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차 한판 대결! 제대로 붙은 BMW i7 M70과 AMG EQS
‘자동차 회사의 최고 모델 자리는 비어 있다.’ 언뜻 들으면 말이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최고 모델이라고 하면 기함 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강력한 모델을 가리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모델이죠. 그런데 그 자리가 비어 있다니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상식과 다르게 그 자리가 빈 회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BMW i7 M70(출처: BMW) |
BMW 7시리즈에는 고성능 정규 모델 M7이 없습니다. 정규 M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퍼포먼스 모델 M760만 있죠. 아우디도 A8 라인업에 S8은 꼭 집어넣어도 더 강력한 RS8은 만들지 않습니다. 벤츠는 조금 다릅니다. 오래전부터 S-클래스에 AMG 최고 모델인 S 63을 늘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기함의 고성능 모델은 업체마다 존재 유무가 갈립니다. 전략의 차이라 할 수 있겠죠.
아우디 S8(위)과 AMG S 63(아래)(출처: 아우디, 벤츠) |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기함급 전기 세단 영역에도 새로운 경쟁 관계가 생기고 있습니다. 양대 산맥은 벤츠 EQS 세단과 BMW i7입니다(독일 3사 중에서 아우디에는 아직 기함급 대형 전기 세단이 없습니다). 경쟁 관계는 고성능 모델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벤츠가 먼저 AMG EQS 53을 내놨고, 최근에 BMW가 i7 M70을 공개했습니다.
BMW i7 M70(출처: BMW) |
53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EQS는 63급 최고 모델은 아닙니다. AMG 전기차 라인업에 아직 63은 없죠. i7 M70 역시 정규 M이 아닌 퍼포먼스 모델입니다. 벤츠는 대형 세단에도 63을 유지했으니 EQS에도 63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BMW는 M7을 만든 적이 없어서 M70이 최고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큽니다. 두 브랜드 모두 꼭대기 자리는 비워놨습니다. 하지만 전략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죠.
메르세데스-AMG EQS 53(출처: 벤츠) |
주행 거리 560km와 제로백 3.7초
이번에 새로 선보인 i7 M70은 BMW 전기차 중에서는 i4 M50, iX M60에 이은 세 번째 고성능 전기 모델입니다. 전기모터 두 개가 앞뒤 각각 489마력과 258마력 출력을 만들어 내고 시스템 출력은 660마력에 이릅니다. 시스템 토크는 103.5kg・m인데 M 스포츠 부스트 기능이 활성화되면 112.2kg・m까지 올라갑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3.7초 만에 끝내는데, BMW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빠른 수치입니다. 최고속도는 250km로 제한됩니다. M7은 아니어도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죠.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WLTP 기준 최대 560km까지 나옵니다.
BMW M760e(출처: BMW) |
충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 대비하는 맥스 레인지 모드
i7 M70에는 흥미로운 기능이 들어갑니다. 맥스 레인지(Max Range)는 충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행 거리를 늘리는 모드입니다. 최고속도를 시속 90km로 제한하고, 공조장치나 시트 열선 등 배터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비활성화합니다. 이렇게 해서 주행 거리를 15~25% 정도 늘린다고 합니다. 전기차 시대 고성능 모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능이죠.
BMW i7 M70(출처: BMW) |
i7 M70이 공개되면서 EQS AMG 모델과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i7 M70의 공식 출시는 하반기에 이뤄지고 가격은 미정입니다. 현재 나온 정보를 토대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i7 M70은 M 공식에 맞게 일반 i7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외부 디테일에 살짝 변화를 주고 성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죠. 겉에서는 앞뒤 범퍼의 모습이 살짝 달라지고 곳곳에 M 엠블럼을 달았습니다. EQS도 변화 콘셉트는 비슷합니다. 디테일에 변화를 줘서 역동적인 분위기를 좀 더 살리죠.
BMW i7 M70(출처: BMW) |
두 차의 차이점은 i7과 EQS의 차이점과 비슷합니다. i7 M70은 내연기관 7시리즈에 기반하므로 전기차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기함급 대형 세단답게 중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죠. AMG EQS 53은 S-클래스와는 별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이어서 스타일도 다릅니다. 앞에서 뒤로 물방울처럼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가 특징이죠.
BMW i7 M70과 AMG EQS 53(출처: BMW) |
BMW i7 M70과 AMG EQS 53(출처: BMW) |
실내도 두 모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i7 M70은 고성능 모델이지만 7시리즈 본연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AMG EQS 53은 버킷 시트와 탄소섬유 등 고성능에 걸맞은 역동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디스플레이 구성에서는 AMG EQS 53이 대시보드를 가득 메운 형태여서 면적에서 앞서갑니다.
BMW i7 M70과 AMG EQS 53(출처: BMW) |
i7 M70이 여전히 쇼퍼드리븐 성격이라면 AMG EQS 53은 오너드리븐 성격이 강합니다. 애초에 EQS와 S-클래스도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으로 지향하는 바가 좀 다른데, 고성능 모델인 AMG EQS 53에는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BMW i7 M70과 AMG EQS 53(출처: BMW) |
성능은 i7 M7이 수치에서 앞섭니다. 시스템 출력은 M70과 EQS 53이 660마력과 658마력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토크는 103.5kg・m과 96.9kg・m로 벌어집니다. 제로백은 3.7초와 3.8초로 M70이 앞서고, 최고시속 역시 250km와 220km로 M70이 더 높습니다. 주행 거리는 WLTP 기준 최대 560km와 571km로 EQS 53이 조금 더 깁니다. 전반적으로 성능은 비슷한 영역대이면서 i7 M70이 조금씩 앞서는 구도이지만, 경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EQS 53에는 옵션으로 AMG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가 있습니다. 출력은 761마력, 토크는 104.0kg・m, 제로백 3.4초, 최고시속은 250km로 올라갑니다. i7 M70을 멀찌감치 따돌리죠.
BMW i7 M70과 AMG EQS 53(출처: BMW) |
고성능 모델은 고급차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일반 모델이 나오면 꼭 고성능 모델이 뒤따라 선보이죠. 전기차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분야인 만큼 더 치열하게 정상 자리를 놓고 경쟁하죠. 아우디는 아직 A8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고, 벤츠와 BMW의 고성능 전기차는 최고 자리가 비어 있어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전개되든 정상의 대결을 흥미 만점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안겨주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