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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취미, 은퇴 백수 유튜버가 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35년 동안 다니고 은퇴한 최창우 씨. 남들은 조금 더 일할 때라고 했지만 스스로 행복한 은퇴 백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빠의 유쾌한 은퇴 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하던 딸 덕분에 어느덧 구독자 12만7000명의 유튜브 채널 <거누파파네> 주인공이 되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은퇴를 빨리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마디로 죽을 것 같았어요. 모 금융회사 지점장이었는데 거래처 접대 자리가 매우 많았습니다. 심지어 주말 포함해서 45일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술을 마신 적도 있어요. 이러다가는 제 명에 못 살겠구나 싶었고, 정년 60세에 등 떠밀려 그만두기보다는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은퇴 이후 재취업이나 창업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회사를 그만둔 계기 중 또 하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반복된 인생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삶이 전혀 없어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재취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퇴직 후 많은 이들이 창업을 고려하는데 대부분 돈이나 노력은 많이 안 들이고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 있을까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유튜버, 그것도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 이상의 채널에 주어지는 상)까지 받는 인기유튜버가 되셨는데요. 딸들이 유기견 임시보호(입양가기 전까지 돌봐주는 봉사)를 한다고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요. 그 아이가 지금 우리 가족을 유튜브로 인도해 준 ‘건우’입니다.


원래는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은퇴 후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정이 들어, 결국 임시 보호가 아니라 우리 가족으로 입양하자고 결심하게 되었죠.


제가 술 먹고 들어와 건우랑 노는 광경을 딸이 ‘몰카’로 찍었어요. 저도 모르게 찍힌 첫 영상인데 유튜브에서 반응이 좋았는지 이후로 계속 자연스럽게 찍히며 ‘거누파파’가 되었습니다.

유튜버가 된 후 뭐가 많이 달라졌나요?

밖에서 활동할 때 행동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집니다. 산에서, 병원에서, 식당에서 어떤 분들이 “거누파파 아니세요?” 하고 말 걸면 깜짝깜짝 놀라요. 그러다 보니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유튜브 덕분에 착해졌습니다(웃음).


그리고 달라진 것은 딸과의 관계죠. 저와 거누를 유튜버로 키워주고 꼬박꼬박 출연료까지 챙겨주시니 사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유튜브를 보면 일상이 무척 다채롭습니다. 자칭 ‘은퇴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일과가 꽤 바쁘다고요?

일단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씩 강아지 산책을 시킵니다. 그리고 집안 청소를 하고 제 취미 생활을 합니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게임도 하고, 좋아하는 독서도 실컷 하고, 그동안 안했던 등산과 골프도 하고, 좋아하는 술 자리도 자유롭게 하고요. 하루에 약속이 하나만 있어도 무척 바쁩니다.

은퇴 이후 가장 힘들었던 일과 즐거웠던 일을 꼽는다면요?

은퇴 2년 차 때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1년 동안 병 간호를 하면서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내가 완전히 회복되었어요.


그 때의 상황도 유튜브 영상으로 올라가 있는데 가끔씩 아내와 소소하게 다툴 일이 있으면 그 영상을 봅니다. 아내에 대한 작은 불만이 사라지고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가장 즐거웠던 일은 가족 여행이예요. 얼마 전에는 거누를 데리고 홍성에 다녀오고, 지난 9월에는 네 가족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전까지는 회사 일만 하느라 한 번도 가족 해외여행을 가보지 않았어요. 이번 여행을 통해 가족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너무 즐거웠는데 그런 행복한 순간도 저희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 있습니다.


저희 영상은 구독자들도 좋아해주시지만 저희도 자주 봐요. 우리 가족의 너무 소중한 추억이니까요.

은퇴한 지 4년 째인데 본인의 은퇴생활에 만족하시나요?

은퇴 1년 차에는 퇴직금도 있고 실업 급여도 나오니까 ‘아직은 먹고 살만한 단계’였던것 같아요. 그러다가 1년이 지날 무렵 ‘통장 잔고가 이렇게 줄었나?’ 깨닫게 되었죠. 2년 차가 되니 먹고 살 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3년 차에는 그런 걱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저는 운좋게 유튜브를 하면서 수입이 생겼고,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4년차인 지금은 유튜버도 직업이니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열심히 놀려고 생각합니다.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대기업 다니는 후배들은 은퇴해도 당장 먹고사는 데 지장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은 ‘먹고만’ 살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은퇴 후 먹고살 거리를 미리 준비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중요한 것은 놀거리가 꼭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취미 생활이나 같이 놀 사람을 미리 열심히 만들어놓으시길 바랍니다.

노년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저는 두 딸이 결혼해도 같이 살고 싶습니다. 마당 딸린 집을 구해서 각 층을 한 집씩 나누어 사는 게 꿈입니다. 마당에서 강아지 ‘거누’도 키우고, 텃밭도 가꾸면서 자식들과 북적거리면서 살고 싶어요.


또 한 가지 꿈은 지금처럼 딸과 함께 유튜브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사실 인생의 전성기는 한참 일하던 40대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제1의 전성기였고 지금은 딸과 거누가 만들어준 유튜브 세상에서 제2의 전성기를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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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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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의 재능과 경험을 교류하는 “Value Sharing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