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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지역을 홍보하는 관광청

지금까지 이런 땅은 없었다. (Eroda, No Land Quite Like it)

지난해 10월, <이로다>라는 지역이 "Eroda, No Land Quite Like it"이라는 슬로건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지역 홍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느 지역과 비슷하게 공식 홈페이지를 론칭하고, 소셜 미디어 채널도 만들고, 온라인 매체 광고를 통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지역을 홍보하는 수순이었죠.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 이국적인 풍경,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 등의 즐길거리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오늘 이로다 여행을 시작하세요!" 등의 문구를 통해 마치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금껏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이 낯선 여행지에 몇몇 네티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미스터리 가득한 섬, 이로다

홍보 문구와 영상에 끌린 이 관광청 웹사이트에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접속합니다. 어디를 살펴봐도 평범한 관광지를 홍보하는 관광청 웹사이트죠. 유튜브와 트위터 등 여러 SNS 채널로 실어 날라진 홍보 영상은 미국, 독일, 호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많은 여행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단 몇 주 만에 트위터 팔로워가 만 칠천여 명에 육박했고 지금은 약 1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채널이 되었죠. '이로다 최대의 항구 마을에서 창문 너머로 눈부신 선라이즈를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하세요' 등 지극히 평범한 여행 책자에서 볼만한 문구들과 이미지는 구글 기반의 광고 알고리즘을 통해 잠재 고객들과 관심 있을만한 여행자들을 놓칠세라 다시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광고에 낚인 네티즌들은 모두 이 웹사이트로 유입됐고요.

ⓒ Twitter / @VisitEroda

평범한 지역인 듯, 지역을 대표하는 펍, 관광지, 다이빙 시설 등을 소개하면서 '골드 이어링을 착용하면 행운이 있을 거예요', '펍안에서는 '돼지'를 입에 올리지 마세요' 등 몇 가지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여행 팁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용이 좀 이상하죠. 그 어떤 곳에도 여행이나 숙박시설을 예약할 수 있는 링크는 없고, 모든 아웃 링크는 다시 홈페이지 메인화면으로 돌아오게 될 뿐이었어요.

이게 무슨 일들이야?

ⓒ Twitter / @VisitEroda

의문을 제기하던 네티즌들이 모여 다양한 추론을 내놓습니다. 마케터 지망생인의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위한 낚시라는 둥, 관광청 경력이 있는 한 예술가의 습작이라는 둥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이 와중에 웹사이트의 저작권 표기를 보면 'Visit Eroda Tourism Board 2004'로 적혀있지만 오픈 도메인 정보 검색으로 생긴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신생 도메인이란 사실을 발견하죠. 우회가 가능한 제3의 도메인 등록 사이트 이용으로 홈페이지의 운영자도 소유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페이스북 상에서만 집행된 60여 개의 소셜 광고를 포함한 여러 온라인 광고, '이로다'로 제작된 여러 저작물,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홍보 계획, 상당한 금액의 예산 등 단순히 한 사람의 재미를 위한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범인을 찾아서

ⓒ 인스타그램 / @ harrystyles

여기서 이 화두를 처음 공론화했던 네티즌 '스트라이플러(Strifler)라는 사람이 등장하죠. 미국 미주리에 사는 24세 청년 스트라이플러는 어느날 호기심을 자극하는 트윗을 찾았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합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들로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역추적한 결과, 상당량의 이미지들이 스코틀랜드 남동부 작은 어촌 마을인 세인트 압스 (St.Abbs) 근처라는 것을 발견하죠. 오히려 이 사이트를 처음 발견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 네티즌의 '이거 당신이 만든 거 아니냐'라는 의혹에 '이 캠페인을 만들어 운영할만한 재능, 지식, 창의력과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해명합니다.


여기서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영국 인기그룹 '원 디렉션' 출신의 해리 스타일스의 새 앨범 홍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죠. 온라인 광고 타깃층을 보니 해리 스타일스의 공식 홈페이지(hstyles.co.uk)를 방문했던 사람들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이 주장에 무게를 더합니다.


게다가 해리 스타일스가 몇 달 전 세인트 압스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소식은 이 주장에 쐐기를 박습니다. 해리 스타일스의 신규 앨범을 위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 있지만 그 어디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물증을 찾아보기 어렵죠.


그 외의 '해리 스타일스 새 앨범 바이럴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
1) 이번에 출시된 해리 스타일스의 앨범 트랙 중 한 곡의 타이틀이 'ADORE YOU'. ADORE를 거꾸로 하면 ERODA
2) visiteroda.com 사이트 설명 텍스트에서 해리 스타일스의 앨범 수록곡 타이틀들이 곳곳에 숨어 있음


지금은 거의 해리 스타일스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종결된 이야기라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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