶을 일군 미츠코는 남편이 2014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뒤 현재는 큰 딸과 살고 있다. 저자가 만난 9명의 일본인 아내들은 반세기 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유감인 것은, 일본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실현되지 않은 것뿐이다.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스스로 인생의 길을 모색한 여성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그는 일본인 아내를 포함해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강한 언어로, 흑백논리로 전달하려는 유혹을 애써 피했다고 한다. “그녀들의 60년에 걸친 삶은 매일의 작은 선택과 고민 그리고 결단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졌다. 그에 따라 삶이 좌우된 일도 있었으리라. 그런 그녀들의 인생을 간단한 잣대로 표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들은 다시 고향 땅을 방문할 수 있을까. 이산가족 1세대가 점차 세상을 떠나는 한국에도 비슷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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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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