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생활하는 스타들
약간의 불편함을 오히려 즐기겠노라 마음먹으면 삶이 여행이 됩니다.
농사는 예술이여!
코미디언 김미화
"어젯밤에도 옥상에 올라가 별을 봤어요. 130년 만에 별똥별이 쏟아지는 날이었잖아요. 동네 어귀에서 거나하게 한잔하고 캔 맥주 몇 개 사 들고 와서 아예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웠지요. 남편과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하늘을 봤답니다. 운 좋게 별똥별을 발견하면 함께 소리지르며 좋아하면서요. 사방에 불빛이 하나도 없는 숲속이어서 가능한 일이에요. 이런게 시골에 사는 맛이지요."
김미화가 용인의 숲 속으로 들어가 산 지 10년이 됐다. 너무나 외져서 이름마저‘골 안’인 시골에 살며 매일 저녁 생방송으로 라디오(TBS )를 진행하고 있으니 오가는 일만도 만만치 않을 법했다.
"그 불편함 덕분에 새와 다람쥐, 고라니와 함께 살아갈 수 있잖아요.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만 들어오면 온전하게 자연과 함께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약간의 불편함을 오히려 즐기겠노라 마음먹으면 삶이 여행이 됩니다."
전유성처럼 떠나야 하는 이유
코미디언 전유성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전유성이 청도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누구인가. 한국 코미디의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 뱅크였고, 시대와 호흡을 함께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사업가였던 그가 시골에 터를 잡다니!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곳곳을 누비다가 눌러앉게 됐어요."
교회 건물을 개조해 카페를 만들었고, 애완동물과 함께 즐기는 를 열어 전국에서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4년 전, 드디어 국내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코미디 철가방 극장’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평생 TV로만 본 거죠. 태어나서 처음 눈앞에서 공연을 본 사람들이 배꼽 잡고 웃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재미있어요. 내가 이걸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보람되고요."
제주, 바람 그리고 노래
가수 장필순
유행이 되어버린‘제주 러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장필순은 거기에 있었다. 그녀의 음성이 제주의 바람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왜 떠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너무 빠르고 복잡한 서울 생활을 더는 버티기 힘들어 떠나왔어요. 목적 없이 왔기에 기대도 실망도 없이 지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제주 생활에 젖어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주의 서쪽, 애월의 외딴집에서 일곱 마리 개와 함께 살아온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일찍 일어나 텃밭에 나가 일을 하고, 강아지들을 좀 챙겨주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고 녹초가 되어버려요. 오늘 아침, 가지와 오이, 호박과 고추를 나무 바구니에 가득 채워 들어오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자연이라는 스승을 만나다
오스갤러리 관장 전해갑
전북 완주의 숲 속에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갤러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림 같은 공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술과 건축, 음악에 두루 식견을 가졌지만 좀처럼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전해갑 관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건축과 공간 디자인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다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으로 돌아와 이 공간을 마련했어요. 원래는 누에를 키우는 농가 주택이었는데 그림 그리는 친구와 10년 동안 생활했더니 아틀리에가 되었고, 예술가 친구들의 작품을 걸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갤러리라고 불러주더군요.”
오스갤러리(O’s Gallery의‘O’는 우리를 뜻하는‘Our’에서 따왔다)가 그렇듯이 모두가 함께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아원(我園, 우리들의 정원)’이라 이름 붙였다. 들을수록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의 소신 덕분에 깊은 산골 외딴집이 미술 애호가들의 명소가 되고,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해졌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귀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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