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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으로 선수 응원가를 튼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전광판에 나오는 관중의 환호 장면.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전광판에 어쩌다 내가 잡혔지?'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본 기사는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느 경기장이든 한켠에 전자피아노가 자리하고 있다. 농구와 피아노? 연관성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이 전자피아노가 선수의 응원가부터 슛 효과음, 수비 때 리듬 음악 등 경기 중 나오는 모든 음악을 책임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도를 누르면 하나원큐 신지현의 응원가, 레를 누르면 양인영의 응원가, 미를 누르면 ‘디펜 짝짝짝’이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이 전자피아노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특정 음악을 송출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경기 진행 중 모든 음악을 책임지는 샘플러 양승호(35) 씨를 만나봤다.


경기장에서 샘플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하면 경기 중 송출되는 모든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구단마다 다르지만 샘플러 또는 오퍼레이터라고 부르기도 해요. 경기 중 공격 상황에 나오는 음악, 슛 효과음, 선수 응원가 등을 때에 맞게 송출하는 일입니다. 전자피아노 중 건반을 누르면 컴퓨터를 통해 스피커로 송출되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요?

경기 시작 점프볼 때 공이 올라가는 순간 ‘빰빠밤’ 이런 음악을 틀어 경기 시작을 알려요. 팀이 수비할 때는 디펜 짝짝, 공격할 때는 둥둥짝짝, 선수가 득점에 성공하면 선수 응원가가 경기장을 채우죠. 이런 음악을 직접 골라 때에 맞는 음악으로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일이에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20살 때 서울 삼성의 마핑보이로 일했었어요. 그 경험으로 야구 이벤트 팀에서 일했고, 이후 안산 신한은행(현 신한은행) 시절 샘플러 일을 제안받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실시간으로 음악을 틀어야 해 부담감도 있었지만,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이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빠른 농구 특성과 상황에 맞는 음악을 직접 골라 팬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점이에요. 제가 고른 음악에 맞춰 팬들이 막대풍선을 흔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갖게 돼요. 덩달아 함께 신이 나거든요. 두 번째는 나 또한 팀의 일원 중 한 명으로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죠. 지공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차분한 박수 위주 음악을 틀고, 빨리 가야 하는 속공 상황이면 빠른 템포의 음악을 송출해요. 경기 상황과 음악이 딱 들어맞는 흐름에 선수가 득점을 넣고 선수 응원가를 틀 때 보람을 느껴요. 함께 이 경기를 이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반적으로 공격 시간이 7초 남은 순간부터 음악을 멈춰요. 그러나 6초 남긴 순간에 음악을 끄게 되면 선수들이 7초 남았구나 인지하고 플레이해요. 그러면 조급한 공격 시간 중 1초를 마음속으로 벌게 된 셈이죠. 이때 선수들이 득점하면 정말 뿌듯해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일을 10년 했지만, 아직도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정답도 없고, 끝이 없는 분야거든요. 무형적인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에도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상황에는 어떤 음악이 좋을지 계속 공부해요. 농구 흐름도 공부하고요. 구단마다 새로운 음악을 요청할 때가 있어서 다양한 음악을 듣고 편집도 하며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웃음).


경기날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일반적으로 경기 시작 3시간 전까지 출근해요. 현장 담당자들과 함께 미팅하면서 특별한 이벤트나 중요한 부분을 짚어요. 2시간 30분 전에는 리허설하며 직접 맞춰봐요. 경기를 앞두고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아나운서가 멘트하기 직전 한 템포 끊어주는 느낌으로 시그널 음악을 틀어 경기장 분위기를 전환해요. 이후에 경기가 시작되면 그에 맞는 음악을 틀고요. 

일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불규칙한 생활 패턴을 갖게 돼요. 일반적인 회사원들과는 출퇴근 시간이 다르죠. 주말에는 경기가 일찍 있다 보니 결혼식에 못 가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평일에 주로 밤에 일해서 늦게 퇴근하니 밤낮이 바뀌기도 하고요.


선수 응원가는 선수가 직접 고르나요?

구단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선수들이 직접 골라요. 그러나 가끔 선수들이 음악을 고르지 않을 때는 제가 선택해요. 올 시즌 김단비 선수가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응원가를 따로 고르지 않아서 어떤 응원가가 선택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신한은행 시절부터 김단비 선수가 선택한 응원가들의 스타일을 비교했어요. 그래서 Pillbox Patti의 Young and Stupid 골랐는데 잘 어울리더라고요. 청주 KB스타즈의 최희진 선수는 매년 제게 어떤 응원가를 할지 물어보기도 해요(웃음).


일을 하다 보며 친해진 선수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10년 전부터 일을 하다 보니 어렸을 적에 친해졌던 선수들이 어느덧 코치나 높은 곳에 올라있어요. 부천 하나원큐 이시준 코치님, 수원 KT 박종천 코치님, 스킬팩토리 박대남 대표님이 현역에 있을 때 친해졌거든요. 어렸던 선수들이 높은 곳에 올랐고, 저 또한 현장에서 10년 일을 하며 베테랑(?)이 됐으니 서로를 기특해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이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스포츠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해요. 일자리가 많지도 않고, 서류나 면접을 통해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알음알음 소개로 구하는 편이거든요. 구단 대외활동이나 스포츠대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장 사람들과 연을 맺게 되면 기회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


# 사진_본인 제공


​[점프볼= 최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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