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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경향신문

김연자 ‘아모르 파티’

경향신문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가수 김연자에게 제3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노래다. 이 노래의 산파역을 맡은 건 뜻밖에도 ‘철이와 미애’의 신철이었다. “몇 년 전에 SBS 라디오에서 'DJ 처리와 함께 아자아자'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부모님 전 상서’였죠. 매주 나훈아, 이미자, 주현미 등 중장년들이 좋아할 만한 가수의 노래를 리믹스로 편집하여 들려주는 코너였어요. 그때 김연자 메들리를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김연자는 일본에서 평생 번 돈을 남편이 다 날려서 이혼하고 돌아온 상태였다. 남편에게 모든 돈 관리를 맡기고 노래만 열심히 했는데 결국은 빈털터리였다. 신철이 메들리 앨범을 내자고 제안했다. 그 앨범에 따로 만들어서 넣은 노래가 ‘아모르 파티’였다. 이건우와 신철이 쓴 가사는 당시 김연자의 솔직한 심경을 담았다. 평생 번 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댄스음악을 주로 만들었던 윤일상이 곡을 붙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 노래에 ‘EDM(일렉트로닉 댄스뮤직) 트로트’라고 이름 붙였다. 제목은 독일 철학자 니체가 주창한 ‘삶이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運命愛)를 빌려왔다.

 

노래에도 운명이 있는 걸까? 2017년 김연자는 아이돌그룹 ‘엑소’의 무대에 뒤이어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엑소 팬들이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외양은 트로트였지만 신세대들도 부담없이 리듬을 탈 수 있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MBC '무한도전' 등에도 잇달아 출연했다.

 

요즘 김연자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살아온 덕을 본 것이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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