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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떠난 여름휴가

어느덧 한해의 중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어느덧 한해의 중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경계에서, 날씨가 더욱 무더워지는 시기의 앞 그리고 산과 바다가 수많은 인파로 뒤덮여버리기 전에 포항에서 보낸 조금 이른 여름휴가.


EDITOR박건우 PHOTOGRAPHER김좌상


완연한 초록의 계절이다. 막 시작된 것 같은 봄은 벌써 끝을 향해가고 있고, 어느 틈에 여름이 한 발자국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방금 시작한 것 같은 한 해가 벌써 중반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에 매년 새삼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문득 새해 아침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 포항의 호미곶 앞바다에 우뚝 솟아오른 상생의 손 위로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던 풍경이 떠올랐다. 기대와 걱정 그리고 떨림이 교차하던 그날의 감정들과 함께. 지나온 계절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맞이하며 다짐하고 계획했던 일들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닿았다. 그래서, 여름휴가도 역시 포항이다.

해질녘의 일출명소, 호미곶 해맞이광장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한다. 호미곶은 한반도 지형 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호미곶을 우리 땅 천하제일 명당으로 칭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호미곶에 도착하니 바다 반대편으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예상보다 넓은 광장의 규모에 한 번 놀라고, 해질녘임에도 불구하고 일출 명소로 알려진 이곳을 찾아온 수많은 여행객들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화합과 상생을 의미하는 상생의 손 청동 조형물이 광장과 바다에 각각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 자리한 상생의 손 뒤로 붉은 해가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과 반대로 육지로 저물어가는 해는 한결 온화해진 빛으로 상생의 손을 정면에서 비춰준다. 뒤를 돌아보니 해맞이광장에 있는 또 하나의 상생의 손 뒤로 지는 해가 걸려 해돋이 풍경과 묘하게 포개진다. 그 앞에는 1000년대의 마지막 햇빛과 2000년대의 첫 햇빛 그리고 날짜변경선인 피지 섬의 햇빛 등을 모아놓은 영원의 불씨 함이 있어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던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시킨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바다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걸으며 강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한껏 들이켜 본다. 좋다. 마음을 다잡아보겠노라는 것은 사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info. 호미곶 등대

해맞이광장 한편에 서있는 호미곶 등대는 서쪽으로는 영일만, 동쪽으로는 동해와 만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등대이다. 1907년에 건립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기도 하며, 건축사적, 문화재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호미곶 등대 옆으로는 국내 유일의 등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고 새천년기념관, 연오랑세오녀상, 유채꽃밭, 이육사 시비 등의 볼거리가 있다.

info.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시대 일본에서 왕과 왕비가 된 연오랑과 세오녀는 포항을 대표하는 설화의 주인공으로 해맞이광장 한편에 세워진 석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연오랑과 세오녀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이 문을 열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정자와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전망도 만날 수 있고, 설화의 배경인 당시 신라시대 마을도 재현해놓아 볼거리를 더했다. 올해 말에 귀비고라는 이름의 전시관까지 완공되면 포항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123

초록 물결, 대보리 청보리밭

다음으로 향한 곳은 호미곶 끝자락에 있는 대보리 청보리밭이다.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이곳은 여행지로서 따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차공간도 편의시설도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도 없다. 말 그대로 시골 바닷가에 있는 마을 보리밭인 것이다. 적당히 주차할 만한 곳을 찾아 차를 세워놓고 보리밭을 걸어본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호미곶과는 달리 한적하기 만한 정취가 마음에 든다. 끝도 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자 청보리가 부드럽게 너울지며 초록의 물결을 파란 바다로 흘려보낸다. 바람에 이리저리 출렁이는 보리밭의 풍경에서 왠지 모를 위안이 전해진다. 청보리밭 한가운데에는 노송老松다섯 그루가 담담히 서 있다. 가운데 있는 소나무는 수년 전 태풍으로 부러진 나무를 대신해 새로이 자리를 잡은 녀석으로 양옆으로 형님 소나무들의 보호를 받으며 곧게 자라나고 있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석양빛이 포근하게 스며드는 청보리밭의 풍경을 찬찬히 두 눈에 담아본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이른 여름 풍경, 영일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누각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종종 호미곶을 제치고 포항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소개되곤 하는 영일대해수욕장의 누각, 영일대이다. 먼저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해변을 찾아오기에는 아무래도 이른 시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일찌감치 시원한 옷차림을 한 많은 이들이 영일대를 찾아왔다. 영일대 앞바다에는 벌써부터 패러세일링의 계절이 시작됐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위로 체리와 레몬색 날개가 떠다니는 풍경에 이미 여름에 있는 듯하다. 영일대는 야경이 특히 멋진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밝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찬 낮의 영일대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해상누각으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맑은 날씨만큼 밝은 표정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예쁘다.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누각 위로 오르니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에 맺힌 땀을 시원하게 증발시킨다.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일대의 여름이 머지않은 것이 분명하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두호동 해안로

