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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다방이 아직도? 그때 그 자리 8층으로 엄마와 딸이 함께 갑니다!

“띠리링~”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막내딸이 카드를 또 썼나보다. 카드가 결제된 곳을 보니 ‘독수리다방’. 독수리다방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신촌을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였던 독수리다방, 일명 ‘독다방’은 대학생 시절 집과 학교 다음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추억의 공간이 아닌가.


처음에 독다방은 음악다방으로 문을 열었다. 수많은 LP판 중 하나를 골라, 그날의 감성에 맞는 곡을 선별해 틀어주는 DJ도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키스 자렛이나 팻 매스니의 음악도 독다방에 가면 들을 수 있었기에 음악을 들으러 찾아오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았다.


그 시절 나를 더욱 설레게 했던 건 차 한 잔을 주문하면 달콤한 잼과 함께 나오던 모닝빵 두 개였다. 모닝빵 덕분이었을까. 독다방은 가난한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만담의 장소가 되었다.


독다방 매력의 정점은 ‘독다방 게시판’에 있다.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를 사용하던 시절, 약속 장소와 시간을 종이에 써서 독다방 게시판에 붙여놓곤 했다. 신기하게도 쪽지에 적힌 이름을 보고는 그 메모가 남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내용인지 단번에 알아차리더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30년 전 추억이 문자 한 통으로 시작되다니···. 아직 끄집어내지 못한 나의 옛 청춘에 대한 추억의 파편들을 줍기 위해 독다방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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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정문 앞 굴다리를 지나니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회색 건물들이 빼곡한 건 여전하지만 키가 훌쩍 자라 있었다. 독수리다방이 있던 2층짜리 건물도 ‘독수리빌딩’이라는 이름의 8층 건물로 새단장했다. 옛날 독다방의 모습은 없어졌지만, 새롭게 바뀌었을 독다방이 더욱 기대되었다.


독수리빌딩 8층 꼭대기에 위치한 독다방은 1층에서부터 고급스러운 간판이 손님을 반긴다. 엘리베이터 한 켠에 장식되어 있는 옛 독수리다방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8층에 다다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벽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한 쪽지들이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현대판 독수리 게시판이다. 옛날에는 약속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카페는 전체적으로 짙은 색의 원목으로 꾸며져 있어 빈티지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제는 다방이라 표현하기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옛 느낌이 곳곳에 묻어나면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세련함이 카페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Q.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더 고풍스러워졌네요.


한 차례 문을 닫았다가, 2013년에 다시 오픈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저는 독다방을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한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브랜드요. 그만큼 다양한 시간과 삶의 이야기가 이곳에 담겨 있어요. 이러한 역사성과 진정성이 독다방만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이것을 인테리어에 녹이려고 노력했어요.


Q. 단골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엄청 좋아하세요. 추억이 서려있던 장소와 예기치 못한 이별을 하게 되어 많은 분이 슬퍼하셨는데, 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니 많이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추억의 공간을 늘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독다방을 고마워하는 분들도 계세요.


Q.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엄마와 스무 살 딸이 같이 왔었어요. 엄마가 지금 딸 나이 때 독다방 단골이었더라고요. 자기 속에서 나온 아이가 독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만큼 자랐다는 게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와 딸이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는 것이 참 뜻깊었어요.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세대공감’이라는 말이 참 중요해졌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독다방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세대공간’인 셈이죠.

카페를 둘러보다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각 공간마다 컨셉과 이름이 있었는데, 독수리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독방’ ‘수방’ ‘리방’이라 지은 것.


‘독방’은 책으로 공부하는 공간이고, ‘수방’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 ‘리방’은 모임을 통해 여럿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각 공간마다 문학적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특히 소설가 성석제와 시인 기형도의 글이 유독 눈에 띄었다.


Q. 공간의 이름이 좋습니다.


독다방을 찾는 사람의 목적은 다 다를 거라 생각했어요.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싶었죠. 그렇지만 본질은 하나예요, 소통. 공부와 쉼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죠. 과거의 독다방은 토론하고 논쟁하는 공간이었어요. 저는 지금도 대학생들이 모여 문화와 사회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소설가 성석제와 시인 기형도의 글이 곳곳에 보이네요.


두 분 모두 학생 시절에 독다방 단골이었어요. 토론을 아주 열성적으로 하던 학생이었죠. 성석제 소설가는 ‘다방은 우리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강의실이자 영혼의 쉼터였다’라며 독다방을 표현했어요. 그때 그 시절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함께 오면 서로 교류하고, 혼자 오면 사색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이곳에서는 커피 이름도 예스럽다. 아메리카노는 ‘블랙커피’, 카페라떼는 ‘밀크커피’라 부른다. ‘다방커피’도 남아있다. 심지어 다방커피가 독다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독다방이 수십 년 동안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특별함’에 있다. 50대에게는 추억 속 이야깃거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특별해지고, 20대에게는 기존 카페와 차별화된 독다방만의 분위기와 정서 덕분에 특별한 장소로 인식된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새로운 것들에 이전 것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수리다방이 정겨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독수리다방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36 독수리빌딩 8층

문의 02-363-1222

영업 시간 평일, 주말 11:00~24:00

가는 방법 신촌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대표 메뉴 블랙커피(5800원), 밀크커피(6500원), 다방커피(6800원), 비엔나커피(7200원) *영수증 지참시 모든 음료는 블랙커피로 1회 리필 가능(아이스는 500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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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성민 사진 박충열, 정석훈(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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