해안도로 따라 이어지는 포항의 해변들

월포해수욕장


월포해수욕장은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깨끗한 물로 여행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수심이 얕고 해수욕을 하면서 바다 조개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며 해변 뒤로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어 해수욕과 삼림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플라잉 피쉬 등의 레저를 즐길 수 있어 동해안 해양 레포츠의 새로운 목적지로 알려지고 있으며 월포방파제 및 갯바위 낚시터로도 많은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청하면 해안로2308번길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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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리 간이 해수욕장


이가리 간이 해수욕장은 푸른 동해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만들어낸 자연 캠핑장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절벽 위 솔숲은 솔잎이 쌓여 푹신하고 주위에는 기분 좋은 솔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다면 절벽의 솔숲이 아닌 해변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비포장 흙길을 통해 소형 카라반도 들어갈 수 있는 곳.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낚시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가리는 포항 해변의 숨은 비경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칠포해수욕장


칠포해수욕장은 포항 북부에 위치한 해변으로 1977년 개장 이래 줄곧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자리하고 있다. 길이 2킬로미터, 폭 70미터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하루 10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이다. 왕모래가 많이 섞인 백사장이 특징이며 해안가 끝에서는 바다 위에 바위들이 운치 있게 솟아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각종 해양 스포츠는 물론 바다낚시도 가능하며 얕은 수심으로 가족이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해안로

작은 일본,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대게 하면 영덕, 오징어하면 울릉도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국내 최대의 대게와 오징어 산지는 구룡포라고 한다. 예로부터 풍부했던 구룡포 어장은 안타깝게도 일제 침탈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이곳에 큰 배가 들어올 수 있는 항구가 건설되자 일본의 수산업 종사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구룡포는 금세 일본식 가옥들로 빼곡해졌다.


시간이 흘러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구룡포항 뒤편의 골목에 50여 채의 일본식 가옥들이 보존되어 있어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어느 드라마의 일본거리 씬도 별도의 세트장이 아닌 이 골목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고 하니 생동감은 미루어 짐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거리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어 그 시절 풍경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곳은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의 가옥이다. 그는 구룡포에서 선어운반업으로 크게 성공하여 부를 쌓았고,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들여와 이곳에 2층짜리 일본식 목조 가옥을 지었다. 하시모토 일가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포항시에서 이를 매입하여 지금은 근대역사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건물은 100여 년이 지났지만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다다미와 각종 가구 및 기구들도 잘 정돈되어 있어 당시의 일본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근대역사관을 벗어나는 걸음이 다소 무거운 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 너무 미화 되어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대역사문화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픈 역사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53-1

054-276-9605

오래된 전망, 구룡포공원

근대역사문화거리 가운데에 엄청나게 길고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1920년대 구룡포에 터를 잡은 일본인들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만든 계단이다. 계단의 정상에 올라서니 가장 먼저 거대한 아홉 마리 용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구룡포의 상징, 승천하는 아홉 마리 용의 동상을 타고 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이곳에 서니 구룡포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용이 승천한 땅, 풍부한 어장, 아름다운 전망. 일본인들이 앞을 다투어 구룡포로 몰려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원래 이곳에는 일본인들이 세운 신사가 있었으나 해방 이후 구룡포 청년들에 의해 부서져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선원들의 무사고를 비는 용왕당이 새로 지어져 있으며, 당시 구룡포 방파제 축조와 도로개설 등에 도움을 준‘도가와 야사브로 송덕비’가 시멘트가 덧발라진 채 세워져 있어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만든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보며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오래된 풍경이 잘 보존되길, 그렇게 오래도록 앞날의 교훈이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243번지 일원

과메기 포토존, 벽화마을& 과메기문화관

구룡포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벽화마을이 보인다. 한 지역 예술가가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바다마을 춘심이’라는 주제로 마을의 벽을 멋진 벽화로 꾸며놓은 곳이다. 최근에 그려진 벽화라서 색이 선명하고 무엇보다 그림들이 하나같이 세련됐다. 벽화에 꽁치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마을 뒤편에 새롭게 과메기 문화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 자칫 징그럽게 표현될 수 있는 꽁치도 산뜻한 색감으로 묘사되어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벽화마을을 지나면 과메기문화관이 그 웅장함을 드러낸다. 과메기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깔끔한 외관과 잔디밭 위의 고급스런 조형물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2016년 과메기 홍보와 품질 관리를 위해 지어진 과메기문화관은 기획전시실, 해양체험관, 과메기홍보관 및 문화관 그리고 전망대 등으로 알차게 이루어져 있다. 포항의 바다와 과메기 문화에 최첨단 영상기술을 적용해 누구나 즐겁게 다녀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는 과메기박물관. 구룡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게 될 것 같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17번길28-8

054-286-4670

gmg.pohang.go.kr/gwamegi

산 그림자 드리운 호수길, 오어지 둘레길

운제산은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구름을 다리 삼아 서로 오가곤 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의 자락에 큰 저수지가 있고 이를 따라 오어지 둘레길이 조성되어 포항 시민들의 새로운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오어지 둘레길의 시작은 신라시대 지어진 오어사吾魚寺라는 천년고찰이다. 수려한 바위산의 품에 안겨있는 산사가 아늑하고 포근한 정취를 선사한다. 원효교라 불리는 출렁다리를 지나면 약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오어지 둘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경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오어지는 여행객들에게 쉽게 길을 내어준다. 잔잔한 호수와 수려한 산세는 한 폭의 산수화처럼 어울리고, 호숫가에 산 그림자가 가만히 드리운 풍경이 신선이 머무는 곳처럼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중간 중간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고 남생이 바위, 전망데크, 메타세콰이어길 등 다채로운 풍경을 따라 걷고 다시 다리로 돌아오니 등에 땀이 살짝 배었다. 적당히 가벼운 걸음이었다. 조금 더 더웠더라면 더위에 지쳐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찍 떠나온 휴가가 좋은 점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info. 오어사吾漁寺란 이름의 유래

한때 원효와 혜공이라는 두 고승은 이곳에서 함께 수도생활을 했다. 둘은 어느 날 법력으로 개천의 죽은 물고기를 살리는 시합을 하게 되는데 그때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나자, 서로 자기가 살린 것이라고 주장한 데에서 나 ‘오吾’ 고기 ‘어漁’ 자를 써서 오어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열두 폭포 트레킹, 내연산 청하골

이글거리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포항의 계곡으로 향한다.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금강산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내연산 자락을 굽이굽이 감돌며 흘러내리는 청하골은 각기 다른 전설과 수려한 풍경을 지닌 12폭포로 유명하다. 계곡 트레킹의 시작은 천년고찰 보경사다. 일주문을 지나 나타나는 산책길에는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며 보경사로 안내한다. 신라시대 호국의 염원을 담아 세워진 유서 깊은 사찰인 보경사에는 지명법사가 도인에게 전수받은 여덟 면의 거울을 땅에 봉안하고 그 위에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경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약수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울창한 숲 옆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길이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아직 첫 번째 폭포가 등장하기도 전인데 갈수록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타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30분쯤 걸었을까. 제1폭포인 상생폭포가 등장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지며 두 개의 폭포가 나란히 떨어지는 풍경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보는 각도에 따라 폭포의 느낌이 그때그때 달라져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생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가 나타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점입가경이란 이럴 때 적합한 말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 30분여를 걸으면 청하골 열두 폭포 가운데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닿는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과 단아한 관음폭포 그리고 연산폭포로 이어지는 구름다리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기도를 빌면 정말로 보살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줄 것처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관음폭포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지나니 청하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가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내연산에서 ‘내’자만 뺀 폭포답게 깎아지른 절벽으로 쏟아지는 우렁찬 물줄기가 과연 내연산을 대표할 만하다. 연산폭포 위쪽으로 다시 여섯 개의 폭포가 더 있지만 그곳까지 찾아가는 이는 드물다. 이제까지 보아온 여섯 개의 폭포만으로도 내연산 청하골의 진면목을 보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경사로 돌아 내려가는 길. 다시 마주치게 되는 그윽한 계곡의 풍경들이 올라왔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경상북도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

info. 보경사寶鏡寺

보경사는 수려하기로 이름난 내연산 연봉에 둘러싸여 있으며, 12폭포로 이름난 맑은 계곡물을 껴안고 있다. 신라 진평왕 25년에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온 대덕지명 법사가 “동해안의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팔면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략을 막고 장차 삼국을 통일하리라”라고 왕께 전하자 왕이 기뻐하며 찾은 곳이 바로 오색구름이 덮였다던 내연산이다. 당시 팔면보경을 산에 묻고 절을 창건하여 보경사라 하였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054-262-1117

영일만 르네상스, 포항운하

70년대에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고 인구가 크게 증가하자 포항시는 주택난 해결 등을 위해 동빈내항으로 이어지던 물길을 매립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조성했다. 강에서 들어오는 물길이 막히자 바닷물이 동빈내항에 갇혀 오염되었고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을 흘러왔다. 이곳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포항운하가 뚫리면서 강물과 바닷물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흐르는 물을 따라 자연도 사람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포항의 새 물길을 따라 운항하고 있는 크루즈에 올라본다. 유유히 운하를 가로지르는 배의 양옆으로 조성된 공원에는 벤치에 앉아 느긋한 한때를 즐기는 사람, 꽃밭을 배경으로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커플들, 신이 나 여기저기 뛰노는 강아지와 아이들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맑고 수수한 정취를 만들어낸다. 철강 도시답게 군데군데 자리한 개성 넘치는 스틸 아트 조형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배는 이내 수백 척의 배가 정박한 동빈내항으로 이어진다. 주요 선박과 동빈내항에 대한 선장의 설명이 알차다. 동빈내항을 빠져 나오면 오른 쪽으로는 송도해수욕장, 반대편으로는 제철소가 나타난다. 갈매기에게 던져줄 과자를 준비해온 아이들이 달뜬 표정으로 팔을 한껏 뻗어보지만 갈매기가 좀 채 다가오질 않아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선장님이 센스를 발휘해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신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를 들썩이는 아이들을 실은 배가 영일만 바다를 상쾌하게 가른다. 포항운하는 아직 한창 조성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등과 같은 세계적인 미항을 꿈꾸는 영일만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

054-270-5176, 5177

innerharbor.ipohang.org

info. 포항크루즈

A코스 포항운하-동빈내항-송도해수욕장-선착장

B코스 포항운하-포항여객터미널-선착장

운항시간 10:00~17:00 상시 운항

야간운항 7, 8, 9월만 운항, 1일 1회, 20:00 출발

요금 대인 10,000원, 소인 8,000원

www.pohangcruise.kr

tip. 낭만 제철소, 포스코 야경

포항은 제철소 하나로 운명이 바뀐 도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제철소는 밤이 되면 포항의 낭만을 책임지는 거대한 별빛 공장으로 변한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불 밝힌 제철소를 감상하는 것도 좋고, 강 건너편에 앉아 고요한 강물에 비치는 조명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꼭 들러볼 것.

FOOD 대게& 물회

포항에 왔으면 대게와 물회는 꼭 먹어봐야 한다. 영덕이나 울진대게의 명성이 높긴 하지만 사실 전국 최대의 대게 집산지는 바로 포항이다. 포항대게는 속살이 눈같이 희고 살이 꽉 차 있으며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물회는 풍어를 이룰 때 젓가락질할 새도 없이 바빴던 어부들이 큰 그릇에 막 잡은 횟감과 야채를 썰어 넣고 고추장과 시원한 물을 부어 후루룩 마시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포항 대표음식 중 첫 번째로 손꼽힌다.


영해회식당은 죽도시장을 20년 넘게 지켜온 전통의 맛집이다. 죽도시장에서 유일하게 세트메뉴를 제공하고 있어 싱싱한 대게와 각종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과일로 낸 상큼한 육수에 전복, 회, 멍게, 해삼을 듬뿍 올린 물회도 빼놓을 수 없는 이집의 별미.

영해회식당

A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길 38-1

T054-231-3918

모리국수

모리국수는 구룡포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으로, 지역 상인들뿐만 아니라 어느덧 여행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다. 아귀, 새우, 홍합, 미더덕, 게 등에 다진 마늘, 고춧가루, 콩나물을 넣고 한참을 끓여낸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다시 팔팔 끓여 먹는다. 국물이 얼큰하고, 싱싱하고 다양한 해물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모리국수라는 이름은 각종 해산물이 다 들어가서 누가 재료를 물으면 ‘모린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 설도 있고, 이것저것 ‘모디’ 넣어서 그렇다는 설도 있다. 혜원식당은 구룡포를 대표하는 모리국수집 중 하나이다.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해산물로만 낸 깊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혜원식당

A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239-2

T054-273-4402

STAY

포항의 잠자리는 객실에서 바다와 정원 그리고 아름다운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펜션을 추천한다. 월포해수욕장과 칠포해수욕장 사이에 위치한 문팰리스 펜션은 객실은 핀란드산 홍송원목으로 지어 은은한 소나무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객실은 커플룸과 가족룸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체룸이 없기 때문에 조용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최상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문팰리스 펜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해안로 1783

054-261-0773

www.mpalace.net

DRIVE 천마렌트카

포항의 여행지들은 서로 거리가 있고 대중교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포항을 찾아오는 여행자라면 포항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현지에서는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천마렌트카는 포항, 경주 지역을 대표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렌트카 업체로 경차부터 중·대형차까지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예약은 필수이며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역이나 터미널로 픽업서비스도 제공한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장량로18번길 40-24

054-620-4000

www.cmrentcar.co.kr


본 컨텐츠는 모두투어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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